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세상에 이런일이

중소기업이지만 열심히 다니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자 박경수대리. 그는 회사 내에서도 인정받는 인재였다. 언젠가 경력을 쌓아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체 하루하루 땀을 흘리며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이 좋았다. 


그랬던 그는 지금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경기도의 다세대 주택 빌라에서 그는 네이버에서 연신 자살하는 법을 찾고 있었다. 문제는 자살하는 법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각종 검색서비스는 자살하는 법을 알려주기는커녕 자살방지 상담전화번호만 알려주고 있었다.


“하 시발.. 죽기도 힘드네 정말”


경수는 눈물이 났지만 참았다. 소주병과 새우깡이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회사 일이 힘들어서 퇴근하면 헬스장에 갔다가 집에 와서 잠들던 경수였다. 하지만 최근 며칠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회사를 가니 일이 잘 될 리 없었다. 


“내 주제에 무슨 차야.. 애초에 사는 게 아니었는데..”


경수는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일어나서 밖을 쳐다보았다. 경기도 외곽이라곤 하지만 시골이나 다름없는 동네. 빌라 옆 갓길에 세워진 자신의 차. 중고차 시장에서 500만 원에 사 온 2010년식 나반테였다. 넉살 좋은 웃음을 띤 중고차 딜러는 요즘사람 답지 않게 실속이 있다고 경수를 추켜세워 주었다. 카푸어니 뭐니 말 많은 시대인데 자기 연봉에 맞게 차를 잘 샀다고 칭찬해 주었다. 경수는 표현하진 않았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한 푼 두 푼 저축하면 자신도 성공할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경수가 차를 사기로 결심한 건 회사에서 영업업무를 하게 되면서였다. 경수의 회사는 기계가공장치를 만들고 있었다. 경기도의 여러 공단을 돌며 영업을 해야 했다. 문제는 꽤 규모가 큰 공단이라고 해도 대중교통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었다. 경수는 자신의 형편에 보험료며 자동차세까지 내는 것은 버겁다고 생각했지만 사장이 유류비까지 지원해 주겠다고 나서자 더 주저할 수 없었다. 


차가 생기고 나자 그래도 경수는 생활의 질이 나아졌음을 느꼈다. 대중교통을 타고도 한참을 걸어야 했던 자신의 집에서 바로 나서서 회사까지 도착하니 어림잡아 1시간은 세이브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데이트할 때도 좋을 것 같았다. 낡고 오래된 국산차였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닐까. 경수는 스스로를 설득하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500만 원짜리 차를 샀다.


문제는 한 달 뒤에 발생했다. 추운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오후였다. 경수는 사장님에게 부품 하나를 옆 공단 거래처에 가져다 주라는 지시를 받고 트렁크에 부품을 실었다. 옆 공단까지는 10분 거리였다. 얼른 가져다주고 퇴근준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경수는 차를 몰았다. 부품을 전달하고 사장님과 자판기 커피를 한잔 하며 요즘 물가걱정을 한참 한 뒤 경수는 회사로 향했다. 오는 길에는 눈이 쌓이고 있어서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공단 길은 큰 차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보통 4차선 이상이다. 좌회전하는 차들이 많았는지 1,2차선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경수는 2차선에서 3차선으로 차선을 천천히 변경했다. 정지하고 있다가 옆 차선으로 이동이라서 속도는 걸어가는 속도보다도 느렸다. 그때였다. 뒤에서 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오면 세상이 조용해진다. 내리는 눈이 거리의 소음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거의 들릴락 말락한 접촉소리였다. 백미러를 쳐다보니 오른쪽 뒷문에 다른 차의 좌측 앞범퍼가 닿아 있었다. A는 2차선에서 3차선으로, 상대차량은 4차선에서 3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하다가 닿은 모양이었다.


경수는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렸다. 책과 유튜브에서는 접촉사고가 나면 일단 뒷목을 잡고 내리라고 했다. 경수도 그래야 하나 싶다가 너무 경미한 접촉이라 그냥 내렸다. 상대방도 차에서 내렸다. 비상등을 켠 채 우산을 쓰고 내리는 점이 경수와 달랐다. 경수는 상대 차를 보고 소름부터 돋았다. 국산차가 아닌 외제차였던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퀴에 쓰여 있는 영문자 BB를 보자 경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드라마에서도 잘 볼 수 없던 볼스보이스라니. 경수는 다리가 떨려옴을 느꼈다. 하지만 참았다. 지금 먼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불리할 것 같았다. 상대가 더 뒤쪽에서 부딪힌 것이니 괜찮을 것이다. 


