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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Dec 24. 2021

어느 크리스마스이브날 시내 도로에서 4시간 보냈던 아내

이브에는 시내 도로를 커플들에게 양보하자

오늘 퇴근할 때 보니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방역 수칙 때문일까. 아니면 도로만 예외적으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꽉 막힌 정체 구간이 많을까. 한 가지 변함이 없는 것은 난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안 돌아다닌다.




벌써 10년 전 일이다. 우리 부부가 결혼한 첫 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연애는 짧게 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한 번도 같이 못 보냈다. 내 생일이고 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부모님과 저녁 식사와 성탄절 미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해 이브는 올해와 같이 금요일이었다. 불금과 크리스마스이브가 겹쳤으니 시내 도로는 꽉 막힐게 뻔했다. 식당이 어차피 사무실 근처니 난 걸어갈 예정이었다. 원래 30분 정도 거리이지만 아내에게는 넉넉히 나오라고 했다. 아내가 집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저녁 6시가 넘었는데 아내가 올 기미가 안 보인다. 전화를 했더니 여전히 한 곳에서 못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게 진작 더 일찍 나왔어야지!!!”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뛰쳐나갔다. 난 20분을 걸어서 한 바퀴도 못 움직이는 차에 탔다. 난 굳은 표정. 아내는 황망한 표정으로 차에 아무 말 없이 계속 앉아 있었다.


저녁 7시. 우린 여전히 차에 있다.


저녁 8시. 100미터 정도 움직였지만 우린 여전히 차에 있다.


저녁 8:30. 도로가 조금 풀리기 시작한다.


저녁 9시 식당 도착. 아내 출발 기준으로 4시간 걸렸다. 허기진 부모님과 우리 부부는 식사를 시작했다. 성탄 대축일 밤 미사는 취소.


저녁 10시경. 저녁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안 막히고 수월했다.


이후 우리는 크리스마스이브와 12월 31일 저녁에는 절대 돌아다니지 않았다. 마치 영화 나는 전설이다(2007년작) 윌 스미스가 좀비들 때문에 밤에는 안 돌아다니듯이 우린 크리스마스이브와 제야의 종을 보는 것을 커플들에게 이 두 날 밤은 양보했다.


브런치 작가님과 독자님들, 오늘 매우 추운데 따뜻한 집으로 얼른 귀가하세요~ 연휴도 잘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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