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가상의 무한도전 가요제, 그 마지막 이야기
무한도전 가요제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무한도전 전부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없어서는 안될 멤버들, 길과 양세형, 황광희의 라인업이다.
앞선 무한도전 가요제 이야기와 다른 멤버들의 가상 라인업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먼저 읽고오자!
<라인업 이야기>
오늘의 라인업 이야기를 시작한다.
길은 무한도전에 와서 그의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덜 보여주었다, 오히려 숨겼다고도 볼 수 있겠다. 가요제에서도 그의 프로듀싱을 최대한 배제하며 파트너인 아티스트에게 전반적인 리드를 맡기는 그의 모습에서 길이 무한도전에서는 '무한도전 멤버'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럼에도 길이 리쌍이라는 대한민국 힙합 역사에 없어서는 안됐을 그룹으로서 남긴 업적이 있기에, 길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곡 작업에 참여한다면 정말 멋진 곡, 멋진 무대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늘 가져왔었다.
그런 길이 적극적으로 곡작업에 참여하고 길만의 걸쭉한 보컬도 가미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떠오르는 파트너는 밴드 새소년의 황소윤이었다. 황소연만의 보컬, 그리고 기타 실력이라면 길과 함께 락, 힙합 감성이 모두 묻어있는 멋진 곡을 프로듀싱할 수 있지 않을까.
길이 밴드와 곡작업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YB와 했던 여러 콜라보 곡들이 생각난다. [Someday]와 같은 모던락 느낌의 곡도 있고, [Run]이나 [Madman]같은 빠른 템포의 곡도 있다. 반면 황소윤의 경우에도 이번 솔로 앨범 [So!YooN!]에서 재키와이와 콜라보를 한 [FNTSY]나 공중도둑과 함께한 [A/DC=] 등을 보면 기존에 하던 스타일과 다른 스타일도 얼마나 넓게 커버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두 아티스트 모두 협업할 음악적 역량은 충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리쌍의 리메이크 트랙 중 [겸손은 힘들어]와 같은 곡이 황소윤의 펑키한 기타리프와 뭉친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황소윤의 치명적인 라이브와 함께 겸손은 힘들어 라이브까지.
길은 처음 참여한 무한도전 가요제인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YB와 함께한 <난 멋있어>로 음악성보단 웃음에 무게를 둔 모습을 보였다. 예능인으로서 처음 발을 내딛은 때였기에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리쌍에서의 진지한 모습이 그립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길은 바다와 함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내며 뮤지션으로서 길의 멋진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많은 이들은 개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더 익숙하게 느끼겠지만, 솔로 아티스트 길도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길의 솔로 트랙은 프로젝트 앨범 [BlueBrand Part 2]에 수록된 [아픈 번호]다. 중후한 목소리와 로맨틱한 감정선이 자아내는 길의 카리스마는 거대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그 아우라에선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길의 무대 영상 몇 개를 찾아보니 웬만큼 강한 기세를 가진 아티스트가 아니고서야 길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이 쉽지 않겠다 싶었다.
'아티스트의 아티스트' 선우정아라면 길과 호각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도 마치 큰 고래 두 마리가 바다를 헤엄치듯 웅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발라드 가수들이 시도한 진부한 듀엣 사랑 노래도 이 둘의 조합이면 신선할 것 같다.
사실 길과 선우정아를 하나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계기는 따로 있다. 길이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눈물을 보였던 장면을 보면서 선우정아가 아버지와 사별한 어머니를 보며 <백년해로>를 만들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로서 두 사람의 깊은 생각이 합쳐지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양세형은 이 멤버에서 유일하게 가요제 경험이 없다. 물론 프로젝트 이벤트로 무한도전x역사 위대한 유산 특집에서 비와이와 [만세]라는 트랙을 내고 무대까지 하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로 양세형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에 양세형이 노래를 부른 것을 검색하다보니 이선희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항상그대를]을 같이 부른 영상이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이선희 씨가 "양세형 씨는 목소리 안에 신(나는 것)도 있지만 잘 들어보면 따뜻함도 굉장히 많아요."라고 했다. 양세형의 따뜻한 목소리, 여러 방송을 통해 증명된 나쁘지 않은 노래 실력과 무대 위 존재감,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세형 특유의 센스. 무한도전 가요제 특성상 무한도전 멤버들이 곡 작업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함께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양세형의 센스 있는 가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만한 아티스트가 없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대한민국에서 센스 있는 가사 하면 떠오르는 아티스트,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 벚꽃엔딩의 주인 장범준이 양세형의 짝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가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미 수많은 곡들로 음악계에서 증명받은 장범준의 센스에 양세형만의 새로운 센스가 합쳐진다면, 일상 속의 공감대를 재미있게 녹여내면서 둘만의 따뜻한 목소리 콜라보레이션으로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기대에 걸맞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듯하다.
