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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Feb 03. 2024

'글' 만드는 것을 '욕망'한다.

‘꼴린다’라는 단어를 아나요? 단어자체가 직관적이고 노골적이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분명 얼굴을 붉히만한 단어입니다. 혹시나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뜻과 사전에 나오는 뜻이 맞는지 궁금해서 검색창에 검색해 보니 설명하는 단어를 조금 유식하게 바꾸었을 뿐 그게 그 말이었습니다. 전 이 꼴린다는 말을 마음에 드는 이성한테나 떠올리는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야한 잡지 야한 사진 야동 볼 때나 쓰는 단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라는 것을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꼴린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궁금증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과 우연히 단둘이 이야기할 시간이 주어 졌습니다. 신비한 분위기 때문인지 내심 대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대화중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했었습니다. 가만히 차를 마시다. 물어 보더군요. “사람들이 왜 종교를 믿는 것 같나요?” 전 무슨 의도의 질문이지 몰라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눈만 꿈뻑꿈뻑 거리며 쳐다보았습니다. 그런 나를 보더니 그냥 자문자답을 하더군요 “죽고 나서 ‘무’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불교면 윤회 기독교면 천당 아니면 지옥, 죽고 나서 어디로든 가고 싶은 마음 자신이 소멸되기 싫은 겁니다. 어떡 하든 어떡해서든 존재하고 싶은 겁니다” 전 이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이 미친 사람이거나 아님 사이비를 믿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어 꺼려졌습니다. 이 사람에게 풍기는 신비한 분위기가 이런 것 때문인가 싶었습니다. 기대했던 대화가 이상한 기분만 남겼습니다. 그가 풍기던 신비함이 왜인지 요사스럽게 다가오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람의 책꽂이를 볼일이 생겼습니다. 책이란 간접적으로 그 사람의 생각이 들어있는 곳이라는 생각이들어 책꽂이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이 보았습니다. 종교 관련책이나 알 수 없는 흑마법서 같으게 꽂혀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소설책이 대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가는 칸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하루키'의 책들만 잔뜩 있었습니다. 다른 작가는 한두 권인 거에 반해 하루키 작가가 쓴 대부분의 책을 같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느꼈습니다. 이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하루키’ 구나 그 당시 소설책 뭐 좋아해라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하루키 책을 말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듣기는 많이 들은 작가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웬걸 그 사람 때문이었는지 충동적으로 집에 가면서 하루키의 책을 사서 집으로 들고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무것도 안 하고 방바닥 아무 데나 편하게 쪼그려서 책을 읽어 내려 같습니다. 감명받았다, 충격받았다, 신선하다, 재미있다 뭐 여러 가지 감탄사들이 있었지만 전 이 표현을 먼저 썼습니다. '꼴린다' 책을 읽는 내내 꼴렸습니다. 책과 섹스했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네, 섹스했습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어떤 것 이 느껴졌습니다. 성기만 발작하는 게 아니라 마음 어딘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그 어떤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으로 담을수 없었던, 생각하면 안됐던 것 그 어떤 성역을 넘어 성인판 '소나기'를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웃겼습니다. 내면의 성도착증 환자가 되는 듯했지만 그런 내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동안 하루키책을 쫒았습니다. 더 색다른걸 갈망 하듯 말입니다. 그렇게 소설책에 빠져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욕망이 생겼습니다. ‘글’을 만들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사이코패스들이 책이나 영화 같은 걸로 대리만족을 하다. 처음에는 개미 한 마리, 잠자리 한 마리, 쥐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개 한 마리, 그리고 어린아이, 노인어른, 성인여자, 성인남자 그리고 사회지도층을 퀘스트를 수행하듯 죽이는 것처럼 어느 날 나도 대리만족이 아닌 어떤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대서사시를 말이죠 그리고 그 무엇보다 야할 수 없는 그런 글을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예술과 외설의 그 어떤 경계를 넘나드는 그런 것 숨 막히고 침이 저절로 삼켜지는 글을 읽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뒤를 확인하고 주위를 확인하는 그런 글을 만들기를 욕망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각이 아닌 마음이 곱씹어지는 글을 만들 수 있기를 욕망합니다. 아니 누군가를 욕망하게 만드는 그런 글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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