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새해 초 블로그에 작성했던 나의 2025년 목표는 '잘 흘러가기'였다. 참 추상적인 목표이기도 하지만, 절반이 넘게 지나온 지금 돌아보면 내 상황에 딱 맞는 목표를 어쩜 이렇게 예언하듯이 잘 세웠는지 모르겠다. 이 목표를 세운 후에 내 인생이 계획대로 하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무의식 중에 알았던 게 아닐까?
목표 지점을 정하고 그곳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 나에게 참 익숙하고도 꽤나 자신 있는 삶의 방식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괜찮다. 파워 J로서 계획을 세우고 내가 열심히 달려갔고, 그곳을 목표로 했었다는 것을 내가 아니까. 그 과정 자체로도 나에게 충만감과 성취감을 주었으니까 괜찮았다.
하지만. 2025년에 제일 많이 배운 것은 열심히 달려가는 것보다 잘 흘러가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최단거리로 열심히 달려간다고 생각하지만, 구불구불 흘러가는 물의 흐름보다 빠를 수는 없다. 돌아가는 것 같지만 흘러감은 나를 그 자리로 더 빠르게 데려다 놓는다. 나를 다른 자리로 내려놓는다면 그 자리가 나에게 더 자연스러운 자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웠다.
작년 1월, 난임 병원을 다니며 기다리던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2월은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이가 잘 크지 않는다는 말, 주차보다 성장이 느리다는 말, 아이가 제대로 생기지 않은 고사난자일 수 있다는 말, 아이가 생겼지만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말, 심장이 뛰지만 느리다는 말, 뛰었던 심장이 멈추었다는 말까지...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이렇게 탄 적이 있었던가. 슬펐는지, 우울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어떤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첫 아이를 수술로 보내고, 일주일 만에 복직을 해서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2주 전,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이가 찾아왔다. 당연히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해서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갈 뿐.
기쁨의 도가니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일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 마음은 폭풍 전 바다처럼 고요하다.
두렵다 기쁘다 불안하다 행복하다 미안하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 행복한데 불안하고, 기쁜데 두렵다. 어쩌면 제일 큰 것은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떠나간 첫 아이에게 미안하고. 도무지 내 머릿속을 알 수가 없다.
결국 또 글에 매달려본다.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찬 글을 쓸 자신도 없지만,
불안과 걱정으로 무겁기만 한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
정기적으로 이 마음을 글로 풀어낼 자신도 없지만,
담아두고만 있을 수 있는 마음도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남겨야겠다는 마음 하나만이 남는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진솔하게 천천히.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본다.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