잃어버린 꿈에 대하여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 문턱에 깔려있는 걸레로 발의 물기를 닦았다. 화장실의 불과 방안의 전등 스위치를 차례로 끄고는 침대 위로 털썩 누웠다. 나는 한동안 침대 위에서 널브러진 채로 가만히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과 오랜만에 마주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유독 눈에 뛰는 한 그림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나는 평소보다 더 지쳐있었다. 다시 한 번 지하철에서 본 그림을 떠올려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그림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았다. 새삼스러웠다. 모든 일에 무심하기 그지없는 내가 어린 시절에는 열성적이었던 것도, 안정적인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 내가 고등학생 시절까지 동화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 제일 새삼스러운 것은 평소라면 길거리에서 흔히 열리는 게릴라 전시에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쳤지만 오늘은 유독 업무 시간 동안에도 잠깐 본 그 전시가 내내 눈에 밟혔다는 것이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전시였는데.
그 특별할 것 없는 전시에서 유독 꼭두각시 인형을 연상케 하는 여자가 그려진 그림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 그림은 내게 익숙했으며 무언가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꺼림칙함을 느꼈고 그래서 나는. 그래서 나는 슬퍼졌다. 지하철에서 나와서 집에 오는 길 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울적함이 또 다시 내 방 침대 위로 찾아 들어왔다.
혼란스러운 마음 탓인지 지쳐있던 몸이 더욱 피곤함을 느꼈다. 손가락 하나 드는 것조차 바위를 드는 것 마냥 무겁기만 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오기 시작했다. 깜박깜박 거리던 눈꺼풀이 이제는 껌벅껌벅 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눈꺼풀이 스르륵 감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