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o Jun 20. 2024

"좀 잡아주세요"에서 "예뻐라!"로

- 나이 오십이 넘도록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세계


살아가면서 신기한 일은 많겠지만 내겐 강아지 메시와의 만남이 그렇다.

나는 강아지를 유난히도 무서워했었다. 이건 유전같은 것이어서 우리 집안 사람들이 거의 그랬다.

게다가 어릴 적 한 꼬마 아이가 강아지들에 둘러싸여 겁에 질린 모습을 본 기억이 있어서

내게 강아지라는 존재가 그저 낯설고 두려웠다.


강아지에 대한 공포심은 강아지의 종류나 크기와도 관계가 없는 것이어서

아주 조그만 강아지(시츄나 치와와, 말티즈) 곁에도 가지 않았다.


강아지를 두려워하는 삶이란 가끔 비굴하기까지 했다.

친구집이든 어디든 강아지 있는 곳에 가면 "제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서..."라며

조금 붙잡아 달라고 사정을 할 정도였다.


다 큰 성인이 너무 작은 강아지조차 두려워하는 건 체면이 영 서지 않는 것이었지만

내가 그런 걸 어쩌겠는가. 겁이 많은 성격이 아니지만 강아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우리 강아지 안 물어요." 라는 말을 누구보다 싫어했다.


그 두려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메시와 인연이 닿게 되면서 어느새 나는 강아지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강아지들을 예뻐하게 됐다.


물론 지금도 일부 강아지는 그 첫인상이나 태도를 보며 경계하기도 하지만

강아지가 크다고 해서 얼어붙지 않고 "강아지 좀 잡아주세요"대신

"예뻐라!""귀여워!"라고 말하게 된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강아지와의 뽀뽀조차 일상이 되었다.


강아지와의 생활이 가져온 변화는 단지 강아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강아지 메시는 그전까지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려줄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해주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사람과 강아지의 차이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부분이라면 사람이 앞날을 과도하게 생각해 생활한다면

강아지는 지금 이 순간을 사는데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당장 몇 시간 뒤의 일을 생각하고 내일을 생각해 부지런히 준비하며 살아간다고 여겼다. 

그건 일부분 자부심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 메시는 그렇지 않다.

오늘 당장 나가서 놀아야 하고 지금 바로 사랑을 받아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산책을 미룰 수 없다.


처음에는 이런 일상이 익숙하지 않았고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메시를 위해서 시작한 매일의 산책은

어느새 나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고

메시를 위해 놀러간 곳,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강아지들은

나의 하루하루를 풍요롭고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메시가 입양되면서 사람들은 '견생역전'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잘 키우라는 당부와 메시의 행복을 기원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와 함께 지내보니 '인생역전'이라고 하는 게 더 맞다.


메시는 나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알려주고 누리게 해준다.


'개들은 천국을 향한 우리의 연결 고리입니다.

그들은 사악함, 질투, 또는 불만을 모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후 산허리에 개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고 평화 그 자체였던

에덴동산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라고 한 밀란 쿤데라,


'한 번 멋진 개를 기르고 나면 개가 없는 삶은 반쪽짜리일 뿐이다. ' 라고 한

딘 쿤츠의 표현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