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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Oct 09. 2024

아이의 사춘기,어쩌면 기회가 될지도..

수술대 위에 누워 남은 삶을 계획했습니다.

세 아이를 독박 육아하는 저에게 병치레도 사치였습니다. 우울증도 수십 번 저를 훑고 지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세 아이를 키우니 모든 전염병은 다 하고 지나, 저까지 앓고나면 끝이 났습니다.


유독 지치던 어느 날,  쌍둥이 유모차에 큰 아이 손을 잡고, 어른 하나에 아이 셋이서 소아과에 들어섰는데, 아이 한 명에 친정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엄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쪽은 아이 하나에 어른이 셋이었습니다. 그 집 아이는 병원이 떠나가라 울고 있는데, 저의 아이 셋은 누구 하나 저지레를 하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어른들이 보시며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이 얌전하냐며 이러니 엄마 혼자 아이 셋을 보겠다며 대견하다 하시더군요. 그 말이 슬프고 서럽게  들렸던 걸 보면 제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나 봅니다. 제 아이들은 아마 자리를 보고 차마 발을 뻗을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책은 꼭 읽어 주었습니다. 내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지 내 건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그런 것보다는 그 '독서'가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저의 환상의 끝자락이었던 거 같습니다.


 세 아이 모두 학생이 되고, 제 나이 앞자리가 바뀌던 그해부터 조금씩 잘못된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던 해 봄, 건강 검진에서 갑상선에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모양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그때부터 이미 예감했습니다. 여동생도, 친할머니도 모두 갑상선 암으로 수술을 했는데, 어쩌면 나도 그럴 수도 있으니 검진도 해보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요. 물론,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죽음에 가까운 암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암’이라는 건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암이 맞았고, 동생과 할머니의 경우보다는 조금 더 좋지 않아 전절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수술하면서 보니 전이도 있어 항암치료도 해야 하는 경우였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이만큼 커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더 어렸더라면 며칠씩 엄마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이들이 한걱정이었을 텐데 이만큼 커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정을 받고 집에서 하던 논술 공부방 수업을 모두 빠르게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시작한 일이 벌써 7년 차에 들어섰고, 꽤 많은 학생들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일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암 수술이라고 몇 날 며칠 잠도 설치고 누군가가 죽는 꿈을 수없이 꾸며 수술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들 단속을 시키고 한 명 한 명 안아주고 눈물 꿀꺽 삼키고, 아이들 두고 혼자 떠나는 첫 소풍같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사람이 죽을 때 지난 삶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는데, 확실히 죽을 때는 아니었나 봅니다. 저는 수술대 위에 누워 지난 삶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을 했습니다. 이 자리가 정말 죽음을 앞둔 자리가 된다면 해보지 못하고 생각만 한 일들이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삶의 커다란 태산을 또 넘었습니다. 수술로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결혼 이후 처음으로 너무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때 망설이던 것들을 계획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그때였습니다. 집이 아니라 다른 나만의 공간에서 수업을 시작해 보고 싶었고, 이제 더 이상 아이들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습니다.  과감히 약간의 대출도 받고, 따로 아파트 1층에 공부방을 얻고 내 브랜드를 걸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 생애 생각도 못해본 일들을 1년 안에 많이도 치러냈습니다. 실패가 너무 두려운 사람인지라, 그만큼 준비도 철저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했어도 늘지 않던 살림에 비해 이 일은 하면 할수록 방법이 보이고 방향도 보였습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나면 없던 힘도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독립한 공부방을 꼭 1년을 채우고 아파트 공부방이 아닌 상가 한편에 확장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부방을 따로 구할 때처럼 매일 원하던 상가 자리를 돌며 구체적인 꿈을 꾸었습니다. 자리가 쉽사리 나오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간절하게 구체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0년을 하던 사업을 접는 자리가 저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독서 수업에 몸 담은 지 10년이 가까워 오고 있는데, 이 일에 대해 더는 내게 맞는 일인지를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나의 열정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내고 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브랜딩도 공부하고 마케팅도 공부합니다. 그 모든 것은 본질인 ‘사람’에 대해서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껏 어떤 세상을 알고 살았나 싶게, 새롭게 펼쳐지는 세상들에 신이 나고 신기합니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내 인생에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다 좋기만 하거나 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함께 오지만,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서면 덜 흔들리며 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큰 일을 겪으며 깨달았지만, 아이들은 모두 사춘기 언저리까지 키우셨으면, 이제는 아이들 말고 은 내 삶의 방향을 잡아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사춘기는 어찌 보면 엄마에게 기회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그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가 자랐다는 뜻이니까요. 정말 삶을 살아볼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넣어 두었던 꿈을 한번 찾아보길 권합니다.


이제 인생의 중반쯤에서 시작하는 일인 만큼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저의 일은 하교 후에 시작이라 퇴근 시간이 매일 9시가 넘습니다. 어떤 날은 저녁밥 거르는 날도 많습니다. 다이어트라 치지요 뭐. 그런데도 저는 매일이 즐겁습니다. 아이들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고 알아야했던 제가 이제 하루에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 밤 시간 2-3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올해는 수술 후 2년 차 검진을 받았는데, 작년에 이어  암수치는 0 이랍니다. 내년에는 초음파도 안 해도 될 것 같다 합니다. 저는 암수술을 받은 사람이란 사실은 잊고 살아갑니다. 암 때문은 아니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예측할 수 없기에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보려 합니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건 평균값일 뿐입니다. 내 삶은 예상하지 못한 길목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흔이 넘고 나면, 이제는 죽음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죽음에 가까워서가 아니라 남은 생을 잘 살기 위해서요.  죽음 앞에 섰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춘기 아이만큼 이제는 나를 키워야 할 때입니다. 십년 후, 이십년 후 각자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자식과 엄마의 모습이길 바랍니다. 삶의 경험이 버무려진 노련한 열정을 담아 신중한 한 걸음을 떼어보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춘기를 지난 큰 아이가 고등학교 선택을 할 때 그러더군요. 엄마를 보니 정말 지금 본인 나이는 뭘 해도 괜찮은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요. 엄마 나이에도 그렇게 계속 새로운 일을 해나가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 별 두려울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게 맞나 봅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용기 내는 삶에 발을 떼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위한 '마음이야기'를 이쯤에서 접고, 사춘기 아이들의 교육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하려고 하는 사춘기 아이와 엄마를 위한 책 이야기 이전에, 치열한 학군지 안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 나름의 확고한 교육 철학을 가진 사교육 교사의 방향성 이야기부터 해보려 합니다. 이제 교육에 있어서도 엄마는 한 발 물러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어야 엉뚱한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화부터  사춘기의 교육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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