BB을 타는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닐 것이라 경수는 생각했다. 그러나 우산 아래 보이는 얼굴은 젊은 남성이었다. 경수와 비슷한 또래 같았다. 그는 경수에게 먼저 괜찮냐고 물었다. 눈이 많이 오니 길이 얼어서 서로 잘못 운전한 것 같다며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경수 역시 보험사를 부르고 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었다. BB 차주는 사진을 두어 장 찍더니 춥다며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경수는 자신의 나반테와 BB를 살펴보았다. 나반테는 받친 부위에 살짝 흠이 패인 정도였다. BB 역시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다만 온통 검은색으로만 보였던 BB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코팅지 같은 것 차 모서리에 덮여 있었다. 셀로판테이프 위에 사인펜으로 해 놓은 낙서 같은 그림이 보였다. 뭔지 모를 동물이 낙서처럼 그려져 있고 한자가 주변에 쓰여 있는 그림이었다. 경수는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예전에 그린 그림을 떠올렸다. 볼스보이스에 저런 이상한 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다니 별 사람이 다 있네. 경수는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흠집방지 스티커일지도 모른다. 그 편이 더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갓길로 차를 옮겨둔 뒤 5분도 안되어 상대방의 보험사가 도착했다. 사이렌을 엄청나게 울리며 큰일이 난 것 마냥 오는 모습이 무슨 소방차 같았다. 보험사 직원은 차에서 내리자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며 BB차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경수에게 보험사를 불렀냐고 물었다. 경수는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10분 뒤 경수의 보험사 직원이 레커차를 타고 등장했다. 양측 보험사 직원은 BB차주와 경수에게 몇 가지 상황을 물었다. 양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가지고 있던 태블릿에 카피한 뒤 보험사 직원은 경수에게도 가 봐도 좋다고 말했다. BB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경수는 몇 번이나 보험사 직원에게 물었다. 저쪽보다는 내 차가 조금 더 깊이 파였지만 일단 양쪽 차 모두 아주 경미한 사고이니 괜찮지 않겠냐고. 내 차보다 저쪽 차가 더 비싼 차이니 불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보험회사 직원은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선생님, 솔직히 저도 10년간 이 업무 하면서 볼스보이스는 처음 봅니다. 차량 가액이 커서 보험사에서도 전담 직원이 붙을 것 같아요. 하필 이 차를 부딪히시다니.. 조심하지 그러셨어요.”


“아니.. 저기요. 제가 먼저 들어갔고 뒤에서 받은 건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리고 일단 제차는 티가 나지만 저 차는 흠집도 찾기 어려운데요.”


보험회사 직원은 들고 있던 태블릿을 클릭하며 말했다.


“네 선생님 말씀은 이해하는데요. 저보다는 본사에서 판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확인된 증거자료를 잘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선생님께서도 귀가하시지요.”


경수는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창 주행 중에 난 사고도 아니고 정지상태에서 차선변경 중 난 가벼운 접촉. 일반적인 차량 간의 사고였다면 서로 인사하고 지나다고 될 만한 경미한 일이었다. 그러나 상대차량은 국내에 몇 대 없다는 볼스보이스였다. 아니 대체 BB가 왜 이 보잘것없는 공단에 나타난단 말인가. 대체 이렇게 운이 없을 수가 있을까.


예상보다 한참 지나 회사에 도착하니 사장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경수는 일어난 일을 그대로 설명했다. 나반테 블랙박스 영상도 보여주었다. 2 채널 블랙박스에는 앞과 뒤의 영상만 찍혀 있어 상대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사장은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일이니 자신도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경수를 다독였다. 그러나 상대 차량이 볼스보이스였다는 말을 듣자 사장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후 퇴근할 때까지 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수는 그날 이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잠도 안 오고 식욕도 없었다. 업무 중에도 계속 볼스보이스 차량가액과 수리비용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친 가격이었다. 그나마 가격이 공개된 건 몇몇 기종뿐이다. 사고가 난 볼스보이스 상위 차종인 ‘서큐버스’는 아무리 검색해도 차량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주문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한 땀 한 땀 장인이 만들기 때문에 차량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대략 한대 값이면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다세대 빌라 건물 4채를 살 수 있었다. 수리비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다. 인생 32년 중 이번 사고가 인생 최대의 위기가 아닐까. 경수는 절망했다. 


