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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노 May 04. 2022

고부사이,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닙니다. (에필로그)

<고부관계,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닙니다>를 시리즈로 쓰고 나서 사실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내 글을 편지 받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18년 만에 며느리의 벼락같은 고백에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지만, 확인해 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엄마가 이 글들에 라이킷을 누른 것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전화해보라 했지만 남편은 자기 엄마가 그런 걸로 상처받지는 않았을 거라며, 불편하면 나보고 직접 하라 했다.

엄마의 불편한 심기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냥 모른 체 하기를 선택했고, 이틀 후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아가, 내가 네 글들 다 읽었어. 나는 네가 그런 마음인 줄 하나도 몰랐는데, 그때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까 계속 눈물이 나서, 너무 미안해서 바로 전화를 못했어. 엄마가 네 마음도 모르고..."

전화기를 통해 울먹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했다.


"엄마, 나는 내 마음이 다 정리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글로 쓸 수가 있었던 거야. 그리고 4탄 읽어봤지? 엄마 잘못이 아니라, 내 마음이 혼자 요동쳤던 거라고. 내가 엄마한테 느꼈던 감정들이 그런 파도를 타다가 이제 엄마랑 나랑 잘 맞춰져 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러니 엄마도 상처받지 말아. 혹시라도 마음이 불편하면 4탄을 계속 읽어봐, 알았지?"

4탄에 쓴 몇 줄로 면죄부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저 4탄을 계속 읽어보라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지 할 말 다하고 사는 며느리 때문에 속앓이 했을, 그리고 앞으로도 속썪을 엄마!

엄마가 나를 엄마 자식이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엄마를 내 엄마로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던 거야.

엄마와의 관계가 이만큼 좋아지는 과정 중에 있었던 과거이니까, 이 글들도 그저 그 과거의 기록이라고 생각해주세용~ 사..사..사랑합니다!





https://brunch.co.kr/@jinykoya/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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