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대노 Apr 15. 2022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식후 10분 걷기!

운동부족이다.

시간을 쪼개어 쓸 만큼 바쁘게 살지만, 책을 읽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대부분 앉아서 하는 일들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하루 2 천보를 걷지 않는 날이 허다하다.

코로나를 핑계로 더더더더욱 집 밖을 나가지 않으니, 살이 찌는 것도 문제지만 몸이 축나고 있다는 게 스스로 느껴질 만큼 저질 체력이 되어 있었다.


집에 운동실을 만들어 놓았지만, 누군가를 집에 초대했을 때 보여주기용일 뿐, 우리 가족이 운동실을 이용하는 일은 일 년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운동실엔 맥시멀 리스트답게 자전거, 스테퍼, 로잉머신, 워킹머신, 스트레칭 바, 거꾸리, 스쾃 머신에 멀티 홈짐 레그 프레스까지 갖추고 있지만 중고시장에 실사용 거의 안 함이라는 문구를 넣어줄 수 있을 정도로 아끼고 안 쓰는 중이다.

이렇게까지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다는 건, 공부 안 하는 애들이 해야 된다는 부담감으로 책가방만 무겁게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마음인 것이다.


'아, 이 몸뚱아리로 여생을 살아갈 수는 없는데.....'라고 고민하던 차에 눈이 번쩍 뜨이는 메디컬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식후 10분 걷기의 효과!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매일 식후 10분 걷기와 하루 중 30분 걷기를 비교해 보았을 때 식후 10분 걷기의 효과가 훨씬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이거라도 하자!



http://www.medical-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635



안 하던 운동을 갑자기 매일 하기는 그렇고, 덜 추운 날 생각나면 하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자고 남편을 졸랐다.  마른 몸임에도 조금씩 혈압이 오르고 있어 신경이 쓰였던 남편도 솔깃한 눈치였다.

그날, 저녁을 먹고 남편이 마당으로 나가서 걷자고 했다.


남편의 보폭을 70cm라고 가정하면 마당 1바퀴가 25m, 40바퀴를 돌면 1km가 되니 하루에 40바퀴씩만 돌자고 하였다.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으면 8시 30분쯤 되니, 밖은 이미 어두워질 데로 어두워진 시간이라 우리는 오징어등을 켜고 그렇게 정신 나간 인간들마냥 마당을 돌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가 마당에 나오면 개들도 다 따라 나와서는 코코 (포메라니안)는 고양이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담벼락에 붙어있고, 루루 (포메라니안)는 세상 귀찮은 것처럼 데크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마루 (골든 레 트리버)는 우리 부부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걷는다.


마루는 처음엔 열심히 우리 부부를 따라 걷다가, 조금 귀찮아지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 척, 무슨 냄새가 나는 척 멈춰 선다. 우리가 "마루, 이리 와!" 하면 바로 따라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가 반 바퀴 더 돌기를 기다렸다가 중간 길로 가로질러 따라오기도 한다. 따라다니기는 해야겠고, 귀찮고 힘들어서 걷기는 싫고...... 꾀를 피우고 농땡이를 치는 마루가 너무 귀엽다.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한밤중에 개와 열을 맞춰 걷고 있는 우리 부부를 누군가 지켜본다면 얼마나 웃길까.


엊그제 비가 오고 갑자기 추워져서 우리의 저녁 식후 걷기는 잠시, 어쩔 수 없이 쉬어가게 되었지만, 마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라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우리의 식후 10분 걷기 트랙
식후 10분 걷기를 함께 하는 마루와 끈끈해진 가족애


이전 10화 동심,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