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 명상 에세이, 21일 루나 디톡스 #20
작정하고 늦잠을 잤다. 깼을 때 숨이 잘 쉬어지는지 확인했다. 아직 눈을 감은채 오늘 하루를 그려본다. 여유롭고 즐거운 나의 모습이 그 안에 있다. 또, 하루가 주어졌다.
일기나 관찰 일지가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 숨을 쉬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글로 자꾸 옮기게 된다. 매일 읽었다면 자꾸 나오는 이 부분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알고 있다. 아직까지 매일 출석자가 없다는 것을. 그렇다, 나는 매일 하트를 보며 출석표에 이름을 적고 있다. 감시하는 건 아니고, 시간을 내어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함을 매일 전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출석률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라, 조용히 있었다.
어쨌거나 반복해서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는 건 내가 그만큼 그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하루가 주어진 감사함으로 하루를 여는 것. 만약 21일 루나 디톡스에 시험이라는 것이 있어서 여러분이 그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면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예정이 없지만), 바로 이 부분이 별표 밑줄 쫙 그을 부분인 것이다.
“살아있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살아 있는 상태를 온몸으로 느끼지 않는다면 매일 당연히 여기고 있을 것이다. 일상을 지루해하며 자극적인 음식, 운동, 엔터테인먼트 (폭력적인 게임이나 미디어, 섹스 포함)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속도를 살리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기지 못하고 있는 기후 위기 모두 살아있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고가 만연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분은 어떤가? 하루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오늘 중에 느꼈는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느꼈는가? 그런 적이 없다면 지금,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하였는가? 생각들 가운데 무엇을 발견하였는가?
나의 살아있음을 경시하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그 소중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 사람의 사고 속에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가족들과 하루하루가 무탈한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일이 잘 되어 부를 이루는 것 모두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런데, 오늘 자정에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면 어떨까? 그런대도 살아있는 것이 당연할까? 당연히 이뤄져야 할 것들이 이뤄져 있지 않고 죽을 시간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는데, 그것들을 계속할까? 그 사람은, 죽기 전까지 무엇을 할까? 정말 무딘 사람이면 아, 내일 죽는구나, 하고 심드렁하게 남은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의식 상태로 살고 있지 않음에 감사할 뿐이다.
공기가 좋으니 밖에 계속 있고 싶어진다. 역에서 내려 걷는 길, 녹색 철조망을 타고 자라는 장미 덩굴이 귀엽다. 여린 잎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어린 연둣빛에 햇살이 미끄러지듯 반짝거린다. 눈부신 그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나도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말하고 나서 깨닫는다. 장미 덩굴이 내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내가 와서 좋다고 말을 해준 것이다. 자연과의 소통은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망상이 아니라는 것은 멈추어 장미 덩굴을 쳐다보거나 만져보고, 몸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없는 현대인들은 십중팔구 망상이라고 비웃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그럴 수 있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나는 주변에 두지 않는다. 소중히 지켜온 순수에 찬물을 끼얹고 마음을 얼어버리게 만드는 이들에게 나의 한 순간도 내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도 환경이라, 독이 된다고 느껴지는 이들이 있으면 그들에게서 조용히 멀어진다. 길 건너 키 큰 나무들이 푸릇푸릇하다. 추운데, 봄이다.
어제 저녁엔 과식을 해버려 몸이 부었다. 그래도 새로운 하루인 걸 아는지, 깨어난 발이 경쾌하게 움직인다. 뒤꿈치가 바닥에 먼저 닿고, 그다음엔 앞꿈치. 다시 뒤꿈치. 팔도 같이 움직이니 더 기분이 좋다. 아, 여유롭다. 즐겁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하지 않다. 충만한 지금.
기쁘다, 살아 있어서.
| 당신을 위한, 당신의 명상 |
오늘, 산책하셨나요? 아직 안 하셨다면,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밖에 나가 걸어보세요. 밖에 나갈 수 없다면, 집 안에서도 괜찮아요. 집 안에선 맨발로 해보세요.
눈을 감고 서 보세요.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를 느낍니다. 두 발로 바닥을 디디고 선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껴봅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발이 바닥에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을 느껴보세요. 팔을 움직일 때, 어떤 느낌인가요?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찬찬히 둘러보세요. 어떤 사물이나 생명을 보며 지나가는 생각이나 기분도 잘 살펴봅니다.
하늘이나 창문 밖을 보세요. 달이 보이신다면, 두 손을 가슴에 얹고 달빛을 가득 몸 안으로 들여옵니다.
눈을 감고 반짝이는 나를 느껴보세요.
하트를 꾸욱 눌러 출석 도장을 찍으세요. 여러분의 지금 살아있음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살아있어 경험할 수 있는, 평온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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