양세형의 경우 공식적으로 무한도전 가요제에 참여한 경험은 없고, 랩퍼 비와이와 '위대한 유산' 특집에서 <만세>로 무대를 펼친 적이 있다. 그가 음악과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이 되는지 확실히 알긴 힘들지만 <만세>만으로 판단해보건대,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모습을 한껏 살린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두 에디터는 다시 무한도전 가요제가 열리면 어떨까 가정한 후, 현 시점에서 출연했을 때 의미가 있을만한 뮤지션을 나열하는 것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뇌리를 번쩍하고 스쳐간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염따다. 무한도전 돌+I 컨테스트에 당당히 입상하면서 공중파에 데뷔한 염따는, 2019년 가장 핫한 랩퍼가 됐다. 무한도전 출신 인물이라는 타이틀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가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무한도전 가요제에 초청된다면 금의환향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비와이와 함께 힙합에 도전했던 양세형에게 고향으로 돌아온 염따를 붙여준다면 분명 재밌는 케미를 보여줄 것 같다. 유쾌한 두 사람이 뭉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래도 양세형이 한 번 해본 장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솔직히 얘기하겠다. 나 역시도 몇 달 전 염따가 이슈가 됐을 무렵엔 순수 '어그로'만으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 call me> 외 트랙들은 귀에 잘 감기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고자 내가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쇼미 더 머니 8에서 몇 마디 안 되는 염따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담아 (feat. 염따, pH-1)>에서의 염따는 그 짧은 시간만에 쇼미 더 머니 8의 최대 수혜자가 되기 충분했다. 내가 미안하다. 염따는 분명 좋은 아티스트다.
황광희가 지난 자유로가요제에서 GD&태양과 함께 멋진 무대를 장식하긴 했지만, 지난 가요제를 보면서 어쩌면 아티스트 입장에서 가장 콜라보하기 어려운 멤버가 황광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보컬에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다가, 다른 멤버들보다 예능에 대한 압박, 그리고 좋은 무대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많이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런 황광희에게 예능과 음악,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적절한 '밀당'을 하며 GD&태양이 저번 가요제를 잘 이끌어주었다. 새롭게 황광희가 가요제를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기존에 뽐냈던 아이돌스러운 면모보다 예능에서 많이 비춰진 그의 천진난만하고 개구쟁이 같은 면을 부각시키는 무대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분야의 장인이 있으니, 바로 악동뮤지션이다.
최근에는 이찬혁 전역 후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트랙 등 좀 더 성숙한 느낌의 곡들로 컴백하긴 했으나, 기존의 [사람들이 움직이는게]나 [Dinosaur] 등 통통튀는 느낌의 곡들을 생각해보면, 다른 방식으로 황광희를 잘 이끌어줄 아티스트라 느꼈다.
이찬혁의 천재적인 코드진행과 멜로디메이킹, 하지만 그 뒤에 가려져 있는 또다른 천재적인 실력은 악동뮤지션의 작사실력이다. 잘 읽어보면 감성을 울리면서도 쉬운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대중적이고, 일부 곡들은 즐거움 뒤에 철학적인 가사도 담겨있다. 황광희와 예능 속에서 대화를 통해 테마만 재밌게 정해진다면 그 뒤 중독성 있고 느낌 충만한 가사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어쩌면 황광희가 가요제에서 가장 빅히트를 칠 수 있을지도?
광희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GD, 태양과 함께한 <맙소사> 무대를 보면 그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이 무대를 준비할 때 꽤나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몇 멤버들을 제외하곤 전문 아티스트가 아닌 무한도전 멤버들이기에, 광희가 보여준 딱딱 떨어지는 칼군무와 정말 '아이돌스러운' 화려한 무대는 무한도전 가요제라는 포맷 안에서 반대로 참신한 느낌을 주었다.
화려한 광희의 <맙소사> 무대를 보고 나니 점점 주가가 오르고 있는 SUMIN이 떠올랐다. EP [OO DA DA]로 돌아온 SUMIN은 네오 K-POP이라는 독자적인 컨셉을 뛰어난 곡 메이킹 실력과 매력적인 보컬, 독특한 비주얼로 탄탄하게 확장해나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SUMIN을 현재 가장 주목해야할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현 시점에서 가장 진보적인 아티스트기 때문이다. 현재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10년 ~ 50년 전까지 역행하는 레트로다. 이에 반해 SUMIN은 사운드부터 비주얼까지 현재와 미래로 시선이 향해있음이 느껴진다.
본업이 아이돌인 광희는 <맙소사>에서 보여준 모습보다 더욱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대중들이 참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UMIN의 네오 K-POP 컨셉이 광희를 만난다면 충분히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BTS, 블락비, 레드벨벳 등 아이돌 아티스트를 프로듀싱 했다는 점도 듬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