사고 후 3일째 되던 날 드디어 보험사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경수는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회사 계단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하느님과 부처님, 알라신까지 그는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신을 되뇌었다.


“여..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생생자동차보험 김동식 과장입니다. 이번 볼스보이스 사고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통화가능하세요?”


담당자 목소리는 명랑했다. 경수는 왠지 안심이 되었다. 담당자 목소리가 이렇다는 건 뜻밖에 별일 없다는 뜻 아닐까. 경수는 그 몇 초의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일단 사고처리는 상대방 보험사와 이야기를 해 봤는데, 상대차량이 과실 80%, 우리 차 과실 20%으로 논의 중입니다. 선생님 차량이 먼저 차선변경을 하셨고 상대차량은 후방에서 선생님 차량을 주시했어야 하는데 못했습니다. 후방차량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아 역시 그렇죠? 그런 거죠? 아 그래도 20%라니 너무 큰 것 같은데요. 상대차량이 그 BB인데.. 수리비가 보험으로 될까요?”


“네. 상대차량이 볼스보이스이다 보니 아무래도 수리비가 단가가 좀 있네요. 거기다 상대방이 동급의 차종으로 렌트를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볼스 보이스 본사에서 부품이 와서 수리를 할 때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되는데 그 기간 렌트비만 1억 정도 예상되네요. 부품값은 약 2천만 원 정도고요.”


경수는 귀를 의심했다. 렌트를 또 볼스보이스로 한다고? 


“아, 저도 이번에 이것저것 알아봤는데요. 2016년인가 법이 바뀌어서 외제차 렌트는 동급의 국산차로 처리되는 것 아니었나요? 물론 볼스보이스 배기량이랑 같은 차면 큰 차겠지만.. 렌트비가 1억 원이라니요. 이건 무슨…”


김동식 과장은 경수의 질문에 답했다.


“아 검색해보셨나 보네요. 맞아요. 맞는데… 2021년 2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이걸 뒤집는 판결을 냈어요. 그때도 선생님처럼 외제차 접촉사고 건이었는데요. 법원에서 배기량, 연식 외에 차량가액, 주행성능, 디자인, 브랜드 가치등을 적정한 임대료 산정 시 중요 요소로 고려하라고 판결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설명을 많이 해서인지 김 과장은 침을 삼키고 다시 말했다.


“동급의 다른 차를 타면 볼스보이스 본연의 하차감 같은걸 재연을 못하니, 그 차를 타라고 법원에서 인정해 준 거예요. 지금 이거 때문에 보험업계는 난리예요. 선생님의 케이스에서도 이 판결에 근거해서 상대방이 또 볼스보이스를 빌리려 하는 거고요.”


김동식 과장은 담담히 설명해 나갔다. 그러나 경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라에서 문제점을 개선한 것을 지방법원에서 뒤집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물배상 범위 내에서 처리가 되네요. 대물을 적게 드시는 분이 많은데.. 5억으로 해 두셔서 다행이에요. 초보 분들은 이렇게 올려서 가입하는 경우가 드문데, 잘하셨네요. 렌트비 1억 원에 부품값 2천만 원의 20%니 당연히 보험 내에서 처리가 가능합니다. 대신 내년에 보험료는 꽤 오를 거예요”


경수가 차를 산다고 했을 때 주변 친구들은 대물배상은 최대로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초보운전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경수는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자신이 생각한 바와는 달랐지만 이렇게 끝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김동식 과장의 목소리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저.. 선생님. 지금까지는 저희 보험사에서 처리해 드려야 할 일이라서 말씀을 드린 건데요. 곧 연락받으실 테지만 다른 문제가 또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무슨 문제요?”


김동식 과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선생님은 저희 고객이시니 먼저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요. 이번에 사고가 난 상대방 차량이 처음에 저희 보험사에 피해보상을 요구한 건 차량만이 아니었습니다. 차 표면에 유명한 스님의 그림을 붙여두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제는 돌아가셔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아주 유명한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경수는 사고 날 차에 붙어있던 큰 스티커 같은 그림을 떠올렸다.


