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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an 08. 2021

돌려받은 줄 알았던 미국 아파트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

나의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몇 가지 보증금 반환 팁

난 미국 아파트 보증금 반환 사건이 연말에 다 끝난 줄 알았다. 내가 너무 낙관했었다:


https://brunch.co.kr/@jitae2020/157


#1 수표를 대하는 은행의 자세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수표를 확인했을 때 나와 아내 이름 사이에 세미콜론(;)이 있어서 찝찝은 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큰 문제는 없을듯했다.


기본적으로 수표에 “A and B”라고 적혀있으면 A와 B의 공동계좌에 입금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A or B”라고 적혀있으면 A의 계좌 또는 B의 계좌에 입금해도 된다. 그리고 애매모호하게 이름 사이에 코마(,)나 세미콜론(;)이 들어가 있으면 “A or B”로 취급한다고 미국통일상법전(Uniform Commercial Code: UCC) 3-110(d)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는 이 법 내용을 주법에 반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주나 수표 문제에는 같게 진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지인이 사는 곳은 루이지애나주가 아니다.


혹시 모르니 나는 수표를 입금해 줄 지인과 통화를 하고 아래와 같이 상세하게 카톡을 보냈다.

지인이 입금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부탁

다음날 한국 시간 아침 연락이 온다. 지인이 은행과 세미콜론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할 때부터 느낌이 안 좋다.


결국 지인은 수표를 입금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들어보니, 창구 직원은 세미콜론 때문에 수표를 거절했고 창구 직원 매니저도 세미콜론 때문에 수표를 거절했다고 한다. 지인이 내가 알려준 부분을 아무리 설명해도 은행은 안 받아들였다고 한다.


ATM에 입금을 시도하면 거절을 당할 가능성이 높고 수표가 거절되면 은행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결국 은행에 입금하는 것은 포기.


나도 이미 아파트를 떠날 때 아내 이름으로만 해달라고 요청을 했었지만 관리사무소는 이를 제대로 안 했거나 의도적으로 그렇게 ;을 넣은 듯.


팁#1: 반드시 수표 발행자에게 수령인 한 명의 이름만 써달라고 요청하고 또 요청할 것.




#2 복잡한 회사 구조는 소송을 어렵게 만든다


나는 다시 아파트 관리 사무실로 이메일을 보냈다.

근데 여기서 수표 받고 쉽게 끝나면 천조국이 아니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나는 회신도 못 받았고 지인도 수표를 못 받았다. 난 다시 독촉을 하는 이메일을 쓰고 나서 전출 계약서(Notice to Vacate)를 들여다봤다. 회사명은 있는데 회사 주소가 안 적혀있다. 난 소송을 염두에 두고 회사 이름을 주정부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껍데기 회사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이름 자체에 합작(Joint Venture)이라고 들어가 있으면 내 경험상 이런 회사는 몇 년간 유지되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없어진다. 검색해보니 우리가 살았던 동네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설립되어 있다. 이건 문제는 아니다. 등록된 대리인(registered agent)이 같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통상 회사 대신 법적 서류를 송달받아 회사에게 전달해주는 회사다. 미국은 땅이 넓고 소송도 많이 있으니 여기저기 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필수다. 여기까지도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c/o (care of) (회사가 해당 주소지에 없는 경우 그 주소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에게 우편 수령을 맡기는 경우 사용). 내가 찾고자 하는 회사는 주밖에 위치한 타주의 회사로 표시되어 있는데, “c/o 다른 회사”가 있었다. 이 다른 회사는 또 미국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주정부 사이트에서 이 다른 회사명을 검색해보니 부동산 관련 업자다. 그러니까 내가 소송을 해도 등록된 대리인이 이 다른 회사로 서류를 보내고 이 다른 회사가 또 어디론가 서류를 보내는 것이다.


결국 기업의 천국인 델라웨어주(이 주의 기업 규제가 상대적으로 타주들보다 적다) 정부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검색해보니 여기가 본사인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으려면 만원 이상 내야 한다.


문제는 내가 소송을 개시하면 A 찍고 B 찍고 C 찍고 회신이 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종합해보니, 아파트를 관리하는 이 회사는 자신들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아파트를 관리하는 주체와 아파트 소유주를 분리해놓았다. 그리고 소유주는 여기저기 주에다가 등록 신고를 했지만 실제 본사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심지어 수표에는 다른 도시에서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팁#2: 결국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즉, 우선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회사 하나를 찾기 위해 감색해서 나온 회사가 최소 4개디


#3 새로운 해결책 강구중...


나는 다시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홈페이지를 가봤다. 관리 회사 이름은 안 보이고 다른 생소한 회사가 관리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혹시나 해서 아파트 이름을 구글에 검색했다. 검색해보니 12월 중순에 다른 부동산 회사에 팔아넘겼다.


일단 구글맵에 리뷰를 달고 평점 1점을 줬다. 그랬더니 얼마 후 다른 사람도 아파트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평점 1점을 줬다.

아직까지 새 회사는 이 리뷰에 대한 대답이 없다...

이걸로 좌절하기에 이르다. 난 수표에 적힌 전화번호, 홈페이지에 적힌 번호 두 개, 총 3개의 전화번호에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안 받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파트 사무실에 매일마다 독촉 전화하는 거다. 큰 기대는 안 하지만...


#3: 미국 아파트 들어가지 전 사전에 집을 나갈  당일에 점검받고 보증금 일부를 돌려줄  있는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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