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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을 말해도 될까요?

58세에 꾸는 진짜 나의 꿈

무심결에 잠을 깨니 아직은 어두운 창밖,

조용히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습니다.

간밤에 글을 쓰고 노트북을 덮지 않았나 봅니다.

여전히 열린 채 놓여있는 노트북의 전원을 켜고

조용히 식탁에 앉습니다.

지금은 오전 4시 30분

새벽은 글쓰기에 이렇게나 좋은 시간이군요.


아무것도 내 것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 방은 물론 내 책상도 없었습니다.

내  신발은 있었지만 내 양말은 없었지요.

식구 중에 누군가 신고 나가면 그 사람이 그 양말의 주인이었습니다.

등교할 시간쯤엔 남은 양말은 짝이 없거나 구멍 난 양말뿐인 날이 많았습니다.


핑계일 테지만,

공부는 꼭 책상에서 하는 것이 아닐 텐데

내 책상이 없으면 공부를 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내 것이 되지 않았던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친구처럼 지내던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라는데

결혼을 하니 나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나의 시간이라는 것은

피곤에 지친 밤늦은 시간이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비비고 깨어야만 하는 새벽시간인데

그 시간에 깨어나기란 내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지요.

그냥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게 전부였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내 시간이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원망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들도 지나가고 아이들은 자라더군요.

거짓말처럼 조금씩 내 시간이 내 것이 됐습니다.





나이가 드니

애쓰지 않아도 새벽에 깨는 날이 많아졌고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이 새벽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면서 밥하고 빨래하는 등의 기본적인 가사노동의 시간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남편의 출근을 돕느라 오전 시간을 다 보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이 새벽에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아무 생각도 없이 앉아 있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충만한 이 시간이 더없이 행복합니다.


생각해보면

나만의 책상은 없어도 그만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나만의 책상 정도는 살 수 있는데

여전히 주방의 식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식탁 끝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이제 막 떠오르는 해가 거실의 통유리를 통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나만의 새벽시간을 더욱더 완벽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저 햇살입니다.

아니 햇살뿐만이 아닙니다.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라도 쏟아지면 최고지요. 

모든 날이 새벽엔 다 좋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새벽과  잘 어울려서 

나만의 새벽시간을 더욱더 내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이 새벽에 글을 쓰며 새벽은 나의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만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제 손가락 두 개만 구부리면 육십인데,

환갑의 나이에 아직 꿈이 있는 제가 신기할까요?


내 것이 없었듯이

내 꿈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꿈이 없어도 살아지기 마련인 게 인생입니다.

꿈이 없어도 내 할 일은 다 했으니까 꿈이 없었다고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60이 다 돼가는 나이에 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부끄러워 말 못 하고 속으로만 되뇌고 또 되뇝니다.

아이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남편에게 말하기도 부끄럽고요.

하지만 자꾸만 그 말이 목구멍을 넘어서 튀어나오려고 합니다.

이제는 이 말을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내게 꿈이 생겼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예요. 이게 진짜 나만의 것, 나만의 꿈입니다.







나의 시간, 나의 새벽, 나의 꿈, 이제 점점 내 것이 많아지는군요. 

하지만 나의 것들은 당신의 것을 위협하지 않아요. 평화롭습니다.

아직 당신에게 당신의 새벽과 꿈이 없다면 당신도 당신의 새벽과 당신의 꿈을 갖게 되는 행운이 있기를 

빌어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가슴뛰는 새벽,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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