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그림의 단어 사전
드디어 한 학기가 지나고 오늘 방학을 했습니다. 학생 때는 선생님도 이렇게 방학을 손꼽아서 기다리는 줄 몰랐는데, 선생님이 되어보니 학생보다 방학을 더 기다리는 게 오히려 선생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무엇이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지요. 항상 그렇지만 방학이라는 게 쉽게 오질 않아서, 시험이 끝나고 방학 전까지의 짧은 2~3주간 수많은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적 확인 및 성적처리 마감, 방학 전 특별 프로그램 운영, 학생 생기부 활동 및 학생 생기부 작성, 각종 공문과 사업에 대한 정리와 보고, 그리고 그 보고를 확인하기 위한 협의회들, 2학기 수업 준비까지.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방학 중에 처리하거나 2학기로 넘어가게 되지만, 꼭 1학기 안에 처리해야 할 일만 해도 한가득이기 때문에, 시험 후부터 방학 전까지의 딱 2주가 가장 한 학기 중 가장 바빴습니다.
학생들은 어떨까요? 시험이 끝난 후 아이들은 많이 풀어져있습니다. 교실에서는 생기부 관련 활동이나 추가 수업 활동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제가 주로 수업하는 고3 친구들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특히 수능 최저 등급이 필요하지 않은 친구들은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되면 이제 모든 공부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벌써 태도나 자세가 달라진 친구들도 여럿 보이지요..
학부모님께는 아마 방학이 반갑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아이들의 방학이 길다 보니 가정에서 24시간 근무를 시작한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지요...
모두에게 나름의 의미를 지닌 방학..
방학은 무슨 뜻이고 왜 필요할까요?
방학 [명사]
1.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 또는 기간.
주로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 추위가 심할 때 실시한다.
표준국어대사전
방학의 정의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의 : 수업을 쉬는 기간.
2. 시기 : 학기나 학년이 끝난 후
3. 더위나 추위가 심할 때
정의를 종합해 볼 때 방학은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1) 집중을 되살리기 위한 휴식과 회복의 기간
핵심은 '집중'을 되살리기 위한다는 것입니다.
일이든 공부든 쉼과 휴식을 적절히 가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2번 부분에 따라 학기나 학년이 끝나고 다음 학기의 생활을, 혹은 삶에서 다음 챕터나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3번 부분처럼 학습에 집중을 잃을 정도의 더위나 추위가 심할 때로 지정한 것이기도 하지요.
'숨 고르기'는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뛰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시 다른 배움으로 나아가기 위한 휴식과 회복, 그것이 방학의 첫 번째 의미입니다.
(2) 배움을 쉬고 익히는 기간.
저는 이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공부한다라고 할 때 자주 쓰는 '학습'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보면 學(배우고), 習(익히다)라는 뜻입니다. 배우는 것은 더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모르던 것을 배우는 것이지만 사실 학습에서 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습'입니다. 내가 스스로 익히는 것.
누구나 한 번에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계속 익히고 연습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지요. 적절한 익힘이 없이 계속 배우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학원 수업만 많이 듣고 자습을 하지 않는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
방학의 한자 표기는 放(놓을 방), 學(배울 학)입니다. 직독직해하면 배움을 놓는 것입니다. '學'을 놓으면 우리에게는 '習' 익히는 행위가 남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방학은 배우기만 했던 것. 모르는 것을 채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 것으로 완전히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기간도 되는 것입니다.
휴식이나 쉼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배우기만 했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기간이 방학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방학 동안 쉼과 휴식도 있지만 익히고 배운 내용을 잘 소화해보려 합니다. 국어적인 지식을 배웠다기보다는 아이들을 만나고, 동료 선생님들과 생활을 하며 삶에 대해 배운 것들이 더 많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인생에 대한 가치,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요.
모두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길 바라며. 좋은 휴식과 성장이 있는 방학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