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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Dec 20. 2020

소송하겠다고 하니까 미국 아파트 보증금을 돌려받다

어느 미국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도 있을 문제이겠지

며칠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아침에 카톡이 와있었다.

우리 가족은 올여름까지 일 년간 살았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우리에게 보증금을 지금까지 안 보내고 있었다.


작년 여름, 아내는 우리 가족이 일 년간 지낼 제법 괜찮은 아파트를 발견했다. 당시 나는 뭐 비싼 월세를 내냐고 생각했지만 지어진지 몇 년 안되었다는 말에 나는 혹해서 그리로 가자고 동의했다. 여태까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집들이 20년 이상되었으니 반짝반짝한 집에서 한 번은 거주해보고 싶었다.


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평수를 결정하자마자 나는 아파트 홈페이지 들어가서 신청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미국 내 신용이 없는 외국인이다 보니 보증금으로 한 달치 월세를 미리 결제하라고 한다. 국내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고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난 속으로 “오... 신식 아파트다 보니 이런 것도 있고 수월하게 진행되네.”


가서 미국에도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진 우리는 아파트 자체와 시설에 만족하며 살았다. 코로나19가 터지자 아파트에 살던 장점이 단점이 되어 버렸다. 가령, 이 아파트의 좁은 복도를 지나가다 반대쪽에서 사람이 오면 상대방이 지나가기 전까지 벽을 보고 기다려야 했고, 이 아파트에는 노인들이 많이 살다 보니 누구를 집으로 초대하는 게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자, 난 보증금에 대한 회수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얼마나 깎을지, 어떻게 돌려받을지 등을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다. 다른 아파트와 달리 여기는 나가는 날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가고 나서 며칠 후 검사를 하고 나서 보증금에서 해당 금액을 제하고 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 금액을 수표로 보내준다고 했다.


난 신용카드로 결제했으니 해당 신용카드사를 통해서 돌려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물었더니 안된다고 한다. 그럼 아내 미국 계좌로 이체는? 이것도 안된다고 한다. 다른 입주민처럼 수표로만 돌려준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건 한국으로도 수표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내가 모바일 뱅킹으로 받은 수표를 입금할 수 있으니 이 방법이 괜찮아 보였다. 국내에 돌아오고 나서 나의  번째 판단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집을 비우고 한국을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다. 검사비로 보증금 중 1/3을 제하고 회계팀에서 발송했다고 했다. 한 달을 더 기다렸지만 우리 집 우체통은 잠잠하다. 다시 연락해보니 우리 집 주소가 잘못되어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는 회신이 왔다. 여기서 나의 두 번째 판단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그럼 다시 한국 집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30일이 지나도 안 오자 관리사무소에 다시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코로나19로 국제 우편이 많이 지연된다면서 해외에 있는 자기 친구도 40일 지나서야 우편을 받았다고 했다. 그제야 난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라고 했다. 지인이 은행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국에서 수표를 기다리다간 언제 올지도 모르니 이 방법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소극적으로 관리사무소에게 진행상황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 나의 세 번째 판단이 잘못된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또 한 달이 지났지만 지인은 못 받았다고 한다. 아내가 관리사무소 보증금 돌려줄 생각이 없는 거 아니냐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입주했던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많이 나갈 텐데 우리 같이 외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에게 과연 보증금을 돌려줄까 한다. 합리저 의심은 내 전문인데 아내 말을 듣고 보니 퍼즐이 맞춰진다. 생각해보면 1) 관리사무소의 잘못된 주소로 안 갔다는 회신, 2) 한국으로 보냈다는 우편은 3개월이 지나도 안 오고, 3) 코로나19라지만 미국 내 우편물이 한 달씩 걸릴 리가 없지 않은가. 관리사무소는 보증금 수표를 보낼 생각이 없던 것 같다.


난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 무엇이 되게 하려면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면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엔 “법적 조치(소송)를 알아볼 것이다”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담당 직원 위 보스에게 법적 조치를 알아볼 수 있다 정도로 보냈다

그랬더니 관리사무소에서 회신이 빨리 왔다. 지난달에 이미 회계팀에서 수표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제공한 지인의 주소가 맞냐고 물어본다. 한 달 전에 보내 놓고 이제 와서 내가 제공한 주소가 정확한지 재확인? 말이 안 된다. 보내지 않은 것이다.


난 2주를 기다렸다가 더 강한 톤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엔 올해 말까지 안 보내면 법적 조치를 할 것이고 그 동네 변호사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촤후 통첩 이메일

그러고 나서 1주일 정도 지나자 지인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다고 카톡이 왔다. 아래 수표에는 없지만 수표 윗부분에는 수표를 발행한 날짜들이 적혀 있었는데 관리사무소가 말한 발송 날짜와 차이가 많이 났다. 결론: 관리사무실은 한국에 2차 발송하지 않았었고(아직까지 못 받음), 내가 보낸 최후통첩 이메일을 이들이 받기 전에는 지인에게 수표를 발송하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받은 보증금 수표

이 사태를 겪으면서 몇 가지를 깨달았다:


1) 단기간만 미국에 거주하고 돌아가는 외국인이 미국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상대할 땐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지만 필요시 이메일과 같은 근거를 남기고 법적 조치하겠다는 강공을 걸지 않으면, 관리사무소는 외국인이 돌아가고 나서 액수가 적어서 포기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판단하고 무관심이나 지연 작전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2)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서 관리사무소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해당 직원이 부재중일 것을 대비해서 그 위 보스를 이메일에 포함시켜서 보내야 한다. 실제로 이메일을 보낼 때 2-3번은 직원이 휴가 갔다고 자동응답 메일을 받았었다.


3) 만약 아파트 관리사무소 수표가 내년 1월에도 도착하지 않았다면 난 동네 소액청구법원(small claims court)을 활용해서 압박 수위를 높이려고 했다. 보증금 금액이 크지 않은데 일반 법원을 가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난 법원 수수료 5만원 정도 내고 현지 변호사에게 얼마 주고 소액청구법원에서 진행하려고 했다. 이 단계까지 가면 사실상 내가 받아야 할 금액을 100% 받는 것을 포기해야겠지만...


연말에 골치 아팠던 과제들이 하나 둘씩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한국 집주인은 나가라고 했던 글:

https://brunch.co.kr/@jitae202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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