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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l 25. 2022

또라이를 동경해본 적이 있나요

진득이 배어있는 부러움의 향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구상할 때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되고 싶은 최종 모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어떠한 특성과 행동강령을 뽑아내는 것이다. 그러면 새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보다는 가닥이 잡힌다. 내가 원했던 최종 모습은 또라이였다.


아주 가끔 나만의 생각으로 재해석되어  머릿속에서만 통용되는 은어를 다른 사람에게 써놓고는, 사실은 오해라며 쓸데없는 설명을 하느라 쩔쩔때가 있었다. 대학생 때 갑자기 다음 주에 일본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혼자 여행을 간다고 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온 말이 가관이었다.

"와~ 또라이야!"

응? 왜 나는 그 친구에게 그런 막말을 내뱉었을까.


지금은 혼자, 충동적으로, 여행을 가는 게 뭐 대수라고 싶지만, 그때는 대학생 때라 마음을 굳게 먹고 가는 게 해외여행이었고, 혼자 여행을 가는 것도 흔하진 않았다.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짜고짜 그런 말을 내뱉고는,

"아니, 진짜 멋있잖아...! 좋은 뜻이었어. 진짜야!"

하고 수습을 하느라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 시절 나는 '또라이'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정의한 또라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내지를 줄 알고, 남과 다르게 행동하며, 지금 당장의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 기준 아주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단어 자체가 약간 붕 떠있는 것이, 창의적이고 유쾌한 느낌마저 든달까? 남들은, 아니, 남들 핑계는 댈 것도 없이, 나 같은 애는 생각하지도 않는 걸 떠올리는 그 마음과 실행력이 부러웠다. 사실은 지금도 부러워하고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주위나 방송의 사례를 보면 그런 사람들을 두고 살짝 똘끼 있다며 욕하듯 칭찬하고 좋아하고 선망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을 내심 부러워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산다는 게 특별히 어려운 게 아니면서도 내가 그렇게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건.


그래서 또라이라고 불리는 유쾌한 이들을 독립을 위한 롤모델로 삼기로 했다. 태어나길 그리 태어난 게 아니니 내가 될 수 있는 만큼만, 내가 원하는 걸 찾아서 발을 내디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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