“아, 범퍼랑 차 옆에 드문드문 붙어있던 대형 스티커 말인가요?”


“네 보셨군요. 저희도 그것 때문에 상대방의 볼스보이스를 확인하러 직접 방문했습니다. 돌아가신 유명한 화가이자 스님인 금현스님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차 귀퉁이에 청룡, 주작, 현무, 백호를 그려 넣은 사신도라네요. 차를 캔버스 삼아 그린 예술품이라고… 볼스 보이스는 실제로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커스터마이징을 해 준다고 하네요. 스님이 그린 그림을 붙일 공간을 만들어 준 모양입니다.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했습니다.”


경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김동식 과장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번 사고로 그림에 손상이 갔으니 이 또한 보험사에서 보상하라는 게 상대방의 주장이었습니다. 저희도 면밀히 검토했는데요. 자동차 보험은 차량의 고유 가치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외부에 차주가 임의로 그린 그림은 보장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상대방에게 그렇게 전달했고요.”


경수는 김동식 과장의 다음 말이 궁금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말은 아니길 바랬다.


“그래서.. 상대방 측에서는 선생님께 민사소송을 하겠다는 것 같습니다. 만약 연락을 받으시면 변호사를 잘 쓰셔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미리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아 같이 말씀드립니다.”


경수는 혼란스러웠다. 보험처리를 하고 보험료가 대폭 오르는 결론은 그도 예상했던 바였다. 그것만으로 경수에게는 엄청난 피해였다. 그런데 그림? 예술품?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 저.. 그 그림이 가치가 얼마나 하는 건가요? 돌아가신 분의 유작이라면 비쌀 것 것 같은데요…..”


“네, 구매 가격이.. 200억이라고 합니다.”


경수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선생님, 연락이 오면 잘 응대하시기 바랍니다. 저희 보험사에서 도와드릴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고요. “


경수는 김동식 과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밝았던 것은 자신들이 대물보상을 2,400만 원까지만 하고 끝내게 되어서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사와 통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법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문제의 그림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경수는 회사 복도에 주저앉고 말았다. 법무법인에서는 과실비율 20%에 근거하여 그림 가액 200억 중 40억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의견이나 합의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말을 남겼다.


경수는 자신의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0년간 모아야 금현 스님의 사신도 그림 일부를 물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고 소중한 연봉은 계산하기도 편하게 해 주는구나. 경수는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사람이 충격이 너무 크면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날 수 있구나. 경수는 퇴근할 때까지 내내 웃음이 나왔다. 사장에게 그림 이야기를 하자 사장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는 날 도와주겠다더니… 부아가 치밀었지만 한편 이해도 갔다. 사장이라고 이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이 회사를 팔아도 40억이 안될 것 같았다. 경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5백만 원짜리 차로 낸 사고로 40억을 배상하라니. 정말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경수는 퇴근하는 길에 소주 5병과 새우깡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소주를 마시며 네이버를 연거푸 검색했다. 민사 소송은 몇 년은 갈 것이다. 변호사비는 어떻게 할 것이며, 소송결과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상대방에게 내 상황을 말하고 빌면 나아질까. 경수는 별별 생각을 다 하기 시작했다. 취기가 올라오자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보였다. 운전을 하면서 느꼈던 모든 일들이 이해가 갔다. 도로에서 자신의 차 나반테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과실 비율이 높건 낮건 싸구려 국산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금현스님의 그림으로 무장한 볼스 보이스라면 주변 모든 차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스치면 사망인 것이다. 볼스보이스의 과실비율이 더 큰 사고가 나더라도 휘말리는 순간 대미지가 너무 컸다. 


