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슬금슬금… 신경 쓰이는 것
사실 한글 아닙니까?!
요즘에는 다들 한글 떼는 건 기본이고,
영어학원에서 파닉스 떼고 간다던데?
수학도 십의 자리 덧셈 뺄셈부터
구구단까지 외우는 애가 있다던데?!
여기서 얘기하는 한글은
마치 ‘기본값’처럼 들립니다.
당연히, 마땅히
다 읽고 쓸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7살의 아이를 둔 부모님은
마음이 급해집니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한글 떼고 간다던데,
그럼 우리 애도 늦기 전에 한글 떼준다는 학원이라도 보낼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한글 안 가르쳐 주시나?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보통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국가가 발표한 누리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기관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누리 교육과정에는
한글 가르치는 내용이 없습니다.
한글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우는 것으로
국가가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부모의 요구나
원장님의 철학을 바탕으로
일부 기관에서는 방과후 활동 등으로
한글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넘어서,
국가 인증 한글을 처음 배우는 시기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로서
학교 입학 전 한글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교실에서 한글을 알고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시죠.
우리 아이의 속도가 중요하니
본질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좀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한글을 뗐다’라는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한글을 뗐다’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을
보통 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얘기해 볼게요.
반 아이들의
5% 정도가 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고 쓰기에 모두 능합니다.
60% 정도가 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고 어설프게라도 쓸 줄 압니다.
20% 정도는 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기는 하지만 받침이 있는 글자는 잘 못 씁니다.
5% 정도가 받침이 있는 글자는 더듬더듬 읽고 있는 받침 없는 글자를 잘 못 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이 없고 어설플지라도
받침이 있는 글자를 대략 읽고 쓸 줄 안다는 뜻이죠.
엥? 그런데 굳이 한글 교육 왜 해요???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어른들이 쓰는 한글에도 오타가 많고
맞춤법이 어긋난 경우가 많잖아요?
처음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은 오죽하겠습니까?
한글도 아이들이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너무 많고,
다양한 한글의 사용 사례와 문장을 알고
정석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우는 것은
아이들이 정확하게 한글을 사용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한글을 알고 학교에 들어와도,
한글 수업에서 정확한 발음이나 사용법,
다양한 한글 사용 사례를 얻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분위기(교육열)에 따라서
아이들의 한글 수준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어디든지 5%의 아이들은
한글을 더듬더듬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법칙,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아니, 그래서 학교 가기 전에 한글을 알고 가는 게
나쁘다는 거예요, 좋다는 거예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솔직히 나쁘지 않아요! 사실 좋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긴 세월 동안 한글에 노출되었습니다.
한글을 비롯한 문자와 숫자들은
우리 사회의 많은 곳들 어디에도 존재하고,
그림책 등을 꾸준히 접한 아이들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글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자주 접하는 글자를
아이에게 따로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이미 읽고 있는 걸
발견하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엄마, 아빠, 동생, 내 이름 같은걸요.
글자를 그림처럼 그 모습과 소리를
매칭 시켜서 외우는 것인데요,
이런 것들이 배경지식이 되어서
나중에 그 원리를 깨우치게 됩니다.
7살은 이제 이렇게 모양을 외운
글자도 점점 많아지고,
그 원리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나이입니다.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원리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글자에 대해 궁금해하면
자연스럽게 알려주세요.
좀 덜 궁금해해도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조금씩 알려주시는 것,
솔직히 전혀 무리되는 학습은 아닙니다.
물론 7살 아이가 1시간 동안 진득이 앉아서
공부할 걸 기대하시는 건 아니죠?ㅎㅎ
그러시면 진짜!! 안 됩니다.
특히 한 가지 방식으로만 알려 주시지 마세요
특히 콕 찝어서 한글 학습지를 저격합니다.
좋아하는 아이가 드물게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방식, 하나로만 고집하시면 아이 힘들어요.
세상의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한글 학습지,(사교육 조장 아님, 종종 내 자식 가르치셨다가 친자확인(?) 하시고, 너무 힘들어서 손 빌리시는 분들 계십니다. 그 마음 이해해요...)
한글 영상(EBS 한글이 야호 좋습니다.),
한글 놀이거리(한글 자석 등) 등
다양한 것을 돌아가면서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한글 놀잇감
몇 개씩 비싸게 구매하시고
한글 영상만 몇 시간씩
틀어주시는 거 아니죠?(불안...)
그거 아니에요....ㅠ_ㅠ
또한 그림책, 동네 간판 읽기 등등
다양한 아이의 삶 속에서
한글 함께 읽어보기 좋습니다.
자신감은 물론 학습 내용을 조금 안다고 해서
느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아무래도 이미 조금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학교에서 공부한다면,
아이가 수업 시간에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지겠죠.
잘 알고 있으면 조금은 더 큰 소리로
대답도 할 거고요.
이로써 아이가 자신감 있게 학교생활 시작하는 거,
저는 솔직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건 7세의 한글 학습이
절대 과도한 선행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한 조금 배우고 왔다고 해서
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울 게 없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오래 하신 분들이
영어 공부에 끝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한글 교육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조금 배우고 들어온다고 해서
학교에 배울 게 없는 게 아닙니다.
미리 배웠다고 아이가 약간은 방만한 태도(?)로
학교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좋습니다.ㅎ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