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수기의 짧은 호흡 #11
최근에 채용시장의 문을 두드리다가 보게 된 신선한 자기소개서 질문 중 하나였다.
항상 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문항임에도 이 고민을 직접적으로 하게 만들어준 점이 고맙게 느껴졌다.
평소 콘텐츠를 만들어낼 때 중점적으로 신경쓰는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전에 글들에서도 몇 차례 고민하고 다루었던 부분이다.
이만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콘텐츠를 가장 열심히 봐주는 고마운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1. '쉽고 가볍게' 소비되어야 한다.
2. '적절한 타이밍'에 발행되어야 한다.
3. '다시 보고 싶은' 콘텐츠여야 한다.
오늘은 그 중 첫번째, '쉽고 가볍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쉽게 전달하는 능력'은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만큼 어렵다.
웹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협업을 할 때 얼마나 간소화된 코드를 적어주는지가 실력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말이 '쉽게'지, 글로 예를 들어 보통 쉽게 읽으려면 그만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스크롤 두번은 해야 하는 글을 술술 읽을만한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은 무슨 내용인지 정도라도 읽어본다. 그 '재미'라는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부터 쉽사리 글에 눈길이 가지 않았다.
요즘 세상에는 너무도 콘텐츠가 많다. 여기도 콘텐츠, 저기도 콘텐츠.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있어도 볼 것이 넘쳐나는 시대. 오로지 관심사와 재미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대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콘텐츠이더라도 쉽고 친절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굳이 그 글을 읽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읽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느낀 바였지만, 더욱 절실하게 깨닫은 것은 글을 쓰고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서였다.
똑같이 준비를 많이 한 글이 두 편 있다. 한 편은 보다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해 노력했고, 한 편은 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썼다. 전자는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다. 재미를 느끼니 글이 쉽게 써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읽기 쉬운 글이 되었다. 재미있게 쓴 만큼 읽는 사람도 그 감정을 공유했을 것이다. 후자는 오만한 글이 되었다.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글은 중간중간 '나 많이 알고 있어'하는 마음이 투영되었고, 그 자체가 독자에게 전해지지는 않더라도, 일단 콘텐츠를 읽어가는 재미는 확실히 반감된 느낌이었다. 큐레이팅 콘텐츠가 그래서 어렵다. 때문에, 큐레이션을 목적으로 한 글을 쓸 때에는 최대한 '주관적'인 입장을 취하곤 한다. "이거 한 번 볼래? 정말 매력적인데!"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내가 어쩌다가 이걸 접하게 되었냐면 말야..나의 경험은 이러이러했어"하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썰을 푸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결론이 서게 되었다.
작년에 [매거진 B: 에디터]를 읽고 쓴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만든 이가 명석해 보이는 콘텐츠', '지식 자랑 콘텐츠'는 피하고,
내가 이야기꾼으로서 풀어가는 지금의 이야기가 '흥미로운가'에 온 집중을 다해야 한다.
근데 가만, 지금 이 글은 흥미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