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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Sep 27. 2024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못한 이유

#다이어트 #스트레스살 #공짜

몸무게를 재보니 4kg이 빠졌다. 

"엥? 왜 빠졌지? 2주 만에?"

의아하면서도 놀랐다.

어쩐지 요즘 몸이 가볍더라니...

빠진 이유는 모르겠지만 

줄어든 몸무게를 보고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살 빼기는 현대인들의 평생 숙제 아닌가.

나 역시 회사를 다니는 동안 살이 꾸준히 쪄왔다.

늘어나는 연차만큼 몸무게와 뱃살도 늘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은 "살쪘네?"라는 말을

반가운 인사처럼 할 정도였으니.

한 달 만에 만난 사람에게도

같은 인사를 받았던 건 충격이었지만.


회사 다니면서 살이 찐 이유가 있었다.

회의하다 당 떨어져서 초콜릿 한 입,

화창한 날씨에 매콤한 쭈꾸미 볶음 한 그릇,

나른한 오후에 최애 음료 녹차라떼 한 잔,

축하할 날에는 동료들과 소고기 회식,

지친 날에는 혼자 순댓국에 소주 한 잔.

업무 스트레스는 곧 음식으로 연결되었다.

아기가 귀여움의 상징처럼 젖살을 품듯이

스트레스받은 직장인의 상징처럼 살이 올랐다.


이걸 원한 건 아니었어




휴직하고 빠진 건 스트레스살이었나 보다.

휴직을 하니 먹는 음식이 좀 단순해졌다.

점심은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저녁은 집에서 가족들과 먹고 있다.

하루 중 크게 감정 동요할 일이 없으니

간식도 술도 먹을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요즘 날씨도 좋아서 자전거도 타고

먼 거리를 산책 삼아 걷고 오기도 한다.

한울이와 같이 축구도 자주 하고.


휴직하고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불과 2주 만에 달라진 내 모습.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나도 깜짝 놀란다.

배가 많이 들어가서 옷맵시가 살아나고

숨어 있던 턱뼈의 위치가 보이고 있다.

장난꾸러기 아내도 살 빠진 나를 놀린다.

"어? 여기 있던 배 어디 갔어?"

"조심해~ 턱선에 베어서 상처 나겠어"

그런 장난에 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살 빠진 것 그 자체로 좋기보다는

조금씩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좋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건강해야 해!"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라며

항상 내 건강을 걱정해 줬었다.


회사 다닐 때에는 몰랐지만 돌이켜 보면

스트레스 높은 환경에서 지냈던 것 같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일을 할 정도로 몰입했고

매년 해외출장도 8~10개국씩 돌아다녔다.

직장에 다니면서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스트레스로 큰 병을 얻은 선배들이 여럿 봤었다.

안타까웠던 건 회사는 물론 다른 누구도

 선배의 병을 책임져 주지 않았다는 점.

병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 선배들의 몫이었다.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는 당연하지만

건강을 해칠 정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육아휴직이 내 삶의 중요한 쉼표가 되어 주었다.

일을 쉬지 않았다면 나도 건강을 해쳤을 것 같다.

그랬으면 아내가 가장 많이 슬퍼했겠지.

나 역시 좌절과 후회의 삶을 보냈을 테고.

육아휴직 이유는 아내의 건강 때문이었지만,

지나쳤던 삶의 의미들을 마주치고 있다.


이러다가 행복해질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가『수사학』에서 언급한

행복한 삶을 위한 8가지 항목이 있다.

'건강한 신체' '안정된 마음' '뛰어난 능력'

'풍족한 재산' '화목한 가정' '절친한 친구'

'따뜻한 배려' '사회적 명성'

휴직 전후로 나 자신을 비교해 보면

이전에 소홀했던 부분이 상당 부분 채워졌다.

 

행복의 구성요소와 휴직 전후에 대한 내 상태 비교 (왼쪽: 휴직 전 -> 오른쪽: 휴직 후)




열심히 살아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달리기 때문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사는 이유를 물으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변할 것 같다.

그렇지만 정작 행복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게다가 오히려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특정 목표를 위해서

행복의 다른 요소들을 소홀하기 때문이겠지.

예를 들어 돈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든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무엇을 더 가질까?'보다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은 삶의 중요한 요소들에서

결핍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렇다.


내게 육아휴직은 놓치고 있던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기회이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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