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다섯번째

작가의 이야기

by 흰머리 짐승
“내일 새벽에 별똥별 장난 아니라는데? 막 쏟아질거래. 보러 갈래?”

“정말? 그러자. 오케이!”

“술이나 마셔. 별똥별은 무슨! 설레발레 중딩도 아니고……”

대학 동기끼리 떠난 여행이었다. 어디에서도 부어라 마셔라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긴 하지만 거긴 강촌이나 대성리 따위의 엠티촌이 아니라 제주도, 듣기만 해도 푸르고 설레는 제주도였다. 유성우쇼를 보자는 내 제안에 여자들은 뜨겁게 호응했고, 남자들은 시큰둥했다. 일단 마셨다. 한라산병과 하이트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좀처럼 올 것 같지 않았던 제주도의 밤이 깊어지자 몇은 수십 번도 더 떠든 뻔한 얘기를 마치 비밀인 양 속삭였고 또 몇은 이 방, 저 방에 널브러져 버렸다. 깊은 밤은, 아무리 푸르고 설레는 제주도의 밤일지라도 터질 것 같은 젊음마저 잠재우는 마력을 가졌다.

“나갈래? 벌써 두 시야.”

“그럴까? 별똥별?”

깊은 밤을 이겨낸 두 젊음은 몰래(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콘도를 빠져나왔다. 천천히 걸어 바다로 향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비틀비틀, 느릿느릿.

“새벽이라 그런지 시원하다. 그지?”

“어? 어? 봤어?”

여자는 내 왼손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당기며 물었다. 나는 새끼손가락을 바깥으로 좀 더 밀어내었다. 자신감이 붙은 여자의 엄지와 검지는 새끼손가락을 감아쥐었다.

“어디, 어디?”

“저기 방금 하나 떨어졌어. 못 봤어? 아이, 소원 빌었어야 하는데.”

두 젊음은 편평한 바위를 골라 앉아 기다렸다. 제가끔 마음 속에 소원을 그리며. 두 해 가까이 붙어다녀 어색할 것 없는 사이었지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정한 리듬의 소리가 파도인지 심장 박동인지 나는 가늠할 수 없었다. 또 하나 떨어졌다. 순간 나는 귀엣말로 속삭였다. ‘나, 난 소원 빌었는데……’ 두 젊음은 입을 맞추었다. 나의 새끼손가락은 서서히 힘을 풀어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 들었다. 두 젊은 손은 달콤한 결박 안에 작은 움직임마저 조심스러웠다. 우리의 첫 날이었다. 그 날 밤 유성우는 분명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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