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애 첫 글쓰기 강의 제안을 받았다고 온갖 SNS에 소문을 냈습니다. 수업이 8월이라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미리 알려야 다른 마음 안 먹고(?)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다른 데도 아니고, 도서관에서 온 러브콜이라 두세 배로 기뻤는데, 세상에...
감사의 미소가 다 마르기도 전, 두 번째 제안을 받았습니다. 메일을 열고 내용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처럼 한참을 웃었습니다. 결과를 떠나 놀람과 감사가 뒤섞여 이성의 고삐를 놓은 겁니다.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OO 도서관입니다. 인천 OO 도서관은 내 비전과 맞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이고, 이곳은 초등학생 대상입니다.
운명을 향해
혹자는 겨우 두 군데 수업 제안에 유난을 떨고 그래? 라며 곱지 않는 시선을 쏟을 텐데요. 하지만 지난 내 시간을 안다면 그런 말, 글쎄요. 쉽게 못 할 거예요. 얼마나 대단하고 감사한 일인데요. 그나저나 3년 전에 처음으로 글쓰기 강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때부터 했더라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완된 커리큘럼으로 수강생들을 만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당시에는 두려움이 컸지만, 난 작가로서 잘 될 거야. 가르침에는 은사가 없다고...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숲이 아닌, 나무에 기댄 거죠.
3년 동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글쓰기 강의라는 단어에 부담감보다는 덤덤함이 큽니다. 신기하지요? 이래서 인생은타이밍이라고 하나 봅니다. 그러니 억지로 할 필요도 없고, 지금이 아니라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도 없나 봐요. 시간의 흐름 속에 나를 맡길 때, 마음과 머리가 맞닿는 날 자연스레 문이 열리는 거죠.
방송하며 글을 쓰고 싶었기에, 강의 제안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더는 방송국 문턱에도 못 갈 것 같았거든요. 참으로 단순하고 어리석은 발상이죠?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앞날을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요.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을 비추는 것처럼, 현재의 처지와 상황에 감사하며 살려고요. 점과 점이 만나 하나의 선을 이루듯 글쓰기 강의의 시작이 어떤 삶으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요. 중요한 건, 지금 내 운명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물론 집필은 꾸준히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강의가 8월에 시작이니, 수업 준비로 오랜만에 바쁠 예정입니다. 실업 급여가 7월에 끝나는데, 기막힌 타이밍 좀 보십시오. (감사의 눈물 좀 닦고 갈게요) 오늘은 서점에 가서 필요한 책을 싣고 와야겠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니, 맘속으로 포근함이 스며드네요. 그럼,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