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의 추억

by 박민아

그때가 좋았지.


이 말은 때로 사실이기도 하지만 허세일 때도 있다. 기름에 절은 생선가스나 소스와 면이 따로 노는 괴상한 스파게티를 먹어야 했던 중학생의 나를 두고도 그때가 좋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지난 일은 쉽게 미화된다고 해도 말이다. 15살의 내가 먹던 급식은 정말로 맛이 없었다.


급식실은 왜 이렇게 춥고, 축축하고, 냄새가 고약한지. 음식을 만들고, 먹고, 버리는 일을 한 공간에서 하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어디에선가 물이 졸졸 흐르고 수저로 식판 긁는 소리가 왕왕 울리던 곳. 친구와 마주 앉아 밥을 먹다 보면 어느새 목청을 높이게 되던 곳.


지금의 내가 어릴 적 나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짐작 정도 할 수 있겠지. 게다가 15살의 나도 그때의 자신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한 일이 많았을 테니까. 그러니 점심시간에 급식실이 아닌 매점에 갔던 나를 얼마나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점심을 과자로 때우던 나에게도 분명 이유는 있었을 텐데.


공부는 그럭저럭했고, 교우 관계도 꽤 좋았던 나. 선도부 활동도 열심히 하던 모범생. 3년 내내 커다란 교복을 입고 교칙을 정확하게 구현한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15살의 나. 급식실에 가지 않고 어딘가에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그때의 나. 형편없는 음식과 비위를 상하게 하는 냄새도 싫었지만, 지금에 와 생각하면 날 힘들게 하던 것은 따로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교실에서는 정답던 친구들이, 같이 밥을 먹을 것이라고 (나 혼자 굳게) 믿었던 친구들이 저마다의 밥 친구를 찾아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먼저 다가가 같이 먹자고 말한 날도 있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몇백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급식실에서는 그렇게 쉽게 혼자가 됐다. 친구 옆에는 금세 다른 사람이 앉아버렸다. 그때 내가 괴로웠던 건 혼자가 된다는 사실과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는 사실. 교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기분이었다. 단체 생활이란 어쩌면 집단의 기쁨보다 개인의 외로움을 통해 배우는 것인지도 몰랐다.


일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정도도 일탈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다시 친구들과 급식실로 뛰어가는 중학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물론 더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여럿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아이들 속에 내가 있기를. 더 와글와글 떠들고, 더 우르르 몰려다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때로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확실한 걸까 싶기도 하다. 15살의 내가 커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친구 없이는 독서실도 못 가던 사람이 매일 혼자 일을 한다. 혼자 남겨질까 봐 급식실에 가기 싫어하던 사람이 매일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있다.


무엇이 다른 걸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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