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귀엽다니?

귀여웠죠. 그땐 아기였으니까...

by 냥냥별

귀엽다니?



동생이 귀엽다?

이해할 수 없어


등짝을 때리는 매운맛

고막을 찌르는 목소리

이래도 동생이 귀엽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엄마가 보여주신

어릴 적 사진엔

꼬옥 끌어안고

쪼옥 뽀뽀하고

어머 맘마도 먹여주는데

그때는 아기였으니까

그때는 귀여웠으니까

지금도 동생이 귀엽다?

지금은 지금은 음...




나의 자녀 계획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겼을 때, 사실 걱정이 되긴 했다.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랐던 나는, 두 아이가 섭섭해하지 않도록 골고루 사랑을 줄 수 있을지, 아이끼리 좋은 사이로 잘 지낼 수 있게 키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느님이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 여기고 둘째를 낳았는데, 첫째와 성별이 다른 딸이었다.


나는 아들과 딸이 다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문득 첫째인 아들 입장에서는 남동생이 있는 게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놀이할 때도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와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는 좀 차이가 있는 편이고, 남자끼리 뭔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아주 어릴 때는 서로 맞춰주며 잘 놀았던 같다. 둘 다 물을 좋아해서 물놀이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놀았고, 오빠가 좋아하는 축구나 싸움 놀이도 동생이 같이 해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딸은 남자아이들과도 어울려 잘 놀곤 한다.


내가 봤을 땐 둘째가 오빠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빠랑 같이 놀고 싶어 오빠가 좋아하는 걸 많이 맞춰주고 양보도 많이 하고 시키는 대로 잘 따랐던 것 같다. 첫째도 둘째를 싫어하거나 질투하진 않았다. 둘째를 낳으면서 첫째가 질투를 많이 하거나 동생을 못살게 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생이 갓난아기 때는 귀엽다 예쁘다 하며 항상 곁에 있었고, 좀 크고 나서도 씽씽카에 동생을 태우고 달리면서 같이 놀았다. 뽀뽀 같은 애정표현도 많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더 크면서 오빠가 먼저 조금씩 변해갔다.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하고 동생과 잘 놀아주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가서는 학교에서 동생을 만나도 별 아는 척도 하지 않아, 오빠가 반가운 동생을 섭섭하게 했다. 그리고 사춘기에 가까워질수록 동생에게 말을 틱틱 쏘아붙이거나 놀리는 일이 많아졌다. 어릴 때, 우리 오빠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다고 하던 동생도, 이런 오빠의 변화로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하루도 남매가 다투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을 정도다. 커서도 둘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해보고 남편에게 하소연도 해 보았다. 그런데 남편의 말은 우리 집 애들 정도면 지극히 평균적이고 그리 많이 싸우는 것도 아니라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외동으로 자라서 잘 몰랐던 걸까? 우리 아이들이 말 그대로 진짜 '흔한 남매' 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사진 보기를 좋아하는 딸과 가끔씩 옛날 사진을 볼 때마다 이런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더라.

"이것 봐~ 이때는 너랑 오빠랑 이렇게 다정했는데..."

세월이 지나면 변화는 있는 법. 남매의 관계도 말투도 예전과는 다르게 변해버렸지만, 부끄러워서 표현하진 못해도 우리는 가족이기에, 사랑은 마음속 깊이 꼭 간직되어 있으리라고 믿어본다. 비록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