경수는 두 번째 소주를 땄다. 안주로 사 온 새우깡은 아직 뜯지도 않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났다. 비싼 외제차를 가진 자는 돈의 보호막을 쓰고 있었다. 사실 자동차란 이동수단일 뿐인데 왜 저렇게 비싼 차를 사는 걸까? 과시욕이겠지? 그렇다면 저 많은 과시욕으로 인해 사람들의 보험료가 오르고 그 보험료를 모두가 나눠 분담하는 건 정상인가? 부자들의 과시를 위해 우리 모두가 희생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소주가 들어갈수록 경수는 이 사회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요즘 ‘이세계 환생’ 만화가 유행이던데 자신이야 말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세 번째 소주를 딸 무렵, 경수는 자신의 자살 뒤 벌어질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검색해 보니 소송은 취하된다고 한다. 누구에게 남겨줄 재산이라고 해봐야 쥐꼬리만 하니 크게 걱정할 것 없어 보였다. 이번 생에 결혼은 어차피 못할 것 같았다. 처자식이 없어서 다행이다. 친구 중 그래도 연락해야 할 놈들 몇이 떠 올라 한 번씩 전화를 돌렸다. ‘곧 자살할 테니 다음 생에서 보자 친구야’라고 말하진 못하고 간단한 안부를 묻고 끊었다. 자살방법은 전통의 번개탄을 쓸 계획이다. 차 안에서 피우면 비교적 고통 없이 끝날 것 같았다. 너반테 안에서 볼스보이스 때문에 죽은 직장인이라니. 이 무슨 코미디 같은 뉴스인가. 사회면 1면에 나올 만하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경수는 이 사태의 전모를 기자에게 알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죽을 수 있지만 너무 억울했다. 왜 도로에 말도 안 되게 비싼 차를 끌고 나와서 불쌍한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걸까! 사람들이 이 사건을 많이 안다면 죽어도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경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기자가 누가 있을지 떠올렸다. 한 명이 생각났다. 연락하기 정말 어렵지만 가끔 생각났던 그 사람. 경수의 전여친 지수였다. 

지방신문사인 생생일보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건너 들었는데 그때는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실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었다. 지방대를 다닐 때도, 취업준비를 할 때도 서로 열심히 하자고 용기를 주던 사이였다. 경수가 취업한 뒤 지수는 취업에 연거푸 실패했다. 경수는 열심히 위로했지만 지수는 오히려 그게 더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지수는 경수에게 자신의 그릇이 작아 미안하다며 웃으며 헤어지자고 했다. 그게 2년 전 일이다.


세 번째 소주병이 비워지고 있었다. 경수는 용기를 내서 스마트폰을 들었다. 1번을 오랫동안 누르자 전화가 걸렸다. 화면에는 ‘절대 술 먹고 전화하지 말 사람’이라고 저장된 이름이 표시되었다. 경수는 생각했다. 


‘밤 12시인데 안 받겠지.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욕할 거야. 전남친이 술 먹고 한밤중에 전화하다니 너무 뻔한 패턴이잖아 라면서. 번개탄 소식을 접하면 좀 슬퍼해 주려나. 아! 아니다… 경찰이 지수에게 전화하겠구나. 마지막으로 통화를 시도한 인물로 특정되겠네. 아 이 생각을 못했다. 난 끝까지 지수에게 피해만 주는구나… 지금이라도 끊을까 어쩌지…’


“여보세요, 경수 오빠?”


“… 지.. 지수니?”


“오빠 오랜만이네. 잘 지내?”


경수는 옛날 생각이 확 몰려왔다. 상황 때문인지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괜히 전화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참았다. ‘나 곧 죽을 건데 마지막으로 목소리 들으려 전화했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늦은 시간에 미안. 취업했다고 들었는데 축하연락도 못했네. 축하해 기자 된 거야?”


“아 뭐야 들었구나.. 응. 지방지 사회부지만 그래도 기자가 되었네. 축하 고마워.”


경수는 지수가 기자가 되었다는 말에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 어차피 죽을 각오를 한 거 옛 연인에게 도움이 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 3병을 먹었음에도 경수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또렷해졌다.


“아 밤늦게 미안해. 혹시 늦은 시간이라도 괜찮다면 내 이야기 한번 들어줄래? 기사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내 입장에선 너무 답답해서 말이야. “


“헐.. 2년 만에 한밤중에 전화해서 기사제보? 완전 뜬금없는데?”


“아 미안 아무래도 그렇지? 그럼 다음에…”


“잠 다 깼어. 잘 지내고 있어? 그래 무슨 내용인데?”


경수는 볼스보이스 덕분에 지수랑 다시 통화하게 되었으니 그래도 뭐라도 건진 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수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상세히 지수에게 설명했다. 술 때문에 생각이 나지 않을까 봐 오히려 더 정신 차리고 경수는 또박또박 말해나갔다.


