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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Sep 23. 2024

스쳐 지나간 말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응원 #다시 #시작

육아휴직 기간 첫 프로젝트의 실패.

주말 동안 그 실패의 쓰라림을 소화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아이 데리고 갈만한 행사>를 주제로

뉴스레터를 제작해 보려고 했었다.

들인 시간/노력 대비 조회수가 높지 않았고,

워드 선점 경쟁에서 이길 자신도 없었다.


사실 준비 기간이 2주밖에 안 되어서

'실패'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렇지만

1년간 휴직 후에 홀로서기를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감정적으로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런데 주말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성급하게 새로운 시도를 실패로 단정 짓기보다는

연말까지는 한번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나오는 결과도 있으니까.

이렇게 180도 생각이 바뀌게 된 데에는

세 사람의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말 "여기서 그만두면 아쉬운데..."

뉴스레터의 첫 번째 구독자인 아내의 말이다.

아내는 박사 논문하는 바쁜 와중에도

SNS의 육아 관련 정보를 섭렵하고 있었다.

덕분에 어쩌면 내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와 전달 방식까지

전부 꿰뚫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가 내 콘텐츠를 인정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고.

주변 엄마들에게 뉴스레터를 공유할 정도였으니

날 위로하려고 했던 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번째 말 "작가님 시도를 응원합니다!"

브런치에서 최근에 인연을 맺게 된 분께서

지난 게시물에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셨다.

바라던 대로 일이 되지 않아 마음 상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댓글을 보고 마음이 회복되었다.

'나 누군가에게 응원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작가 이름뿐.

이름도, 얼굴도, 취미도 모르는 낯선 사람이다.

낯선 관계에서도 '말 한마디'의 힘은 유효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놀랍고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세 번째  "덕분에 아이가 좋아했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행사 한 곳을

주말에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준비하는데

누군가 "한울아빠~"라며 반갑게 불렀다.

돌아보니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부모였다.

그 부모는 아이와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내 뉴스레터를 보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내가 추천한 행사를 아이가 좋아한 덕분에

온 가족이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했다.

물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충격이었다.

내 콘텐츠를 보고 누군가 도움을 받았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콘텐츠의 가치를 '조회수'로만

평가하 성급히 실패라 단정 짓고 있었다.




주말에 내게 다가 '말'들이 고마웠다.

힘이 났고, 따스했고, 뿌듯했다.

내 세상은 곧 무너질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세상 참 살만 하다 생각이 들 정도이다.


스치듯 지나간 그 말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뉴스레터를 조금 더 진행하고 싶어졌다.

조회수로 대변되는 유명세와 돈벌이 수단이 아닌

나와 같은 처지의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말이다.


육아하는 부모들에게도 따스한 말을 건네야지.

내가 경험듯이 누군가의 따스한 말 한마디가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2024 서울거리예술축제 트래쉬페드 공연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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