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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메뉴의 탄생

view#05 미친물고기 메뉴(2)

by 이지선

다시 말하지만 식당의 최고 경쟁력은 맛에서 시작되고 따라서 대표 메뉴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식당을 오픈하는 사람들은 어떤 메뉴를 내놓을지, 어떤 레시피로 만들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미친물고기는 외식업 분야 아마추어가 시작한 식당이었다. 나 스스로 회매니아라고 자처했지만 회를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맛집 꽤나 찾아다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과 레시피를 직접 짜는 일은 달랐다. 직원 모두가 모여 여러 가지를 먹어가며 메뉴를 구성했다. 다행히도 몇 가지 사랑받은 인기 메뉴가 있었다.



국물 맛 일품, 해물라면

미친물고기 대표 인기 메뉴는 해물라면이었다. 인스턴트 라면에 고급진 식재료를 넣어 라면의 품격을 높인 메뉴들이 늘고 있지만 해물라면은 그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 문어, 전복 등 그냥 먹기에도 귀하디 귀한 재료들을 넣고 끓인 해물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해물라면'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주었다.


해물라면.jpg


처음, 해물라면 메뉴를 넣기로 결정한 이후 굉장히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선 어떤 해물을 넣을 것인가. 가격 부담이 적고 계절에 상관없이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재료를 찾아야 했다. 가격과 공급의 문제로 냉동 해산물을 넣기로 했고 가장 좋은 조합으로 찾아낸 것이 '조개-새우-꽃게'였다. 조개는 바지락, 동죽, 홍합 등을 바꾸어 넣으며 테스트했는데 홍합이 가장 가성비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홍합 3-4개, 새우 한 마리, 냉동 절단 꽃게 2쪽이 해물라면에 들어가는 해산물 재료였다.


다음은 어떤 라면을 쓸 것인가였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은 신라면이었지만 너무 매워서 해산물 맛이 죽었다. 안성탕면, 너구리 등등 다양한 라면으로 실험해보았으나 결과적으로 삼양라면이 가장 깊이 있는 해물 맛을 내주었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끓는 물 550ml에 냉동 해물을 깨끗이 씻어서 넣고 수프와 라면을 넣고 정확히 4분을 끓여내는 거다. 조리법은 라면 봉지에 적힌 그대로를 따랐다.


해물라면을 처음 먹은 손님들은 감탄을 했다. 그리고는 국물에 특별한 것을 넣었을 것이다, 라면이 특별한 (안성탕면류의...) 제품일 것이다, 수프를 절반만 넣고 해물 맛을 강조했을 것이다 등등 조리법에 대한 추측이 분분했지만 라면 포장지에 적힌 그대로 정확하게 조리했다. (최적의 맛을 발견해낸 것 같아 뭔가 뿌듯하다)



아나고를 튀겨요? - 아나고 튀김

아나고 튀김은 미친물고기에서 가장 특이한 메뉴였다. 대체로 그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좋아했지만 튀김이 눅눅하다며 불만을 얘기하는 고객들도 의외로 많았던 논쟁적인 메뉴이기도 했다. 주방에서는 튀김옷을 좀 더 바삭하게 하자고 몇 번 제안한 적도 있었지만 내가 끝까지 부드러운 튀김옷을 고집했다.


처음 아나고 튀김을 먹은 것은 도쿄 여행에서였다. 롯폰기 부근 아자부주반에 있는 튀김 전문점, 오마카세로 튀김이 코스로 나오는데 1인당 1만 엔이 넘는 식당이다. 튀김이 그렇게 섬세한 요리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 준 곳이었다. 일반적으로 먹는 새우튀김, 그런데 스테이크의 '미디엄'처럼 한가운데는 살짝 덜 익어 육즙이 살아 있었다. 그 오묘한 맛이란... 그 밖에도 보리멸 튀김 등 서울에서 먹기 힘든 튀김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 아나고 튀김은, 정말 새로운 맛이었다. 아나고 회를 먹는 것 같은 고소함이 살아있고 부드러웠다.


여행에서 돌아와 레시피를 한 참 찾았다. 일본의 튀김 장인에게서 배우는 [튀김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붕장어 튀김 레시피를 얻었다. 실제 만들어 보았더니 튀김옷이 너무 묽어서 농도만 조절했다. 박력분 밀가루와 계란을 넣어 튀김옷을 만들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튀김에서 원하는 바삭한 맛은 없다. 숨이 죽은 것처럼 튀김옷이 부드럽다. 그 느낌이 오히려 아나고의 담백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또 한 가지, 아나고 튀김과 함께 카레 소금을 낸다. 이 또한 일본에서 배운 것인데, 일본 튀김 집에서는 튀김과 어울리는 소금을 함께 준다. 간장을 곁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 가운데도 카레 소금의 독특한 맛이 아나고튀김과 잘 어울린다. 튀김의 색다른 맛과 조화를 경험할 수 있어 아나고 튀김은 미친물고기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향의 멋진 조화, 전복 마늘구이

전복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회로 썰어 먹어도 탱탱한 식감이 좋고 버터 구이로 구워도 쪄도 국물에 넣어도 모두 맛있다. 미친물고기의 선택은 올리브 오일과 마늘을 함께 넣어 볶는 조리법이었다.


전복마늘구이.jpg


사실 전복 마늘구이는 노량진 수산시장 오랜 단골 사장님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어느 식품회사의 개발팀이 노량진에서 먹던 방식이라고 전해졌다. 노량진에서는 참기름으로 마늘을 볶다가 전복을 넣고 볶아 먹었는데 여기서 참기름을 올리브 오일로 바꿨다. 핵심은 통마늘을 먼저 익혀서 기름에 마늘향이 배이게 한 이후에 너무 딱딱하지 않게 전복을 익히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해먹을 수 있어서 식당을 찾는 고객들에게 레시피를 전파해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추억과 레시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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