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점. 왜 살아?
(오늘 상담은 쉬었어요. 대신 정신 건강의학과에 면담 다녀왔어요)
요즘은 2주에 한 번 정신건강의학과에 간다. 병원 예약이 힘든 것도 있고 상담을 받게 되면서 매주 가는 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 상담이든, 병원 상담이든 요즘에는 말하면서 잘 울지 않는다. 눈물이 잘 안 나온다. 순간순간 울컥할 때도 있지만 핑 돈다 만다. 이렇게 눈물이 안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보니, 작년에 내가 툭 치면 눈물이 나오던 시기에 내가 정말 힘들었었구나 싶다. 그때는 내가 약한 척하고 싶고, 일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싶은 줄 알았다.
오늘 병원 면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하셨다.
내가 작년에도 힘든데, 어쨌든 버틴 것.
지금 눈치 보인다고 하면서도 현재 직장에서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것.
애들 앞에 서는 건 식은땀이 날 정도로 힘들지만, 그래도 내 일의 본질인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지금 7년 동안 나를 버티게 했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이런 말을 듣는데 마음이 그냥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1. 나는 아직 안 괜찮은데 괜찮다 하고
2. 나는 애써서 버티고 있는 건데, 극복하는 과정이라 하고
3. 괜찮아졌으니까 이제 병원 안 와도 된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아직 의지하고 싶고, 보호받고 싶고,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필요한데.
4. 이제 괜찮아졌으니까 (아프다는 핑계도 못 대고) 잘 해내야 할 것 같고
면담 시간이 끝나가서 내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는 못하고, 좋아진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며 마무리했지만 사실은 위의 말들이 하고 싶었다. '저 아직은 그래도 병원 다니고 싶은데, 좀 쉬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아무튼 다음 병원 예약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참 나도 별나다 싶었다.
눈물이 주르륵 날 때는 너무 힘들다고, 왜 나만 힘든 거냐고 울어놓고
지금은 또,, 힘들지 않은 것에 (내가 너무 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겁이나 다니.
답답한 마음에 챗 지피티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날이면, 내가 브런치를 처음 썼던 날 '왜 살아? '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럼 대답은, 왜 살아에 대한 답은 없어. 그냥 사는 거기 때문에. 기쁘게 살지 슬프게 살지만 네가 선택하면 된다고 했던 법륜스님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