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오늘은 저녁 먹으러 거실로 나가기가 싫었다. 밥만 축내는 사람도 아니고, 계속 방에서 뭐 하다가 밥 먹을 때만 나와서 밥 먹고 들어가는지, 내가 봐도 꼴 보기가 싫네.
어제는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승진 대상자들의 근무지가 발표 나는 날이었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부장님이신데, 주변 사람들을 너무나도 불편하게 했던 '그분'이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이 근무하던 당시, 같은 부서는 아니었지만, 항상 긴장되어 계시고, 예민하고 본인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면 주변사람들의 감정이나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분이셨기에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승진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목표를 두고 열심히 사셨던 모습만큼은 존경스러워졌다. 끝내 목표를 이뤄내시는 분이 새삼 부럽기도 했다. 나이는 20살 넘에 차이가 나 내 경쟁 대상이 아닌데도 뭔지 모르게 씁쓸했다.
(나) 그냥 악착같이 남들 배려 안 하고 하면 되는 길이긴 한가 봐요.
(동료)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사나. 재미없어ㅋㅋ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본인의 목적(승진)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살고 싶진 않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있으면 편했으면 좋겠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그렇게 끝내 목표를 이뤄내시는 분들을 어차피 남들 배려 안 하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살면 결과 좋은데, 나도 그렇게 살걸..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전해준 동료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사냐며 재미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동료의 단호함에 안도감이 들었다. '휴, 아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재미있게 살자 라는 동료의 마인드를 나는 정말 좋아한다. 정작 내가 제일 못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늘 오랜만에 동료를 만나 방학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봤다.
(동료) 방학 너어무 좋아. 진짜 이렇게 여유 있을 수가. 스페인 다녀왔는데 진짜 좋더라. 다음 주면 다시 출근이니까 열심히 놀아야지. OO은 그동안 뭐 했어?
(나) 저는 성격이 이상한가 봐요. 여유가 있으면 오히려 불안해요. 그렇다고 뭘 열심히 한 건 아니에요. 그냥 불편하게 지낸 거지.
덤덤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속에서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가득 차올랐다. 노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하는 내 동료가 그렇다고 일을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을 오히려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서, 남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일 뿐이지.
다시 법륜스님의 말이 떠올랐다.
" 우리가 태어난 것에는 이유가 없다. 즉, 왜 사냐는 것에는 답이 없다. 그 질문을 파고들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살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즐겁게 살 것인지 괴롭게 살 것인지 정해야 한다. (보통은 즐겁게 산다를 정하므로) 뭐가 나를 즐겁게 해 주는지는 '내 마음대로' 선택하면서 살면 된다. "
승진한 부장님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일의 성과를 목표로 두고 살아가는 게 나에게 즐거우면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내 동료처럼,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재미있게 살자 가 나를 즐겁게 하는 거라면 또 그렇게 살면 된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즐거울까? 주변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는 모습도 부럽고, 재밌게 사는 모습도 부럽고, 이렇게 부러워하면서 사는 삶이 나한테 즐거우면 나도 그렇게 살면 되는데. 즐겁다기보다 고통에 더 가깝다. 비교하다 보면 끝이 없고 내 부족함만 더 느껴지니까.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 "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의 말, 찰리 맥커시 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