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의 시그널
관심 있는 사람이 헷갈리게 한 경험이 있는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절대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전에 호감을 표현하고, 표현을 자제한다고 하더라도 다 티가 나곤 하니까요. 연락하는 것에서나 만나서의 행동에서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이십 대 때는 상대가 나를 헷갈리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하는 것들에 불안을 느끼면서도 만남을 이어 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을 지나 삼십 대가 되고 나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직접 느껴보고 표현했던 호감의 시그널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려한다.
상대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때
작년 겨울,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 일을 통해 알게 된 남자분이 밥을 먹자고 한 적이 있다. 일하면서 한 번씩 얼굴을 보거나 전화로 소통해야 하는 관계라 밥을 먹자는 걸 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밥을 먹었다. 점심값을 그분이 결제하기에 나중에 밥을 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밥을 산다고 예의상으로라도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또 약속을 잡게 되어 퇴근 후 저녁에 밥을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을 샀고 커피는 상대방이 샀다. 밥을 먹고 집에 간 뒤 카톡이 왔는데, 본인이 하는 운동이 있는데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기에 단호하게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더 이상 밥을 먹는 시간을 가지면 안 될 것 같아 또 먹자는 말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그에게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어 '밥'만 먹은 것이다.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면 그를 잠시 헷갈리게 만든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은 사적으로 다시 만날 일을 만들지 않았다. 친한 이성 친구나 지인이 아니고서는 호감이 없는 사람과는 둘만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고역이다.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있어야 여러번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상대에게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볼 때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 호감이 있는 걸 메시지로 요란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평일에 일을 할 때는 서로 바쁘니 카톡을 가볍게 주고받고 둘 다 시간이 되는 자기 전 저녁에 전화를 한 통 하는 걸 좋아한다. 궁금한 것들을 열심히 물어보고 듣는 것에 열심인 편이다. 사적인 이야기들도 미주알고주알 잘 꺼내고 대화에 굉장히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호감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오감을 표현할 때
또한 사람들은 호감이 있을 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칭찬하게 되고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그런 것들은 매우 가까이에서 상대를 지켜봐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머리카락의 윤기나 눈동자의 색깔, 나와 상대의 키차이, 목소리의 굵기, 피부의 촉감, 샴푸 냄새 등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표현한다면 (상대의 칭찬만 늘어놓는 바람둥이기질, 연애고수면 또 이런 표현을 마음에 없어도 청산유수로 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호감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다.
하루 일과가 투명할 때
상대가 자신의 일과를 먼저 말해주고, 약속이 있을 때 만나는 사람들이 누군지 이야기를 해주면 신뢰감이 급상승한다. 약속 장소를 가기 전에, 집에 들어갈 때 카톡이나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나를 정말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너무나 당연한 행동들일 수 있지만 이십 대 때는 이런 것들을 간과하고 살아왔다. 지금은 아무리 관심이 있어도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가슴 졸이고 불안한 연애보다는 잔잔하지만 안정감이 느껴지는 연애를 선호하게 되어서인 것 같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가슴 뛰는 사랑은 아닐지라도 사랑의 모양은 다양함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편안하고 물흐르듯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바로 당신을 헷갈리게 하지 않을 인연일 것이다.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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