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먹먹하고 경이로운 1개월 아기 강아지의 생존력
2023년 1월 1일이었다.
지금 메시의 주보호자이자 직장 동료인 '아저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인지 꽤 심각해 보였다.
"응, 그래 일단 보호해라. 안 그러면 이 추운데 애 죽는다. "
'아저씨'는 어릴 적 강아지를 많이 키웠고 지금도 강아지를 좋아한다.
길 가다가도 강아지가 보이면 아는 척하고 놀아주고
동네 강아지들과 가끔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나를 많이 놀리기도 했고
나는 여기 강아지도 좋아하고 저기 강아지도 좋아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해서 '개 바람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내 눈에는 사람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지금 나도 어쩌면 그런지 모르겠다. 요새는 딱히 그런 구분을 안 한다.)
그런 아저씨에게, 나만큼이나 강아지를 모르는 아저씨의 친구 전화가 온 것이다.
아저씨 친구는 강화도 고려산 근처 직장에 다닌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고려산 정상에 등반을 갔다가 거짓말처럼 아기 강아지를 만난 것이다.
눈이 산 전체를 뒤덮은 날.
하얀 산 위에는 아기 강아지와 고라니가 있었고
고라니는 아저씨 소리에 놀라 도망갔다고 한다.
아기 강아지는 아저씨 친구를 보고 졸졸 따라왔다고 한다.
강아지와 친하지 않은 아저씨 친구가 어쩔 줄 몰라하며 자리를 옮겼더니
이 강아지는 행여 아저씨 친구가 자신을 두고 갈세라 쏜살같이 쫓아와서
아저씨 신발 위에 딱 붙어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려산 아저씨는 지금의 보호자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고
강아지를 아끼는 보호자 아저씨는 이렇게 추운 날 눈까지 쌓인 산에
아기 강아지가 혼자 있다가는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무조건 강아지를 하루 돌봐주라고 다음날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저씨 친구는 산 정상에서 직장까지 2시간 거리를 아기 강아지를 품에 안고 왔다.
사무실에 와서 박스와 옷으로 쉴 곳을 만들어 주고
우유를 따라주고 사무실에 있던 소시지를 급한 대로 주었다.
강아지는 남자아이 같다고 했다.
이 아기 강아지는 우유도 제대로 먹을 줄 몰랐다고 한다.
강아지 소식은 아저씨 친구들 단톡방에 실시간 중계됐고
아저씨 친구들은 강아지 이름을 메시라고 지었다.
그때가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의 보호자 아저씨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그때의 월드컵 MVP, 메시이기도 해서였다.
새해 벽두부터 눈 쌓인 산에 혈혈단신 어미 없이 혼자 있는 강아지라니
강아지에겐 관심이 없던 나의 심장이 움직였다.
아저씨 친구가 보내온 사진 속 강아지는 또 너무 작았다.
강아지들의 귀여움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했던가.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엄마가 없는 혈혈단신의 아기 강아지는
'너무 추운데 어떡하지?' 하며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다시 보니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과 다르게
그림자는 만화 캐릭터처럼 귀는 반쯤 접혀 있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메시와 지내는 순간순간에도 가끔 그때의 사진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의 메시가 똥꼬 발랄할 때에도 내게는 이때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메시의 부모는, 아니 어쩌면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강화도 산을 누비던 들개들이었을 것이다.
이곳에 유독 메시와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모양을 한 아이들이 많은 걸 뒤늦게 알았다.
그런데 메시는 언제 어떻게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되었을까?
이때의 메시는 제법 통통했는데 무엇을 먹으며 지냈을까?
아기 강아지 혼자 지내는 산은 어떤 느낌일까?
지금도 바람에 유독 예민한 메시는 어릴 때 바람과 관련해 무슨 일을 겪었을까?
강화도에선 메시를 보호했고 이곳 파주에서 나와 아저씨는
아기강아지를 데리고 올 가방과 강아지 방석을 사며 임시보호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