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 댓글을 확인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서관 모 사서님이 남긴 메시지 때문이다. 9월에 진행할 '어린이' 글쓰기 강의 요청을 쓰려던 와중에 내 게시글(성인 글쓰기에 몰입하겠다는 내용)을 보았다며 모시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연이 닿지 못한 아쉬움을 댓글로 남겼다는 그. 더불어 늘 따뜻한 글에 감사하다고,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쓰기 제안이 아닌 듯하면서도 제안의 마음을 담은 글로 나는 느껴졌다.
물론 '성인' 글쓰기가 앞으로 내가 나아갈 강의 대상자라 말한 바 있지만, 어린이 글쓰기 강의가 싫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으면서 어찌 단번에 싫다고 말할 수 있나. 지난번 서울 중구의 모 도서관 제안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경력'이 없기에 그랬다. 결국,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못한 까닭이다. 어차피 경력이 없어 못할 바엔 내가 좀 더 관심 있는 성인 글쓰기에 올인해야지, 라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이런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받으니 감사하면서도 생각이 깊어졌다. 하지만 결정은 빨랐다. 애초에 싫어서 안 하겠다고 다짐한 일은 아니니, 도전을 무시할 이유는 없었다. 혹여나 내 마음이 변할까 무서워 얼른 댓글을 남겼다. 어린이 글쓰기 강의 역시 도전하고 싶었지만, 경력을 바랐기에 할 수 없었다고. 혹시라도 경력과 무관하다면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다음 날, 그에게 이메일이 왔다. 내 댓글에 한참을 고민하다 메일을 보낸다는 그는 "작가님만 괜찮으시면 경력과 관계없이 강의를 요청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진한 색으로 글귀를 부각했다. 그리고...
'누구나 처음인 때가 있기 마련이고, 우여곡절은 늘 있으니까요. 저 또한 작년에 임용된 초보 사서입니다. 그보다 블로그에 써주신 따뜻하고 진실된 문장들이 제겐 훨씬 더 섭외의 동기입니다.'
아, 이 말이 앞으로 나의 10년을 일으키겠구나.
말의 힘을 누구보다 믿는 나지만, 그래서 타인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려 노력하는 나지만, 직접 그 말을 받으니 장난이 아니다. 무풍 에어컨처럼 소리 없이 강한 세기다.
집에서 집필하다 보니 만남이나 전화보다는 주로 ‘메시지’로 일감을 얻는다.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 따위는 알 수 없이 오롯이 글로만 대해야 하니 더욱 조심스럽다.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글은 온라인의 예의를 넘어 나를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올린다. 단 세 문장의 힘이 어떤 위로나 격려보다 맘속 깊은 곳에 진하게 자리를 잡았다.
어린이 글쓰기 강의에 검증(?) 되지 않은 나를 불러주시는 만큼 제대로 준비하고픈 욕심이 생겼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처음'인 때가 있지 않은가. 이번 기회로 나는 어린이 글쓰기 강의라는 '처음 선'을 넘을 수 있게 됐고, 앞으로 이어질 제안에 자신 있게 응할 힘이 생겼다. 나라고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하지만 나의 처음을 받아주고 믿어준 이들을 위해서라면 두려움 대신 용기를 꺼내겠다. 도서관 사서님의 따듯한 말 한마디로 내일을 준비할 힘이 생겨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