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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Mar 25. 2024

건강한 노후를 위한 준비

가끔 나이가 든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이십 년 후에는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나보다 20여 년을 앞서 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 될지, 혹은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를 따올리는 계기가 된다.


나이가 든다든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지금까지와 다은 신체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다만, 이제 100세를 산다고 하니 대략 60살에 은퇴한 후에도 40년이 주어진다. 오래 사는 것만큼이나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라면 지금부터 적금을 넣듯이 최대한 대비를 해 두고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지금부터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다. 식습관 조절은 별게 아니다. 간식이나 가공식품은 자제하고, 나에게 맞는 식단을 정리하는 것. 무리하게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기보다 현재의 건강상태와 체질을 고려한 식단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 평소에 고기를 먹으면 금방 피곤해지고 졸음이 쏟아지곤 했는데,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니 위장과 간이 약한 나는 고기보다 생선, 해조류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게 더 낫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로 해산물은 소화가 금방 되고 속이 편했던지라 이후에는 고기를 먹는 횟수를 줄이고, 고기를 먹을 때에는 그만큼의 야채를 함께 섭취하는 편이다.


한국인의 대표 보양식은 삼계탕이지만, 인삼과 닭처럼 열을 내는 음식이 맞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에게는 어떤 음식이 보양이 되는가?'  진짜 좋은 음식은 가짓수가 많고 갖가지 조리법이 동원된 화려한 음식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속이 편한 음식 위주의 식단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한의원에서 내 체질에 맞게 추천받은 재료를 기반으로 밥상을 차려보다가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쌀과 잡곡이 7대 3 정도로 섞인 밥과 두부를 넣은 된장국, 김치, 김, 그리고 계란프라이. 냉장고의 사정에 따라 한두 가지 반찬이 추가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기본으로 차리는 메뉴가 되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간소해 보일 수 있지만 매일 먹는 저녁식단으로 충분하다.


나의 보양식들. 해산물과 야채듬뿍 식단



음식 관리 외에 중요한 노후준비 중 하나는 두뇌 운동이다. 몸이 아픈 것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병이 치매이기 때문이다. 20대와 같을 순 없겠지만 명민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방법은 간단하다. 계속 쓰고 움직여주면 된다.

인터넷에 두뇌노화 예방법을 찾아봤다.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리하면 다음 몇 가지가 있다.

1. 무엇이든 많이 읽기

2. 새로운 것을 배우기 (특히 외국어와 같이 누적 학습이 가능한 것)

3. 퍼즐, 게임과 같은 두뇌 활동

4. 정기적인 신체운동

5. 명상, 요가와 같이 호흡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활동


요약하자면 '많이 읽고, 배우고, 또 운동하는 일상'이 두뇌에 좋은 음식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이다.

다만 이것을 일상에 얼마나 녹여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한 번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자주 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두뇌에 좋다고 추천되는 독서와 공부, 운동, 명상과 같은 활동은 좋은 건 알지만 어딘가 심심해 보인다. 또 익숙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


반면, 지금 우리의 일상은 뭐든지 빠르게 변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눈을 사로잡는 것들이 너무 많다. 퇴근 후 물 한잔 마시고 운동하러 나가는 것보다 침대에 드러누워 손가락으로 쇼츠를 넘기는 일이 당장 머리의 긴장도를 낮춰준다. 그러나 그렇게 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찾아오는 헛헛함이란. 단기간에 도파민을 주는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주변을 채우고 있어 스스로가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짧은 집중도를 요하는 일에 정신을 뺏기고 만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호흡으로 다가가야 하는 일이 밀려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이로운 일은 조금은 밋밋하고 심심한 것에 가깝다. 페이지를 넘기며 문장을 읽고, 명상이나 요가로 호흡을 느리게 하고, 골똘히 몰입하며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거다. 마치 오랫동안 숙성해서 장을 담그는 것처럼 발효를 거쳐야 하는 일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되어 맛이 진해지는 것처럼,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일을 가까이하는 게 중요하다. 음식도, 삶도  짧은 시간에 강력한 도파민을 주는 일은 축제처럼 가끔 이어도 충분하다.


한국무용을 배우면서 우리 춤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젊은 무용가도 많지만 50대, 60대에도 무대에서 공연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자주 보인다. 다른 장르보다 높은 연배의 무용수 비율이 더 많은데 나이대에 따라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분야가 한국무용인 것 같다. 어릴수록 돋보이고 각광받는 분야가 있는가 하면, 한국무용은 '한 30년은 되어야 춤 좀 춰봤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아하, 나이가 들수록 유리해진다 이거지.' 이것 만드로도 충분히 춤을 배우는 동기가 된다. 삼십 년쯤 하다 보면 얼마나 자유롭고 유연해질까. 아니, 그때까지 춤을 춘다면 정말 춤추는 쌩쌩한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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