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매일 하기는 그렇고, 덜 추운 날 생각나면 하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자고 남편을 졸랐다. 마른 몸임에도 조금씩 혈압이 오르고 있어 신경이 쓰였던 남편도 솔깃한 눈치였다.
그날, 저녁을 먹고 남편이 마당으로 나가서 걷자고 했다.
남편의 보폭을 70cm라고 가정하면 마당 1바퀴가 25m, 40바퀴를 돌면 1km가 되니 하루에 40바퀴씩만 돌자고 하였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 8시 30분쯤 되니, 밖은 이미 어두워질 데로 어두워진 시간이라 우리는 오징어등을 켜고 그렇게 정신 나간 인간들마냥 마당을 돌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가 마당에 나오면 개들도 다 따라 나와서는 코코 (포메라니안)는 고양이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담벼락에 붙어있고, 루루 (포메라니안)는 세상 귀찮은 것처럼 데크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마루 (골든 레 트리버)는 우리 부부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걷는다.
마루는 처음엔 열심히 우리 부부를 따라 걷다가, 조금 귀찮아지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 척, 무슨 냄새가 나는 척 멈춰 선다. 우리가 "마루, 이리 와!" 하면 바로 따라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가 반 바퀴 더 돌기를 기다렸다가 중간 길로 가로질러 따라오기도 한다. 따라다니기는 해야겠고, 귀찮고 힘들어서 걷기는 싫고...... 꾀를 피우고 농땡이를 치는 마루가 너무 귀엽다.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한밤중에 개와 열을 맞춰 걷고 있는 우리 부부를 누군가 지켜본다면 얼마나 웃길까.
엊그제 비가 오고 갑자기 추워져서 우리의 저녁 식후 걷기는 잠시, 어쩔 수 없이 쉬어가게 되었지만, 마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라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