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나에게 맞는 무기 찾기
콘텐츠 보는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만화를 보면 고유의 캐릭터마다 무기나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해양 로망스물 원피스에서 조로는 삼검류를 사용하고,
상디는 발을, 루피는 고무고무 주먹을 주로 활용한다.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은 3점슛에 능하고,
강백호는 리바운드, 송태섭은 패싱에 탁월하다.
이걸 회사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어느 분은 프레젠테이션에 탁월함이 있고
어느 분은 안정감 있게 프로젝트 밸런싱을 잘 한다.
어느 분은 성과 중심으로 업무를 잘 끌고 나간다.
어느 분은 의전 능력에 두각이 있다.
직장에서 어느 사람을 떠올릴 때,
어느 타입이냐와 (성향) 어느 부분에 잘하고 못하는지 (역량)
떠오르며 동시에 특정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직장 생활을 잘 한다는 것,
회사에서 일을 잘 한다는 것의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다.
지각 않고 성실하게 본분을 다하는 것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며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
과거의 이들이 주요 지표들이었다면
이제는 자기만의 '무기' 개발이 필수이다.
두루두루 이것저것 무난무난한 사람이
한 곳에서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면
직무 이동, 부서 이동 그리고 이직이 잦고
그 과정에서 경쟁률도 치열한 지금 시대에는
대체 불가능한 자기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그럼 어느 것으로 자기의 무기화를 하여,
현재 회사에서 그리고 이후 다른 회사에서
또는 테두리 밖에 나와서 자기 일을 하면서
그 무기를 활용해 날선 공격력을 이어갈 것인가?
먼저 자기만의 무기를 발굴해서
자기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어느 편의점 회사에서 점포를 개발했던 사람이 있었다. 10년 동안 이곳저곳을 돌며 편의점 자리만 보고 다니더니 어느새 편의점 자리를 넘어 전반적인 상가 입지가 보인다더라. 그게 보이다보니 상가투자도 하고, 더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새 실전 상가투자의 고수가 되었고 그 길로 회사를 떠나 강연과 투자를 하면서 수많은 상가를 가진 재벌이 되었다.
>> 편의점 직원이 입지 보는 눈을 키우다가 상가왕이 되었다.
어느 회사에서 포스팅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 있었다. 포스팅을 만들다보니 어떤 콘텐츠에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알게 되고 그 노하우를 점점 쌓아 능숙하게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운영을 하다보니 무언가 가능성을 보았나보다. 그러다가 퇴사해서 자기의 그림으로 (슥슥 낙서만화 같은 느낌) 영화 리뷰를 하더니, 책도 내고 굿즈도 내고 어느새 영화리뷰 만화로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주식리뷰 만화로 확장했고 더 나아가 지금은 모든 것의 리뷰로 확장하고 있다.
>> 한 회사원이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다가 만화 리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한 고졸 사원이 온라인 콘텐츠 유통회사에서 알바로 일을 시작했다. 열심히 하다가 정직원의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한달 간 독학을 해서 방법을 터득하고 기회를 터득했다. 일을 하면서 더 큰 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신규 사업팀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게임 방송이라는 기회를 발견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시작하고 점점 키우다가 결국 퇴사를 하고 전업으로 전향, 그는 결국 TOP 유튜버가 되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도서관의 이야기다.
>> 고졸 사원은 월 수억을 버는 유튜버가 되었다.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회사원이 슈퍼스타가 된 레전드 같은 사례도 많다.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판의 큰손이 된 윤제균 감독, 햄버거집 알바를 하다가 입소문이 나서 여배우가 된 남상미 등 기존업에서 새로운 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이와 다르게 앞서 이야기한 3가지 사례는 회사에서 자기의 일을 하다가 그 무기를 갖고 나와서 자기만의 아이덴티티와 영역을 만들어낸 사례이다.
특히나 점포 개발이나 리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아주 극소수의 job이 아니고, 적지 않은 이들이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그 일을 10년 이상 하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관리자가 되고 누군가는 그 일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든다.
(관리자로 가는 코스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행복과 성공의 척도는 없다만
더 높은 수입과 더 큰 영향력,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 시대에서 봤을 때 전자보다는 후자쪽을 지향하면 좋지 않을까?
그 생각을 나에게 적용해본다.
무슨 무기를 만들어 왔고, 그 무기 중 어떤 메인 아이템을 쥐고 가져가야 할까.
마케팅을 수년 넘게 해오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맡아봤고, 콘텐츠 기획하기 그리고 디지털 분야의 트렌드와 생태계에 밝아졌다. 이것이 나의 무기였다. 그걸 가지고 회사말고 나만의 콘텐츠로 세상에 한번 휘둘러보았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정작 1인 크리에이터로서 만드는 콘텐츠는 헤매고 있고, 그러다보니 콘텐츠 안에서도 본업이 마케터라는 말도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마케터가 만드는 콘텐츠 조회수가 왜이래요? 라고 스스로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직접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며 온라인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마케팅을 설계하고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내 브랜드와 콘텐츠의 설계는 단단하지 못하고 미약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내 등에 업고 있는 브랜드를 내려놓으면 어떻게 될까?
회사에서 휘두르고 있는 아이템을 내려놓으면 어떤 모습일까?
LV 20 에서 LV 2로 낮아진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아직 나의 무기는 강력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 혹은 담당 브랜드를 업고 그것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자신의 무기인 것처럼 느끼지만 실상 회사의 브랜드를 내가 빌려 사용하는 강력템이지, 그게 나만의 무기는 아니다. 그 강력템을 써보았다는 것이 명성 쌓는 데 도움은 될 수 있다만.
(내 브랜드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다. 하지마 궁극적으로 그것=나, 그것=내것은 아니다)
나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키워야 한다.
지금 일을 하면서. 그와 관련된.
나는 아직 준비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무기를 좀 더 단단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큰 브랜드와 큰 콘텐츠를 만지는 익숙한 손은 별개로, 작은 콘텐츠로 브랜드를 키워가는 법부터 익혀가려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해왔던 마케팅과 부동산, 취미라는 카테고리에서 고유의 영역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 무기들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한 어제와 오늘의 고민
또 회사 말고 자기만의 영역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오늘과 내일의 고민
이 고민의 흔적들이 세상에 회사일을 하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닿아
각자 자기만의 무기로 휘둘러 영역을 만들어가고, 더 많은 다양한 케이스들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커리어리에서도 매주 커리어와 인사이트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