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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반티카 May 26. 2024

쉼,이라는 사치를 누리는 여유

2024 21일 루나 디톡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감사함명상 에세이 #19



비가 오는 일요일 밤. 젖은 도로에 차가 오가는 소리가 들리고, 습하지만 약간 시원해진 바람이 불고.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어요. 그렇다는 사실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조급함보다는, 그냥 그걸 느끼면서 가만히 있어요. 


오늘 성북동 사월한옥에서 명상 리트릿을 진행하면서, 참여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렇게 쉰다는 게 사치인 것 같아요. 좋은 의미에서의 사치요."


쉬는 것은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을까요. 

열심히 일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일하는 시간에도, 여가 시간에도 하는 일이 참 많은데, 정말 멈추어서 쉬는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만 해도, 의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는 시간은 잘 없거든요.


오늘은 명상 리트릿을 통해서 그런 시간을 사람들이랑 같이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잠을 잘 못 자는데, 정말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아요."


"(리트릿 하는 동안) 사계절을 다 경험한 것 같고, 내가 조용히 나와의 시간을 가지면 언제든 나는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존하는 연습을 하게 해 주시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혼자서도 (명상을) 계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가를 하면서 뭐가 좋았는지 잊고 지냈었거든요. 오늘, 그 좋았던 느낌이 다시 기억난 것 같아요. 나중에 힘들 때, 이 날이 기억나겠죠."

[멈추어, 봄] 반나절 명상 리트릿 중, 차 명상 시간.

비 오는 한옥에서, 눈을 감고 호흡하는 시간. 누워서 쉬는 시간. 앉아서 차를 마시는 시간. 맛있는 다과를 먹었던 시간. 열린 마음으로 집중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어요. 앉아서는 초롱초롱, 웃음이 터질 때 킥킥 웃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 누워 있을 때는 핸드폰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있고. 조용하게 있는 시간이 사람들에게, 그리고 저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알겠더라고요. 혼자 쉼의 시간을 가져도 좋지만, 같이 쉼을 경험하는 게 또 얼마나 좋은 지도 말이에요. 


명상을 만나고, 열심히 수련했던 것. 명상 안내하는 방법과 태도를 배워두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로서 수련을 해도 참 좋지만, 안내하는 사람으로 참여자들의 마음 상태가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과정을 목격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에요.


이런 시간을 또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는 생각도 들었어요. 쉼,이라는 사치를 누리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월요일을 앞두고 마음이 바빠지고 계시다면, 남은 오늘 밤엔 편안하게 쉬시길 바라요. 감사할 거리도 찾지 않으셔도 좋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쉴 때 그렇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쉴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해지는 순간을 느끼신다면, 참 기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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