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홍보를 위한 눈물의 120여 권 에세이

프리랜서 작가의 북콘서트 숨은 이야기

by 이지니

책 홍보를 위한 눈물의 120여 권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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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에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내 물건 중 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함을 실감했다. 예전처럼 그저 소유하고 싶은 욕심보다는 한 번 더 안 읽을 것 같거나, 애정이 사라진 책은 과감히 기부 또는 중고 서점에 팔았다. 그럼에도 옷이나 가방, 신발이나 그릇보다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 장본인이었다.



“아니, 똑같은 책이 왜 이렇게 많아요?”



이사 당일, 이삿짐센터 직원 한 분이 작년 9월에 출간한 에세이 <영심이, 널 안아줄게>를 보고 한마디 했다. 방 한편에 같은 책이 120여 권이나 쌓여 있으니 당연한 질문이다. 음, 이걸 설명하기엔 한두 마디로는 부족한데 말이지.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그저 쓴웃음 한 방울과 함께 “그렇게 됐네요. 하하.”라는 말뿐이었다.








작년 9월, 감사하게도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 1990년대에 10대의 사랑을 받은 만화 속 주인공 ‘영심이’를 끌어들여 추억 힐링 에세이를 썼다. 매일 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아 작업했다. 몸은 고됐지만,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다. 당시 반영된 만화를 낼모레 마흔이 될 나이에 다시 감상하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자신을 해바라기 보듯 바라보는 남자 친구 왕경태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비수를 꽂는 영심이가 못마땅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40대가 된 영심이는 달라졌으리라. 중요한 건, 동병상련이라고 ‘실패’라는 말만 들어도 벌떡 일어날 만큼 일가견이 있는 나라서 도전에 강한 영심이에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영심이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영광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내 비록 5년도 안 된 어린 작가지만 자부심을 품고 작업에 임했다. 책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지금껏 전자책을 포함해 여섯 번째 출간인데, 다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으니까. 뭐, 책을 냈다고 해서 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없다. 결과야말로 전정 내 소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라 여긴다. 누구는 데뷔하자마자 첫 작품이 대박 날 수 있고, 누구는 10여 년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빛을 보는 이도 있으니. 또 누구는 작품을 낸 지 30여 년 만에 매체에 드러나게 되면서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괜찮다. 작품을 내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내려놓는다, 나는. 그.러.나. 영심이는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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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책도 출간했으니 ㅇㅇ 문고에서 북콘서트 해야죠?”




책을 냈으니 홍보해야 마땅하다. 그래! 북콘서트는 작가의 기본(?) 행보가 아니더냐. 그런데 서점 대관료를 내야 한단다. 조건은 내 책 50권 구매. 북 콘서트에 온 사람들이 50권을 팔아주면 된다는 건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나란 사람의 책이 한두 시간 만에 50권이나 팔릴까? 결국, 그 말은 독자들이 사 간 책이 만약 4권이라면 나머지 46권의 비용은 내가 내라는 말이다. 심지어 서점에서 직접 구매해야 해서 일반 독자와 같이 10%의 할인만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출판사에서 구매할 시엔 30% 정도 할인을 받는다)



아, 작가가 시간을 내어 북콘서트를 하는데, 강연료는커녕 사비로 책 50권을 구매해야 한다니. 그래 뭐, 내 책을 내가 사서 다른 곳에 기부해도 좋다 이거다. 문제는 내게 빚이 남은 상태에서 북콘서트를 위한 책 구매가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안 하자니 출판사 눈치가 너무 보였다. 사실 이것 말고도 홍보비로 수백만 원이 깨진 상태였다. ‘아니, 대관료가 들든 뭐가 들든 출판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더욱이 내가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요’라고 야무지게 말하지 못했다. 내 책을 출간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여겼기에. 여하튼, 그 후로 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겸사겸사 홍보 활동을 놓게 되면서 출판사와 연락이 뜸해졌다.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인세 보고 등의 책 상황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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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바로 무명의 설움인가?’




내가 알려진 작가였다면 사비로 대관료를 내라는 말을 들었을까? 강의료에 교통비(장소가 먼 곳이면 숙박비)까지 척척 내줬겠지. 게다가 독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강연 소식을 들었는지 잘도 찾아왔을 테고. 그에 비교해 무명은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개인 돈을 부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사람에게 내 책을 더 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다. 이건, 비단 작가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무명이라도 응당 비슷할 거다. 이래서 많은 예술가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다. 결국은 돈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에 있는 두 군데 대형 서점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계산이 빠른 사람은 내 사비로 100권의 책을 구매했다는 걸 눈치챘겠지. 거기에 출판사와 계약하면서 작가가 100권을 사들이는 조건을 걸어 총 200권을 샀다는 사실이다. 우리 집에 똑같은 책이 그렇게도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금은 글쓰기 강의나 동기부여 강연 등을 갈 때마다 담당자님께 드릴 책을 챙긴다. 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 책뿐이니. 기회가 되면 기부도 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120여 권의 책이 꼭 읽어야 할 누군가의 손에 닿게 될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식 같은 작품인데, 볼 때마다 쓰라린 기분이 영 별로다. 북콘서트가 뭐라고. 책 100권을 살 돈으로 다른 홍보 전략을 짰다면 나았을까? 아,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좋게 생각해야지, 아무렴.




네 번째 책을 출간한 지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눈치 주는 출판사가 없어서 편하다. 이거 해도 되고, 저거 해도 된다. 다만, 작가의 사비를 들여 무조건 하라는 식의 발언은 듣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책은 내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의 비용으로 홍보를 진행 중이다. 들인 비용이 몇백 단위가 아니니, 그만큼 기대도 덜 할 테고, 실망도 적을 거다. 결과는 그저 하늘에 맡기면 되니까.




한때는 '북콘서트'라는 말이 설렘을 동반하는 단어였는데, 이제는 가루약을 넘기는 듯한 씁쓸함을 데려온다. 저 120여 권의 책을 볼 때마다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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