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도전 습관
아이들의 좋은 습관과 가족 문화를 만들어가고픈 비기버입니다 :)
오늘은 아들이 초등학교 전교 부회장에 도전한 이야기를 기록해 봅니다.
한 번 도전해 볼래?
학기 초.
첫째 아들, 둘째 딸 모두 학급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도전을 했었는데요
열심히 공약 발표를 연습했지만 딸은 낙마, 아들은 장염에 걸려서 당일 출마를 못했어요.
많이 아쉬워했던 아들인데요
작년 같은 반에서 회장을 같이했던 여자 친구가 전교 부회장에 당선이 되는 걸 보면서 아들에게 슬쩍 출마 제안을 했었어요.
친구가 당선된 모습을 보아서인지 아들도 고민을 하더니 한 번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남편도 전교 임원에 도전한 적은 없었는데 아들이 해보겠다고 하니 솔직히 놀랐어요.
그럼 2학기 전교 임원을 노려보자고 하며 공고를 기다렸어요.
전교 임원선거 입후보 등록
두둥.
드디어 전교 임원선거 입후보 등록에 관한 공지가 올라왔어요.
혹시 그 사이 아이의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하며 공고 사실을 알렸어요.
다행히 아들은 진짜 도전해 보겠다고 흔쾌히 대답했어요.
보호자 사인을 해서 학교로 보내고, 담임 선생님께도 사인받아서 담당 선생님께 제출한 아들이에요.
여기까지는 어려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후보 번호 뽑기
임원 후보 등록이 끝나고 번호를 뽑는 시간이 왔어요.
5학년 전교 부회장에 남자 후보는 총 3명이 지원했어요.
지난 선거에서는 여자 후보가 6명이나 있었다고 하는데 2학기는 좀 경쟁이 덜(?) 했어요.
아들은 기호 3번을 뽑았답니다.
선거 포스터 제작: 후보 사진 촬영
이제 선거 포스터를 제작해야 했는데요 다행히 화려하게 만들지 못하게(?) 학교에서 주신 포스터 형식에 채우기만 하면 되었어요.
먼저 후보 사진을 촬영했어요.
증명사진이 없고 따로 찍기도 그래서 집에서 깔끔한 옷을 입고 찍었어요.
기호 3번을 기억할 수 있게 손가락으로 3을 표시했어요.
깔끔한 벽면에 서서 수차례 찍어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선택했답니다.
선거 포스터 제작: 공약 정하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어요.
바로 공약 정하기!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친구 엄마가 알려주셨는데 공약을 써가도 선생님이 안된다고 바꾸라고 하시며 여러 번 애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실 가능한 공약을 생각하면서 매력적인 공약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이것저것 검색해 보기도 하고 여러 아이디어를 나눠보았는데요 최종 결정은 아들에게 맡겼어요.
제출일 전날까지 머리를 싸맸던 아들인데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아나바다 장터 실시, 방과 후에 친구들이 놀 수 있게 체육 용품 대여, 점심시간 음악 방송을 선택했어요.
(엄마 입장에서 좀 더 좋은 공약이 있어서 선택했으면 했지만 더 이상 관여하지는 않았네요.)
공약 수정
담당 선생님께 제작한 선거 포스트를 제출했는데 공약이 수정되었어요.
점심 방송이 안된다고 하셔서 대안인 아침 방송으로 바꾸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다른 두 공약은 수정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그렇게 완성된 최종 포스터!
이렇게 학교에 붙여져있다고 방과 후 코딩 선생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엄청 궁금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구경했답니다.)
공약 발표 동영상 촬영 준비
포스터 제작 후에는 공약 발표 동영상을 촬영해서 제출해야 했어요.
아들은 공약 선택 이후 여기서도 어려움을 느꼈어요.
먼저 공약을 포함한 대본을 짰어요.
AI의 도움을 받아 초안을 작성했는데 좋은 표현들을 모은 후 말하기 쉽게 수정했어요.
읽을 때 끊어서 쉴 곳을 표시해서 완성한, 아들의 핸드폰에 기록된 대본이에요.
제목: 부회장 선거 소견 발표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행복을 3배로 만들 5학년 O반 기호 3번 OOO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학교를 더 즐겁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 부회장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회장이 된다면 첫째!/ OO초 아나바다 장터를 실시하겠습니다!/
나에겐 필요 없지만 필요한 누군가에게 물건을 나누고/ OO초 아나바다 장터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방과 후에 체육용품을 대여해 드리겠습니다!/ 방과 후에도 친구들과 즐겁게 원하는 운동을 하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셋째!/ 아침 시간에 음악 방송을 하겠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아침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기호 3번을 믿고 뽑아주세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행복을 3배로 만들 5학년 O반 기호 3번 OOO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동안 대본을 열심히 암기하고 손동작을 연습했어요.
말씀 암송은 그렇게 잘 하던 아들은 긴장이 되었는지 대본을 외우기 힘들어했어요.
약간의 감기 기운까지 있어서 쉰 목소리로 연습하기도 했어요.
안타까웠지만 이미 시작된 일.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도왔어요.
공약 발표 동영상 촬영 준비
드디어 공약 발표 동영상 촬영 당일.
깔끔한 옷을 입고 간 아들.
다행히 한 군데 빼고는 거의 그대로 잘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쉽게(?) 다른 친구들이 하는 모습은 대기실과 촬영 부스가 달라서 보지는 못했다고 해요.
어떤 여자 친구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오고 그랬다는데 무사히 촬영하고 왔다니 안심이 되었어요.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친구 엄마가 준 꿀팁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에요.
당선된 친구는 당일 노래와 춤을 더해서 기억할 수 있게 임팩트를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거부.
아들을 닮은 해리포터 옷을 입고 등장해도 좋을 것 다고 하셔서 얘기했는데
이것도 거부.
공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큰 차이가 없어서 이런 임팩트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걸 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저도 그런 쪽은 할 줄 몰라서 도전한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했어요.
전교 임원 선거 당일
전교 임원 선거 당일.
감기 기운이 있었던 아들은 다행히 좋아진 상태로 등교했어요.
두근두근.
도전 한 것만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엄마 아빠 보다 낫다고, 당선이 되도 좋고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이것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라고 격려하며 끝나면 연락 달라고 말하고는 직장에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끝날 시간찜 되어 조마조마했는데 방과후 수업이 끝난 뒤에야 아들의 연락이 왔어요.
결과는 낙선.
저도 아쉬운데 아들은 얼마나 아쉬웠을까 싶더라고요.
아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진짜 대단하다고 폭풍 칭찬하며 저녁에 먹고 싶은 거 다 말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저녁은 도전에 대한 축하, 아쉬움을 없앨 수 있도록 외식을 했어요.
다행히 풀 죽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진심으로 큰 용기를 내서 도전한 아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답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전교 임원선거, 전교 부회장 선거에 도전한 이야기를 기록해 보았는데요
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뼘 더 자란 것 같아서 대견했어요.
이 도전의 경험이 앞으로 아이가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되기를 바라보면서요.
[그동안의 도전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