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by RNJ


미쉘린 맨. 아이의 외형을 이보다 잘 표현한 캐릭터가 있을까? 아기의 몸은 끝없는 변곡점의 연속이다. 목욕을 할 때마다 골짜기를 열고 물을 흘리고 잘 말려야 한다. 온도는 37℃~39℃에 적당하다. 어른의 온탕보다는 조금 미지근한 정도.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물을 좋아해 목욕시키는 일이 마냥 힘들지는 않았다.


인간의 아기는 어두운 물속에서 자란다.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을 잘라보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전달하고 배출하는 두 개의 동맥과 하나의 정맥이 보인다. 이 탯줄 속의 혈관을 통해 양막에 싸인 아기가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초음파 화면 속의 아기는 주로 태반에 얼굴을 들이박고 있거나(태반이 푹신한 쿠션처럼 느껴지던 모양이다) 배 이곳저곳을 헤엄치고 있었다.


아기는 아직 손발을 잘 가누지 못한다. 그래도 100일이 넘어서자 영문을 알 수 없는 춤사위는 많이 사라졌고(모로반사 : 아기는 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을 췄다) 이젠 자신의 의지로 손과 발을 가누려고 한다. 앞으로 목적이 바뀐 도구의 사용법을 숙지하는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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