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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Feb 09. 2021

6개월간의 미국 아파트 보증금 반환 전투에서 승리하다

난 이제 두 눈 감고 편히 쉴 수 있다... 돈은 아내가 키핑

2021년 2월 9일. 아내가 Bank of America 모바일 뱅크 앱을 열었다. 나는 옆에서 초초하게 지켜보았다.


우리는 전날 모바일로 입금한 미국 아파트 보증금 수표가 정상 처리된 것을 확인하였다.

작년 미국에서 돌아와서부터 계속해서 못 받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6개월 넘게 아파트 사무소와 싸웠고, 우리는 끝내 승리했다.




약 1달 전. 난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를 팔아버린 업체에 전화와 이메일을 보냈지만 연락이 없어서 난 매일마다 우리가 살았던 미국 아파트 사무소에 전화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현실적으로 아침마다 일어나서 전화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트 홈페이지에 사무실 이메일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계속 걸어봤다.


어느 날 아파트 사무소와 연결이 되었다. 작년 12월에 받은 수표에 나와 아내 이름 사이에 세미콜론이 있어서 은행이 수표를 거부했다고 설명하자, 담당자는 자기 매니저에게 말할 테니 이메일을 써서 보내라고 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수표에는 이름들 사이에 ‘or’가 들어가야 수령인 중 아무나 자기 계좌에 입금할 수 있으며 다른 경우에는 쉽지 않다.


1주일이 지나도 아파트 사무소에서 회신이 없어서 난 다시 연락. 그랬더니 그제야 자기 매니저가 회신을 할 것이라고 답장이 왔다. ‘드디어 일이 풀리려나...’ 작은 희망이 보였다.


이 와중에 우리가 살던 아파트를 팔아버린 업체에서 이메일 회신이 왔다. 새 주인한테 보증금을 받으라고.

아파트를 팔았으니 자기네는 더 이상 책임 없다는 짧은 회신

어찌 됐던 내 입장에서는 한 업체만 공략하면 되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구글 맵에 내가 보증금 못 받았다고 항의하는 후기를 썼었는데 이에 대한 답글이 달렸다고 이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아파트를 인수한 새 업체는 옛날 업체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을 읽고 내 분노가 재발하다

옛 업체와 새 업체 간 서로 책임 떠넘기기였다.

난 흥분해서 즉각 이 둘을 포함시켜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에는 소송을 통해서 지연이자, 소송 비용 등을 다 청구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이메일 작성 당시 난 흥분해서 오타가 몇 개 있었다...

역시 미국인들은 소송하겠다고 하면 회신이 빠르다. 저번에도 소송하겠다고 하니 수표를 뉴욕에 사는 나의 지인에게 바로 보내더니 이번에도 하루 만에 회신이 왔다. 이들의 대답은 여전히 상대방에게 보증금을 반환 요청하라고.


이제 소송밖에 없나... 생각할 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미식축구에서 hail mary pass라는 성공률이 낮은 긴 패스 전략이 있다. 이판사판으로 던지는 것이니 정확도도 떨어진다.


나도 이 hail mary pass 전략을 쓰기로 했다. 수표 유효일은 발행일로부터 3개월 후. 3월이면 끝난다. 어차피 소송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지인이 받은 수표를 한국에서 내가 받아서 미국 계좌가 있는 아내가 모바일 뱅킹으로 입금을 시도해보자. 안 되면 지인의 특급 우편 비용이 날라가고 불량 수표 취소료가 발생하겠지만 난 일단 해보자고 생각했다.


수표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나는 수표에 나와 아내 이름이 적혀 있으니 둘 다 서명해야 할지, 어떤 문구를 넣고 서명해야 할지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만족스러운 대답이 없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외화계좌를 아내와 나의 공동 명의로 개설해서 해서 수표를 입금시키면 수수료를 몇만 원 내겠지만 입금이 되지 않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 때문에 공동 명의는 안 된다고 한다. 아니 국내 계좌는 공동 명의 되지 않나???


수표가 도착한 후 난 아내에게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전화를 걸자고 했다. 10여분 기다림 끝에 아내가 통화한 담당자는 아내만 수표를 서명해서 수표의 앞뒤를 찍어서 은행 앱에 등록하면 된다고 했다.


이거 생각보다 쉽게 풀리네... 그런데 왜 지인이 은행을 직접 가서 수표를 입금하려고 했는데 당시 은행이 거절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아니 미국이니까 그런 것이겠지...


하지만 난 옛날 업체가 그 사이에 수표를 취소했을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관문.


결국 마지막 관문도 쉽게 해결되고 6개월 걸려서 오늘에서야 보증금이 입금이 되었다.


이번 보증금 전투에 들어간 비용은 국제전화비와 지인에게 감사의 선물로 준 상품권 비용. 그리고 여기에 할애한 수많은 시간. 이 정도를 지출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았으니 매우 잘 마무리되었다.


나의 전투력은 상승했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첫 번째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57

두 번째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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