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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judan Oct 01. 2024

5. (1) 외로움은 결국

5. (1) 외로움은 결국

컬렉션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이었지만, 소피아와 보내는 시간만큼은 왠지 특별했다. 우리의 관계는 의외로 가볍고 즐거웠다. 소피아와 나는 몇 번이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며, 화성의 패션계와 디자인 아이디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곤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았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예상외로 흥미로웠다.

소피아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그녀의 개성과 스타일은 파티에서도, 거리에서도 빛났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나 역시 상류층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화성에서 처음 겪는 낯선 감정이었다. 그녀는 내게 패션계의 성공과 화려한 삶을 가르쳐주려는 듯,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부분 상류층 사회와 그 안에서의 파워 게임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 세계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웃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디자이너로서의 고충도 공유했다.

“주단, 너도 알겠지만 이 업계는 너무 가혹해. 한순간에 올라갈 수 있지만, 같은 속도로 무너질 수도 있어.”

 소피아가 와인잔을 들고 말했다.

 “하지만 네 컬렉션은 그런 일 없을 거야. 갈리비아 해초를 활용한 네 작품들은 진짜 독창적이야.”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소피아. 네 조언 덕분에 많이 배웠어. 사실 너랑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어.”

소피아는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난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어. 우린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서 영감을 얻으며 나름의 우정을 쌓아갔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그간의 경계심이 조금씩 풀리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그녀와의 관계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우리는 종종 함께 쇼핑을 하거나, 화성의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쇼룸을 둘러보았다. 소피아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나를 이곳저곳으로 데려갔고,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이 상류층 패션계에 적응해 갔다. 그리고 소피아는 늘 그 자리에서, 나의 곁에 있었다. 컬렉션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소피아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마치 짧은 휴식 같았다. 그녀는 나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동시에, 화성에서의 성공에 대한 욕망을 더 자극하는 존재였다. 반면 제로는 요즘 날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었다. 특히 소피아와 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했다. 그의 눈빛에는 불만과 불안이 서려 있었고, 그걸 참지 않고 쏟아내는 날도 많아졌다. 어느 날, 작업실에서 옷을 준비하던 도중, 제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폭발했다.

“주단, 도대체 왜 그 여자랑 계속 어울리는 거야? 소피아는 분명 너의 디자인을 노리고 있어!”

 제로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은 불타고 있었고,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야, 내 디자인은 내 거고, 내가 컨트롤하고 있어.”

“너는 그걸 몰라! 그녀는 교활해, 너도 잘 알잖아. 나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기억해. 그리고 우리가 이 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지도 말이야. 근데 넌 그런 사람한테 네가 쌓아온 걸 내줄 수 있어?”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분노가 누적되어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소피아는 그냥 우리 사업에 이점이 될 수 있는 파트너일 뿐이야. 난 계획이 있어."

그러나 제로는 고개를 저으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 길을 더 이상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네가 그 여자랑 어울리는 걸 보면서 더 이상 이 일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제로는 덧붙였다.

“난... 평범하게 살고 싶어. 농장 다시 짓고, 조용히 가정을 꾸리고 싶어. 우리가 여기서 사는 건, 화성에서 상류층이랑 뒤엉키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그게 내 본모습도 아니고. 너는 그 삶에 맞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난 아니야.”

나는 그의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제로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제로가 아니었다.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고생하고, 농장을 재건하려던 그의 결심이 이제는 평범한 삶을 꿈꾸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니.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마, 제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길을 생각해 봐. 너도 꿈이 있었잖아. 왜 갑자기 이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해?” 나는 그를 이해시키려 했지만, 제로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건 네 꿈이지, 주단. 넌 화성에서 성공하고, 유명해지고 싶어. 그건 너의 꿈일지 몰라도... 내 꿈은 더 이상 여기 있지 않아. 나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그리고 그게 소피아 같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삶은 아니야.”

그 순간, 나는 그가 이미 결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로는 더 이상 내 옆에서 패션계에서 싸우길 원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고, 그것이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 하지만 난 이걸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너무 많이 희생했고, 너무 많은 걸 얻었어. 나는 이 길을 끝까지 갈 거야.”

제로는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알았어. 그럼 각자 가는 걸로 하자.”

