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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Aug 18. 2023

아이는 놔두고 너만 나가라는 시어머니

리조트에서 생긴 일


   



매일이 불행했다. 하지만 나는 내 결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상처는 눈덩이처럼 쌓여 갔지만 시댁 가족들과 여행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은 돌이키기 힘든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에 따라간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분명히 여행 가기 전에 아버님께서는 엄청 넓은 리조트를 잡았다고 했다. 화장실도 2개, 방도 5개라고 들었다. 그래서 편하게 분리되어 지낼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총 9명의 식구가 지내려면 분리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군다나 그 집 식구들과 처음 여행을 가는 낯선 상황이었기에 공간이라도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순진한 나는 아버님의 그 말을 믿고 또 덜컥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아버님께 제대로 낚인 것이다.


리조트에 도착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숨이 탁 막혔다.

방 2개, 화장실 하나 있는, 딱 봐도 23평 정도 되는 크기였다. 우리가 잘 수 있는 방이 어디냐고 했더니 이미 동서네가 전 날 먼저 와서 어질러 놓은, 그 방을 사용하라고 했다. 들어가 보니 이불은 너저분하게 있었고 베개에는 머리카락들이 듬성듬성 달라붙어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내가 아버님께 거짓말했냐고 물으면 ‘너 참 예민하다.’라고 하시며 온 가족이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볼 것이 분명하기에 꾹 참았다.


드디어 날이 저묾과 동시에 술판이 시작되었고 나를 뺀 식구 전부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의 벌게진 얼굴과 풀린 눈동자를 마주하며 밥을 먹고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술이 들어가면 제일 문제가 말투와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 대한 태도와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말다툼이 일어났고 내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그 당시 3살이었던 나의 딸을 안으며


 "아이는 못 데리고 가니까 너나 나가!!!"

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나, 진짜 너랑 이혼이다. 이젠.’


잠깐동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더 이상 이 집안, 이 남자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남편에게 ‘너랑은 이제 끝이야.’라고 속삭이듯 귀에 대고 말했고 얼른 아이를 안고 짐을 싸서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려는 순간, 기저귀에서 똥 냄새가 났고 똥 기저귀를 어디서 갈아야 하나 생각하던 중에 눈물이 펑펑 났다.


그때 술에 취한 남편이 비틀비틀 나와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차의 뒷 좌석에 덜컥 앉았다.

 ‘내려, 안 내려?’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술에 잔뜩 취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아니었다. 나는 얼른 바닥에서 똥 기저귀를 갈고 처음으로 밤 운전을 3시간 동안 하며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으로 꺼억꺼억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로 나는 마치 불안장애처럼 심장이 갑자기 뛰기도 했고 손에서 식은땀이 나며, 두통  때문에 계속 약을 먹고 지내야 했다.


‘내 인생은 끝난 건가,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


남편에게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미안하다며 자기 가족을 안 보고 살겠다고, 이혼은 안 된다고 말하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사람인 걸 알기에 그 말을 더 이상 믿기 힘들었다.


나는 이혼의 기로에 서 있었고 이제 진짜 도장만 찍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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