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커피와 천사가 나왔습니다
-공대 출신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크리스마스라떼와 특별한 VR체험. 덕분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최고!
-사장님만 멋있는줄 알았더니, 믹스 커피 맛집이에요! 일상의 여유를 찾고 싶다면 여기 추천해요~!
“아니, 카페 오픈한 지 육 개월이나 됐는데 리뷰가 왜 두 개밖에 없어요?”
예진이 콩매니저에게 따지듯이 아니라 진짜 따지는 그 말투가 거슬린 나은은 콩매니저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예진과 다니다 보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일행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그러나 이 좁은 카페에서는 그럴 수도 없거니와 아예 카페를 들어설 때부터 함께 들어섰으니 마음이 달라도 몸은 동행이었다.
‘동행’말대로 나은은 예진과 동행이었다. 그러나 나은은 예진과 여행이 정말 동행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품게 되었다.
이 카페에 들어오기 전에도 그랬다.
예진이 뜬금없이 1박2일 여행을 떠나자고 했고 나은은 마침 회사 프로젝트로 야근을 할 정도로 바빴는데도 전혀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고집을 피웠다.
‘내가 친구가 누가 있니? 고등학교 때부터 난 베프는 너뿐이었어.”
그 말때문에 또 나은은 회사에는 할머니가 요양원에서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예진을 따라나섰다. 아니, 예진이 시키는대로 했다는 게 맞다.
예진은 겨울엔 눈을 봐야 한다고 강원도로 가자고 했고, 차는 경차 이상은 렌트를 해야 하고, 잠은 호텔이어야 하고, 식사는 맛집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마치 나은도 좋아하는 것처럼 말했다.
나은은 이상하게도 예진의 이런 주장을 거절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예진과 같은 반 짝이 된 후에 베프라고 커플 반지를 맞춘 후부터였다. 아트 박스에서 5천원에 산 커플 반지는 세 달이 못 가 손가락에서 몇 번 빠지다가 시차를 두고 서로 잃어버렸지만, 예진과 인연은 참 질기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어졌다.
예진의 질문에 콩매니저는 넉살 좋은 웃음으로 답했다.
“아하하. 사실 이 카페는 제 인생의 도전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콩매니저로 이름을...”
이 말을 다 듣고 있을 예진이 아니었다.
“됐고요, 커피나 주세요.”
예진이 하나뿐인 테이블 위에 가방을 올리며 말했다. 테이블도 하나밖에 없다며 궁시렁대는 예진을 따라 나은이 자리에 앉았다. 콩매니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테이블 옆에 섰다. 역시 미소는 잃지 않았다.
“아하하! 그럼, 저희 가게 시그니처 메뉴인 ‘오늘의 커피’ 어떠세요?” 콩매니저가 나은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콩매니저도 손님으로 대하지만 예진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우와, 오늘의 커피요?” 나은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또 쌀쌀한 예진이 민망해서 일부러 과장해 대답했다. “네. 날마다 바뀌어서 오늘의 커피입니다. ‘오늘’은 달콤한 ‘카라멜 라떼’입니다.”
나은은 습관처럼 예진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나은은 예진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카라멜 라떼 오랜만이다. 예진아 어때?”
“나 단 거 싫어해.”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분명 싫다고 하리라는 것을.
“그럼 크림을 두유로 바꿔드릴 수 있어요. 스타벅스처럼요.”
“아뇨. 그냥 주세요.”
나은은 콩매니저의 대답이 정말 두유가 가능한지는 몰라도 센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진이의 불만은 어쩌면 스타벅스 같은 유명한 혹은 맛집 블로거들이 소개한 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리뷰가 달랑 두 개밖에 없는 듣보잡 카페에 온 것이 불만이었을텐데 콩매니저가 ‘스타벅스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하니 누그러지는 모양이었다.
나은은 자신보다 예진을 잘 읽어내는 콩매니저가 감탄스러웠다.
그 순간 예진의 핸드폰에서 미세한 진동음이 들렸고, 예진은 카톡을 확인했다. 나은은 또 이번 여행에서 예진의 카톡이 신경쓰였다. 카톡만이 아니었다. 전과 다르게 예진은 전화를 한다며 사라지곤 했다. 베프라며 전화 정도는 자신의 앞에서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잠시 사라지는 예진이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