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에 이어 댄스로 물들 TV
영화는 그 시대를 보여주고, TV는 그 당시의 사람들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미디어를 알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TV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전환점이 시작되려 한다. 무슨 일이 펼쳐지는 걸까? 미디어를 통해 들여다보는 대중의 시선을 읽고, 다음 시대를 엿보는 시간.
어떤 유형의 콘텐츠가 빅히트를 치면 연달아 유사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과거 슈스케 (슈퍼스타K) 이후에 위대한탄생이나 K-POP스타가 나왔고, 최근 수년 동안에는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이 국민 프로그램이 되면서 TV를 틀면 어디에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방송 콘텐츠는 기획부터 방송되는 기간이 최소 몇 달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이런 메가트렌드가 생기면 2~3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하나가 터지면 왜 이렇게 계속 유사한 프로그램이 나오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다. 방송의 메가트렌드를 소재로 하면 더 쉽게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고, 방송 콘텐츠의 주 수입인 방송 광고와 콘텐츠 판매에 있어서도 좀 더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불후의 명곡'와 같이 먼저 나온 '나가수'보다 더 오래 이어가는 콘텐츠로 자리 잡아 방송사의 쏠쏠한 수익과 라인업을 채워주는 역할로 이어가기도 한다. (국민 프로그램이 된 1박2일도 처음에는 무한도전 포맷을 의식한 프로그램이라는 반응이 많았으나, 나름의 방식으로 진화해 나갔다)
그리고 작년 국민 프로그램으로 등극한 하나의 콘텐츠가 있었으니, 바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 스우파는 국민을 울리고 감동시키며, 무대 위의 조연이었던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이후에 다양한 댄스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특히 Mnet은 넥스트 테마로 아예 댄스를 택해 댄스 콘텐츠의 세계관을 준비 중에 있다. 바야흐로 댄스 콘텐츠 시대 2.0의 시작이다.
쇼미더머니로 힙합이란 장르를 메인으로 끌어올린 Mnet은 이어서 언프리티 랩스타, 고등래퍼로 확장하였고 프로듀스 101의 히트를 시작으로 남자 버전, 글로벌 버전으로 확장하며 워너원과 아이즈원을 세상에 탄생시켰고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또다시 터뜨린 잭팟, 스우파로 끝나지 않는 것은 예상 가능했던 행보. 올해 스우파의 남자 댄스 버전,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를 선보인다.
스우파가 만든 스타들, 아이키나 리정부터 허니제이까지 댄서들은 광고부터 온갖 방송 콘텐츠에 등장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는데, 다른 방송사가 이를 놓치지 않고 이어나간다. 메가트렌드의 2차 확산은 먼저 경쟁 채널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기존 성공방정식에 하나의 키워드를 더한다. 그리고 반격의 중심에는 JTBC가 있다.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을 심사위원으로 한 브레이킹 크루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다운'을 방영해 인기를 끄었고, '쇼다운 콘서트'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 '스우파'에 출연했던 아이키와 리정 등 댄서들을 중심으로 '플라이 투더 댄스'를 방영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펼치는 댄스 '버스킹' 프로그램으로, 국내 뮤지션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길거리 공연을 선보였던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이 떠오른다. 스우파에 등장하지 않았던 댄스계의 아이콘들이 합류해 강력한 화력으로 시작을 알리고 있다.
상당히 강력한 경쟁 채널의 습격, 이에 스우파의 원조 채널 Mnet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댄싱나인부터 썸바디, 스우파까지 댄스 프로그램의 오리지널이자 음악 채널의 명가 Mnet은 이에, '댄스 IP'(지식재산권)라는 표현을 쓰며 다음에 펼칠 '댄스 세계관'을 선언했다. 앵커 프로그램 (채널의 킬러 콘텐츠)을 맡을 스맨파 뿐 아니라 '비 엠비셔스', '뚝딱이의 역습', 'Be the SMF' (7월 방송 예정)까지 댄스 프로그램들을 연달아 선보인다. 앞서 스우파로 '댄서들의 세계'를 대중에게 알렸다면 더 나아가 댄서들의 콘서트, 음원으로 이어가고 새로운 댄서 발굴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 한마디로, Mnet가 만들 댄스 유니버스이다.
스맨파의 프리퀄 격인 '비 엠비셔스' 마지막 방송은 1539, 2049 남녀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일반인이 등장하는 '뚝딱이의 역습' 1화는 1539 타깃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스우파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스맨파의 한방을 향해 빌드업을 해가는 과정이자, JTBC와 같은 잠재적인 진입자를 향해 방어벽을 쌓는 과정이다. 작년 국민을 열광시킨 스우파의 열풍을 남성 댄서들로 이어갈 수 있을지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스우파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배경으로 유튜브와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로 확산하고, 글로벌 팬덤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 자리 잡고 있다. TV+디지털 채널 믹스의 성공사례를 이어가기 위해 '더 춤'(The CHOOM)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여기에서 Mnet의 다양한 댄스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우파'로 쏘아 올린 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여 콘서트, 음원까지 모두 시청자에게 선보일 계획이고 이 채널은 디지털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공간, 이렇게 TV를 넘어 디지털로 '댄스 세계관'을 넓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Mnet은 워너원이나 아이즈원처럼 새로운 댄스 스타들로 또 다시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과거에는 지상파의 평일 7시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얻는 주요 시간대였다. 이후에 평일 밤 10시, 11시로 넘어갔고 이제는 본방송을 넘어 티빙이나 웨이브 같은 OTT를 통한 다시보기까지 콘텐츠를 만나는 구간이 확장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닿아 있고, 인기 있는 소재와 방식 또한 수년 단위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당시에는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었고 열광했는지 읽을 수 있다.
과거 쉐프의 시대가 존재했고, 한 때는 요가 강사가 주목을 받았다. (그 때 등장한 백종원이라는 방송 괴물은 지금까지도 강력한 아이콘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연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반인이 브랜드가 되고 있고, 심리학이라는 낯선 주제로 오은영 박사의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다음은 댄서의 시대가 이전보다 더 커지게 될까? 그리고 또 어떤 소재와 어떤 직업군의 사람들이 무대에 서게 될까? 다음 펼쳐질 모습을 알면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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