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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Feb 10. 2024

'구조'주의

우리 동네에는 커다란 조선소가 있습니다. 조선소를 위해 동네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 반대 일지도 모르지만요. 속된 말로 예전에는 조선소 때문에 지나가던 개가 만원을 물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부상조가 맞겠죠 그래서 어떤말을 하고 싶은건 아닙니다. 단지 조선소가 우리 동네에 어떤 의미 인지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동네를 걷다 보면 철을 붙이고 가공하는 조그마한 작업장이 있습니다. 그런 작업장이 여러 곳이 모여 있는 골목도 있고요. 먹자골목처럼요 작업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몇몇은 조선소에 들어가는 것들이죠 골목을 지나면서 작업장마다 만드는 것들이 다 다릅니다. 어떤 것은 이상하고 요상한 모양에 철조각들로 이어 붙인 것도 있습니다. 저런 게 어디 쓰이기는 하는 걸까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말이죠 아마 쓰일 겁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구슬땀 흘려가며 수백, 수천 개씩 만들어지지는 않을 거니까요. 혹시 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십니까?. 아마 어떤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어마어마한 철판을 구부려 트려 만든다고 말입니다. 웃으게로 말하는 것 같아도 이런 생각을 한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반은 그리 생각했습니다. 뭐든 멀리 보면 단순한 것들도 속사정을 보면 복잡해지기 마련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저도 막 아는 건 아닙니다. 배 만드는 것에 대해 듣기는 들었지만 사실 잘 모릅니다. 들은 걸 머릿속에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레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판을 사 온답니다. 어디서 사 오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마 한국에서 사 오지 않겠습니까 뭐 어쨌든 사온 철판에 녹슬지 말라고 멀 뿌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철판을 도면인가 아무튼 약속된 모양으로 조각을 낸다고 합니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자른 철조각을 이어 붙여 작은 블록으로 만듭니다. 아마 2D의 조각에서 3D 블록으로 만드는 것이겠죠 철이니깐 아마 본드 같은 걸로 붙이지는 않을 겁니다. 또 그렇게 만든 작은 블록을 블록끼리 이어 붙여 조금 더 큰 블록을 만들고 또 그 블록끼리 이어 붙여 더 커다란 블록을 만듭니다. 나중에는 집체 만한 블록을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배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조선소가 있는 동네에 가보면 커다란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블록을 옮기는 장비라고 합니다. 아무튼 그게 끝이 아닙니다. 사람이 배안에 들어가서 노 젖고 움직이지 않는 이상 배안에 뭐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의 뭐는 배가 다 만들어지기 전이 아닌 어느 정도 커진 블록과 블록이 결합되기 전에 그 안에 이것저것 배에 필요한 것들을 집어넣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그럼 블록끼리 연결하면 부품과 부품이 입아구가 맞아요?”라고 그 질문에 답합니다. “그게 기술야” 바다 위에 묵직하게 띄어져 있는 배를 볼 때마다 크다 참 크다 저런 배를 어떻게 만들지 사람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철덩어리인 것 같았는데 말을 들어보니 안 속에는 얽기 섥기 엮여 복잡하기 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조선소에서 처음 일하는 사람이 구조가 복잡한 배안에서 일을 하게 되면 길을 읽어 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오래 일한사람은 새로운 배에서 일해도 감이라는 것이 있고 배와 배끼리 약속된 무언가로 헤맬 수는 있어도 찾을 수는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배라는 것이 무언가를 나르는 것인데 안에 텅텅 비어있는거 아니에요 길을 일어 버릴게 무엇이 있어요?” 나의 물음에 눈알을 굴리며 조금 생각하다 말해주었습니다. “일단 배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배를 다 만들기 전까지는 배안에 작업할 때 사용하기 위해 안에 이것저것 설치해 둔 게 많아 그것때문에 배안이 복잡하게 느껴지지 그리고 나중 작업이 완료되고 필요 없는 것들이 겉어지고 청소되고 나면 배안이 훤해지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곳이나 어떤 공간에만 그렇게 보일뿐 배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곳들은 여전히 복잡하지 쓸데없는 것을 다 빼도 말이야 꼭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어도 말이야 왜냐하면 배를 움직여야 하거든 사람이 노를 저으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배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배안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부품이 얽혀섥혀 있어 하나같이 제 역할을 하면서 말이지” 배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분명 엔진 같은 것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움직이는 장난감에도 조그마한 모터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장난감은 분해해보면 조그마한 모터에 몇 개의 태엽만 있을 뿐 대부분이 빈 공간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니 배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배야 크니 커다란 모터 같은 게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생각과는 다르게 두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수많은 무언가가 있는 듯했습니다. 겉은 고작 철덩어리가 떠있는 것 같은데 말인데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비행기도 자동차도 겉만 그럴 뿐 아마 수많은 부품들이 얽기 섥기 움직일 겁니다 아마도요. 그런 생각이 머리에 차고부터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내 주위의 것들이 먼가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복잡하게 내게 다가옵니다. 손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마저 낯선 이의 숨결 같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해 보이던 세상이 풍부하게 다가왔습니다. 더 이상 땅이 그냥 땅이 아니고 바람은 그냥 바람이 아닙니다. 어느 것 하나 신비롭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하고 성스러웠던 건 바로 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육신이 말이죠. 비춰지는 무언가에 나를 봐라 봤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닌 게 아닌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맞는 게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보이는 대로 볼 수는 있지만 세상이 정해둔 무언가 때문일 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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