지수는 처음에는 건성으로 듣다가 볼스보이스와 그림 이야기가 나오면서 목소리의 톤이 달라졌다. 초보 기자이지만 뭔가 기삿거리 냄새를 맡은 것이었을까.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지수는 다음날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다. 신문사에서 확인해 볼 것이 있다고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한 후 끊으려 할 때 지수는 경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빠, 많이 힘들겠네. 그런데 이런 걸로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마. 기자 되고 나니까 험한 꼴을 많이 봐서 노파심에 이야기하는 거야. 일단 오늘은 자. 내일 다시 전화할게.”


지수는 경수를 잘 알고 있었다. 미리 무언가 느끼고 한 소리였을까. 경수는 며칠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았다. 통화 후 경수는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이튿날 오후, 술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픈 경수에게 지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술은 좀 깼어? 오빠 이야기를 어제 듣다 보니 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어서 오늘 출근해서 좀 확인해 봤어.”


“아 고마워 지수야.. 어제 내가 뭐 실수한 건 없지?”


“응. 할 말만 하고 끊던데? 일단, 볼스보이스면 엄청 비싼 차잖아. 거기에 그렇게 비싼 그림까지 입혔다면 말야. 오빠 같으면 그 차를 가지고 나갈까? 운전을 할까? 흙이나 돌이라도 튀면 어쩔 것이며, 비 오고 눈 오면 어쩔 건데?”


지수의 말에 경수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사고처리로 정신이 없어서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림을 범퍼 스티커 정도로 생각한 것이 오히려 이런 생각을 막았던 것이다.


“볼스 보이스에 200억짜리 그림을 붙이는 사람이면 차고도 당연히 크게 있을 텐데 그런 사람이 굳이 이 차를 몰고 나갈까? 차가 아니라 이건 이미 작품의 반열이잖아. 굳이 이런 차를 몰고 나가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해. 여기에 대한 답은 하나야.”


경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 지수의 눈엔 보일리 없었지만.


“차량 소유주와 운전자가 다를 거야. 그리고 운전자는 허락을 받지 않고 나간 거겠지. 물론 그게 오빠 입장에서 사고처리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하지만 내게 기사거리로는 중요한 포인트야.”


“아 정말 그렇겠구나. 지수는 여전히 예리하네”


지수는 숨 돌리지 않고 다음을 이어 말했다.


“두 번째는 말도 안 되는 그림의 가격이야. 200억이나 하는 그림이 세계적인 고급 차에 붙은 채로 거래가 되었어. 금현 스님은 실제로 유명한 화가야. 그분이 남긴 그림인데 이게 뉴스가 안될까? 오늘 출근해서 미술품 경매 사이트를 열심히 찾아봤어. 이런 뉴스는 전혀 없었어. 이 말을 정리하자면… 탈세를 위해 지하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된 그림이지 않을까 의심이 돼.”


이번에는 지수가 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국내에 볼스보이스 서큐버스 모델은 몇 대 없어서 소유주가 누구인지 금방 찾을 수 있어. 오빠가 공단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아마 금방 나올 거야. 거기에 이번 사고의 사실관계를 물어보면 당황할걸? 시끄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 일단 한번 파 볼게.”


“지수야 너 정말 대단하다.. 난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사고 났을 때 옆자리에 누군가 있었어. 끝까지 내리지 않았는데, 선팅이 진해서 얼굴은 안보였지만 여성이었어. 어디 그룹 회장의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왔다던가 그런 거 아닐까? 지금 네 이야기 듣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


지수는 경수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오 좋아, 그런 단서. 앞뒤가 서서히 맞아 들어가니 재미있네. 앗 미안.. 재미있으면 안 되지. 오빠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또 연락할게.”


“고마워 지수야. 진짜로..”


“오빠, 대한민국에서 통하는 마법의 단어, 몰라?”


“마.. 마법의 단어?”


“마법의 단어! ‘취재가 시작되자~’의 힘을 무시하면 안 돼! 잘 될 거야. 오빠 너무 걱정하지 마. 안녕!”


지수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경수는 불쑥 연락했는데도 고민해 주는 옛 연인이 너무 고마웠다. 