제로는 그 결심 이후로도 꾸준히 나와 거리를 두었다. 그는 점차 화성에서 평범한 삶을 찾아 나갔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 듯했다. 나도 그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가기로 한 우리가 자주 만나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얼마 후, 제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랜만에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주단, 나 결혼해,”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예상치 못한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결혼? 누구랑?”

내가 놀라서 물었다. 제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녀는 내 옆에서 항상 나를 지지해 주고, 평범한 삶을 함께 꿈꿔온 사람이야. 나는 정말 행복해.”

제로가 사랑을 찾은 것에 기쁘면서도, 동시에 그가 내게서 멀어졌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는 이제 내 옆에 있지 않으며,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삶에서 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계속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이건 내 새로운 시작이야. 화성에서 정말 원하는 삶을 찾았어,”

그는 계속 말했다.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제로. 진심으로 축하해. 잘 살아, 네가 원하는 삶을 찾길 바랄게.”

나는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싶었다.

제로는 곧 결혼식 날짜를 잡아 나를 초대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의 결혼식에 참석해 그를 축하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저 그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지.

결혼식 날, 제로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나타났다.

 “주단, 앞으로도 내 친구로 남아줘.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었어.”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 나도 그랬어. 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할게.”

결혼식에서 두 남녀는 다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있었다.

제로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내 주변에는 동료가 없어진 상황에서 소피아는 계속해서 내 곁에 머물렀다. 그녀는 나와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나에게 다양한 제안을 하곤 했다. 어느 날, 소피아는 나를 자신의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주단, 여기 와줘서 고마워. 너와 진정한 팀이 되고 싶어,”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함께 일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야. 나는 너의 디자인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해.”

나는 당황했다.  동료가 없어진 지금, 혼자서는 힘든 컬렉션 준비를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힘을 합치면 화성의 패션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소피아가 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고, 마치 내가 그녀의 제안을 수용해 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소피아, 내가 너와 팀을 이루고 싶지 않은 이유는… 우리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거야. ”

소피아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정말로 너와 함께하고 싶어. 네가 나와 함께 일하게 된다면, 나도 너를 도와줄 수 있어. 나의 인맥과 경험을 활용해서, 너의 디자인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어.”

그 순간, 소피아의 진지함에 조금 흔들렸다. 그녀가 정말로 나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여전히 경계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한 번 생각해 볼게,”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소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게."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 손길이 서로의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까? 그 순간, 소피아의 따뜻한 미소와 함께 복잡한 마음이 얽혔다. 소피아의 제안에 망설이던 내가 결국 그녀와 팀을 이루기로 마음먹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일단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소피아는 힘차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반짝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끌림에 따라가게 되었다.

우리는 화성의 화려한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불빛이 반짝이는 곳에서 음악이 흐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소피아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춤을 추며, 나를 이끌었다.

"주단, 오늘은 모든 걱정을 잊고 즐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파티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는 서서히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소피아가 나에게 다가왔다.

 “주단,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걸 준비했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보였다.

"파티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줄 거야.”

나는 순간 주춤했다. 그동안 소피아가 보여준 화려한 면모와 이곳의 분위기에 휘둘리기 시작했던 나에게는 일말의 호기심이 일었다.

“마약인가?”

 나는 대답이 더딘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 나도 자주 하는 약이야! 우리 같이 즐기자.”

 소피아는 나를 유혹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끌려 나는 주저하며 결국 그 작은 병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신기한 기분이 들어 내 안에서 호기심과 기대감이 뒤섞였다. 나는 소피아의 제안에 따라 함께 마약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자, 이걸로 시작해 보자!”

소피아는 신이 난 듯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 작은 병의 내용물을 따랐다.

순간, 머리가 띵해지고, 주변의 소리가 흐려지는 듯했다. 모든 게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소피아의 웃음소리가 더욱 크고 선명하게 들리며, 화려한 조명 아래서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변해갔다.

“봐, 이게 진정한 파티의 맛이야!”

소피아가 소리쳤고, 나는 그 순간 새로운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 한쪽에서는 이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즐거움과 위험, 그 경계가 흐릿해진 순간이었다

소피아와 함께 파티의 흥분 속에서 마약의 영향을 느끼며 기분이 고조되었다. 음악의 비트와 화려한 조명 속에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였고, 나는 마치 현실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소피아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의 반응을 지켜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주단, 정말 좋지? 이 느낌이 바로 내가 말했던 대로야!” 소피아는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 그 표정 속에 숨겨진 의도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나는 그녀의 기분에 동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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