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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는 시작

난 겨울이 좋다

by 글린더

끝을 향하는 시작은 달릴만하다.

그 과정이 고되고 숨 가빠도 끝이 있는 것을 아니까 달려 나갈 수 있다.


삶도 언젠가는 끝이 있고, 일도 끝이 있다.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

그래서 끝을 제일 앞단에 두고 시작을 달린다 생각하면 퍽 호흡이 여유로워짐을 느낀다.

불안한 것도 그걸 두려움으로 바라보면 다가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이 무서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장례식장 간판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하다 지나듯 한마디 한다.

"장례식장 앞에서 미래를 얘기하는 게 좀 웃기네"

응? 생각해 보니 코로나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고도 오랜만에 지인의 어린 아기의 돌잔치를 축하해 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창밖에는 종합병원의 장례식장 간판이 보이는 카페였다.

누군가의 시작을 축하하며 돌아오는 길 잠시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커피 한잔과 사업의 오늘내일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피식 웃으며 길게 이어지던 대화를 멈추고 시간을 들여다보니 어느새 10시가 되었다.

자리를 정리하며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상황들을 곱씹어보게 된다. 시작이었고 끝이었나 싶은 것들은 언제나 이어져 있었다. 시작이었고 끝이었다. 아니 어쩌면 시작은 곧 끝이기도 했고 끝은 곧 시작이기도 했다.

'끝=시작'이라는 공식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끝과 시작은 무한 이어지는 순환고리 속에 있다.


꼭 겨울 같다.

계절의 끝 같지만 사실은 다음계절을 위한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 겨울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언제나 가슴 설레고 흥미진진하다.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겨울이 참 좋다.

매년 역대최고 더위를 갱신하는 요즘, 새롭게 다가올 겨울은 매번 두근두근 설렌다.

살이 에이는 바람에도 기분 좋은 웃음에 입꼬리가 간질거린다.


이번엔 또 어떤 내일을 데려올 거니?

유난히 시끄럽고 피곤한 요즘,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눈이 부시다.

글린더(Gleender), 세상에 대한 관심을 글로 적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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