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해도는 된다
연연(戀戀) 하다.
사전에 검색을 해보니 '집착하여 미련을 가지다', '애틋하게 그립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나 또한 이제껏 많은 것들에 연연하면서 살아왔음을 뒤돌아 보니 알게 되었다.
그 순간에는 없으면 안 될 것만 같고 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았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고, 의미가 있었더라.
그래도 내가 연연했던 것들 중에 일부는 정말 현실이 되어 이루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역시 인생은 길고 살아봐야 아는 거구나 생각이 든다.
그때 불가능했던 것들은 다 이유가 있었고, 왜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는지조차 나중에 길게 달려와서 보니 보이게 되었다.
그럴 때면 '아 이게 다 하늘의 계획이고, 큰 그림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아직 연연할 수밖에 없는 건 현재를 사는 우리가 가진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연하지 말자 대신, 연연하되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고 다짐해 본다.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를 믿고 어느 정도 무덤덤하게 관조하는 것도 미래의 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를 돌이켜보면 그때 주어지고, 주어지지 않았던 것들이 다 나의 처지나 상태에 꼭 들어맞게 필요했던 것처럼.
하늘은 언제나 그때그때 나에게 꼭 맞는 맞춤복을 주어서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하곤 했다.
그러니까 나를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한다.
남에게도 함부로 연연하지 말라고 권하는 대신, 너무 연연해 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예를 들어, "돈을 많이 벌어보니 돈이 행복의 다가 아니더라. 너무 돈에 연연하지 말아라."는 말은 그 사람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경험하게 될 앞으로의 과정과 미래를 생략해버리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경험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각자만의 현재를 살아가기에 과거나 미래, 그리고 세상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착하거나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꼭 외국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커리어 우먼이 될 거라고 강조했던 중고등학생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얼마나 놀라고 우러러보았을까.
길게 여기까지 와보니 다 이유가 있었고, 의미가 있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