그 뒤로 몇 주간 지수는 계속 경수와 연락하며 취재를 이어갔다. 경수에게 전달된 송장의 내용을 근거로 지수는 볼스보이스 소유주가 어떤 회사이고 그림은 어떻게 차에 붙어있게 된 것인지 추적해 나갔다. 대부분 지수가 예상한 내용 대로였다. 소유주는 JS패션그룹 회장이었고 차를 몰고 나갔던 것은 그의 외아들이었다. 다른 많은 차가 있었음에도 여자친구가 그 차를 보고 싶어 하자 자랑할 목적으로 가지러 간 것이다. JS그룹 회장은 볼스보이스를 JS패션 공장 주차장 한켠에 따로 차고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외아들이 아버지 몰래 차를 가지고 나왔고, A와 공단 도로에서 사고가 난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차가 비싼 건 알았지만 그림이 붙은 차였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았다. 알았다면 사건 당일 주변을 좀 더 살펴보지 않았을까. 지수는 이렇게 추리했다. 


지수는 이 사건을 생생일보 사회부장에게 보고했다. 생생일보는 지역신문사로서 늘 특종에 목말라 있었다. 사회부장은 이 사건을 듣자 바로 전담팀 구성을 지시했다. 기획기사의 헤드라인이 잡혔다. ‘그림이 그려진 명품차를 아십니까’를 시작으로 ‘미술품을 통한 탈세의 위험성’, ‘초고가 외제차, 모두의 자동차 보험가격을 올린다’까지 여러 꼭지가 나왔다.

지수는 사회부장과 함께 JS패션그룹 홍보팀장을 만났다. 전 남친인 경수 덕에 시작한 취재였던 만큼 경수를 돕기 위해 지수는 나름의 거래를 시도했다. 아이디어는 생생일보 사회부장이 주었다. 사회부장은 JS 홍보팀장에게 취재 내용과 기획기사 내용을 공유했다. JS 홍보팀장은 노련했다. JS그룹은 보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생생일보에 1년 치 광고물량을 약속했고 경수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다. 영화에 흔히 나왔던 언론의 뒷거래였다. 생생일보 입장에서는 큰 성과였다. 지수는 이 건으로 인해 특별 보너스는 물론 연말 승진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건 겨울이었지만 정리가 되고 나니 봄이었다. 지수는 지금까지의 경과를 숨기지 않고 경수에게 공유하고 있었다. JS그룹과의 협의가 끝난 후 지수는 경수를 만났다. 


“오빠, JS 쪽에서 우리 조건대로 하기로 했어. 결과적으로 윈-윈이네. 아무도 피해 본 사람 없이 잘 끝났어”


“지수야 너무 고마워. 사실 너한테 전화한 그날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네가 날 살린 은인이 되다니. 인생 정말 알 수 없네 참.”


“뭘, 덕분에 나도 승진까지 했는 걸. 돈도 벌었고. 물론 악덕기자가 되긴 했지만.. “



지수는 웃으며 말했다. 경수는 지수에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 그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마시던 커피도 거의 다 비워져가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라도 더 해서 붙잡고 싶었다. 경수는 지수에게 말할까 말까 고민했던 것을 말하기로 했다.


“지수야, 사고 났던 그날 눈이 왔었거든. 많이 왔었어. 상대방은 우산을 쓰고 내릴 정도였으니까.”


“응, 그랬다면서.”


“그래서 나도 눈을 맞으며 차 상태를 확인하는데, 바닥에 셀로판지인지 스티커 같은 게 떨어져 있는 걸 보고 버리려고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거든. 그리고는 사건처리하면서 잊어버렸어.”


지수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그날 입었던 파카는 집에 걸어 놓고 더 입지 않았거든. 그런 느낌 있잖아. 재수 없고 부정탈 것 같은 생각.. 그래서 겨울 내내 걸어두다가 어제 옷정리를 하다가 생각이 났어. 주머니 속에 그대로 있더라. 내가 범퍼 스티커로 착각했던 그것.”


경수는 가방을 열고 연습장을 꺼냈다. 연습장을 펼치자 셀로판지에 그려진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숨기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결과가 그렇게 되었네. 어제 한참을 생각했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말이야. 아직 잘 모르겠어.”


둘은 주작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수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당대의 화가가 그렸다고 하니 주작은 당장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것 같았다. 200억짜리 그림은 4장이었고 차의 네 귀퉁이에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이 낙서 같은 그림이 50억이란 뜻일까. 지수는 그림을 당장 은행 개인금고에 넣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집에 가서 마저 이야기할래?”


경수의 말에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카페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경수는 주작 보다도 지수랑 더 있을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봄이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