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신용호
언어생활의 기본인 읽기와 쓰기가 어려워진 시대다.
카드 뉴스와 소위 '짤'이라 불리는 영상처럼 자극적인 볼거리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핸드폰만 켜면 쉽게 심심함을 달랠 수 있는 세상에서 책을 읽어나 노트에 끄적이는 일은 비교적 지루하다.
그럼에도 나는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꺼내 드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주기적으로 서점에서 책을 사고, 도서관에서 여러 권을 빌려다가 반납일을 겨우 맞춰 부랴부랴 책을 읽는다. 생각해보면 중학교 때 친구들과 소설책을 돌려 읽었을 무렵부터 꾸준히 책을 끼고 살았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평생 책 읽고 글 쓰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이었다.
꾸준히 독서를 해왔음에도 사실 책을 펼치는 시작이 제일 어렵다.
독서는 생각보다 굉장한 에너지를 요하는 활동이다. 눈동자가 글자를 따라가는 간단한 신체 동작이지만, 머릿속에서는 온갖 정보가 연결되고 상상을 하게 된다. 집중과 몰입으로 이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최대한 편한 자세로 책 읽기를 시작한다. 평일 저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잔잔한 음악과 마실거리를 챙겨서 분위기를 잡고 앉는다. 주말에는 야외 벤치에 커피 한잔 들고 책 한번, 경치 한번 보는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읽기는 종이 위에 새겨진 작가의 정성을 마주하는 일이다.
글쓰기를 해보면 안다. 종이 위에 문장을 쓰면 아무 말이나 쓸 수 없다. 굳이 기록으로 남길만한 소재를 선정하고,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생각을 정제하고, 적절한 표현을 고르느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쓴이가 그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누군가의 진솔한 마음을 활자를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책 읽기는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오늘 먹은 점심이나 날씨에 대한 대화는 금방 잊히지만 누군가와 진지하게 나눈 대화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은 내 기억의 조각이 된다.
좋은 것을 보고, 말과 글을 가려서 쓰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지금까지 읽어 온 문장들이 내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있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책에서 마주한 감명 깊은 문장들 덕분이 아닌가 한다. 내일도 독서를 하다가 가슴에 들어오는 구절이 있으면 책 끝을 접고, 밑줄을 치고, 어딘가에 적어두는 일을 꾸준히 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읽은 책은 나의 한 조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