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소방관이 될래요!"
지난겨울, 방학이 시작하기 전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다소 뜬금없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는 심심찮게 아이들을 향해 꿈을 찾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마 그 말에 대한 나름의 진지한 고민이었을 것이고, 결론이었을 겁니다.
(앞으로 꿈이 몇 번 어떻게 바뀌든 응원할 겁니다!)
"근데 소방관은 왜 잘 안 보이지?"
다소 아쉬워하는 큰 애의 목소리에 평소 흥이 많고 유쾌한 작은 애의 목소리가 얹혀 졌습니다.
"나 3학년 때인가, SH랑 학교 가는 길에 경찰차 서 있길래 엄청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고 했어!"
"엉? 그냥 지나가는 차에?"
"아니 아니, 우리가 학교 가고 있는데 신호에 걸려서 경찰차가 서 있었거든. SH가 '너 목소리 크니까 네가 말하면 대답해 줄지 몰라. 한번 해 보자.'라고 해서 했는데 진짜 경찰아저씨가 창을 내리고 '고마워'라고 답했어."
그날 아이들의 상기된 목소리, '고맙다'란 말에 얼굴도 못 본 그 경찰은 아마도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을 거라고 작은 애를 칭찬해 줬습니다.
- 갑자기 왜 그랬을까.
- 그야 당연히 고마우신 분들이니까.
칭찬에 작은 애는 더더욱 신이 나는지 자야 하는 시간에도 싱글벙글 떠들었네요.
말 안 해도 알 것이라는 나만의 짐작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잊은 적이 많습니다. 그런 것처럼 너의 행동에 엄마는 참 뿌듯하단다, 속으로만 생각한 적도 많았죠.
"맨날 언니만 칭찬해 주고..."
이러한 삐죽거림은 어느 순간만의 투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서운했던 마음이 한 겹, 두 겹 쌓여 어느 날 툭. 투정처럼 입 밖으로 나온 것일 테지요.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지,
그리고 그에 대해 얼마나 칭찬받고 싶었을지...
그래서 졸린 기운을 좀 물리치며 오래도록 칭찬해 주고 얘기 나눈 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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