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할 필요는 없어. 너를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해도 돼." 얼마 전, 내가 아이에게 해준 말이다. 아이는 요즘 상처를 조금 받은 듯했다. 유치원에서 한 아이가 이유 없이 아이에게 '너 싫어.'라고 한다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그 아이에게 '그래도 난 너가 좋아.'라고 했지만, 그 아이는 계속 싫다고 하며 나쁜 말들을 했다고 한다.
원래 둘은 친했고, 그 아이도 아이를 좋아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싫어하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변덕일 것이다. 아이는 누구에게 싫어한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하고, 대개 누구든 좋아하는, 약간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타입이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너도 누군가를 싫어해도 된다고, 너를 싫어하는 아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살아가다 보면, 세상 모두를 좋아할 수도 없고, 좋아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아이는 알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두로부터 사랑받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과만 잘 지내기도 인생이 너무 짧고 아쉽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시간도, 마음도 쓰기 아깝다는 걸 배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가르쳐 왔다. "그래도 사랑해. 그래도 좋아해." 이를테면, 엄하게 말하거나 약간 짜증을 내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것은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라고, 더 깊은 진심은 흔들리지 않는 채로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말해왔다. 아마 그래서 아이도 친구에게 '그래도 나는 널 좋아해.'라고 계속 말했을 것이다. 아마 마음이란 변치 않는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라는 게, 살아가다 보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도, 아이는 배우게 될 것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어제까지 '베프'였다가 다음 날 단짝을 바꿔 버리는 일들도 쉽게 일어난다. 그렇게 누군가는 잃겠지만, 또 누군가는 계속 곁에 함께하면서 관계 맺는 법을 익혀 나갈 것이다. 잃을 사람은 잃게 내버려두고, 지킬 사람은 지켜야 하는 강한 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물론, 아이가 더 성숙한다면, 그 이후에는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마음을 배울 것이다. 누군가의 피상적인 행동이나 말에 당장 너무 상처받기 보다는, 그 사람의 더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만히 기다려보거나 타인을 보듬어보는 법도 언젠가는 배울 수 있다. 이를테면, 내게 '싫다'고 말하는 타인의 말이 진심이 아닐 수도 있고, 일종의 자기방어에 불과한 경우랄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기다림과 인내라는 건, 나도 쉬이 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도 그렇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관계는 어렵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몇가지 마음은 아이와 함께 계속 더 배워나갈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 그러나 또 마음을 끊어낼 줄 아는 방법, 누군가를 기다려주거나, 누군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나갈 것이다. 그렇게 함께 마음을 다루는 법을 익혀나갈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하여 애써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