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누구에게나 소중한 새 출발

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by 땅꼼땅꼼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큰 애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2개월 전 졸업식과 함께 방학을 맞았던 큰 애는 중학교 입학에 대한 부담감이 꽤나 컸던 모양입니다.

교복을 맞추는 순간에도, 가족들과 지인들의 인사를 받는 동안에도 내내 굳은 얼굴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심란해하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장점에 대해 얘기해 줬다가 결국 내뱉은 말입니다.(나도 못하면서 ㅠㅠ)

드디어 입학날이 되고 교복을 입으니 이제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그러는 사이, 작은 애가 좀 뾰로통해졌습니다.

가족과 지인들, 그러니까 대부분이 사람들의 관심이 언니에게로 쏠린 탓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둘째라 매번 치이는 기분이었으니 말입니다.


어제 미용실에 들러 두 아이의 머리를 정리하고 애를 운동하는 곳에 들여보내고 작은 애와 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새 학기에 필요한 용품 중 빠진 것을 마저 준비하고 난 후

"새 학기니까 새 옷을 사자."라고 했습니다.


작은 애는 돈이 많이 들지 않냐며 걱정스러운 말을 했지만 그 제안이 싫지 않은 듯 맘에 드는 옷을 골랐습니다.

까만색과 회색의 같은 디자인의 바지를 두고 고민하자 두 벌을 다 사기로 했습니다. 윗도리 역시 상반되는 어두운 색과 밝은 색으로 구입했습니다.


아이는 내내 발을 동동하면서도(용돈 받아 생활해 보니 돈의 소중함을 알았다나요 ;;;) 입가에 슬몃슬몃 내비치는 웃음을 감출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네요. 같은 초등학교에 가는 것이지만, 작은 애에게도 새로운 학년, 새 반, 새 친구들을 만나는 새 출발인데 너무 언니에게만 포커싱 되어있었네요.




1남 4녀 중 넷째로 자랐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며 어린 날을 보냈습니다, 큰언니, 그 아래 오빠(1남 4녀라 하면 보통은 막내가 아들일 거라 생각하지만), 그리고 작은언니와 나, 막내.


막내가 자랄 때는 아빠가 꽤나 가정적으로 변했었습니다. 아직도 어린 날 동생을 깨우며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두 다리를 '쭈까쭈까'하며 주물러주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그 덕분인지 막내는 자매 중 가장 큰 키를 가졌고요.

그러그러했던 나와는 달리, 비슷한 포지션의 작은 언니는 그게 마냥 불만이었다고 했습니다. 큰언니에 치이고, 위로 아들이라고 우쭈쭈(까지는 아니지만)하는 오빠에 가려져서 말이죠.


"뭘 그런 걸 가지고..."


다 큰 언니의 뒤늦은 투정에 그렇게 대답하곤 했는데, 이번에 작은 애를 보니 그럴 법도 해 보입니다.

누구나의, 누군가의 새 출발은 다 소중합니다.

더 빛나고 더 중요하다는 건 상대적인 것이겠지요.




https://brunch.co.kr/@jinmeirong/56


https://brunch.co.kr/@jinmeirong/57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모르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