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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야씨 Oct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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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각모음 #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오...드디어 너란 맥주를 만나는구나. 그렇게 구하기 힘들더니 오늘은 그 정도는 가질 수 있지 내가...' 

여자는 냉장고 손잡이를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맥주가 사라졌다.




" 아, 내 건데... "



냉장고 손잡이를 연 순간, 뒤에서 손을 뻗어 누군가 내 맥주를 낚아채 갔다. 사라지는 맥주에 시선을 쫒으며 속으로 삼키던 말이 툭하고 튀어나와 버렸다. 돌아서 보니 맥주를 들고 있는 건 나를 지나쳤던 그 남자인 듯했다. 눌러쓴 모자 탓에 시야가 좁아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치고 하얗고 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었다. 맥주를 들고 있는 손이 왠지 기분이 좋은 듯했다. 조금 전에 느꼈던 찜찜한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 혹시 일부러...? '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남자의 손에 들린 맥주에서 시선을 거둬 편의점 알바생에게로 눈을 돌렸다. 



" 혹시, XX맥주 없나요? "



알바생은 보면 모르냐는 듯이 고개를 들지도 않고 ' 네... ' 하고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맥주라고 생각했던 그 맥주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왠지 모를 패배감이 여자를 사로잡았지만, 집을 나설 때 사려고 했던 건 얼음이었으니까... 할 수 없지 하고 부글부글하는 마음을 달랬다. 내 맥주를 가져간 남자에게 레이저 눈빛을 쏴줄까 싶었지만, 고개를 드는 수고스러움이 귀찮아진 여자는 아이스 코너로 발걸음을 돌렸다. 봉지 얼음 작은 사이즈를 하나 집어 들고 심드렁한 알바생이 있는 계산대 앞에 놓았다.


' 간단한 결제는 간편한 XX페이로... '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페이로 결제해 볼까 싶어 여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 어라...? ' 손이 빈 주머니 속에서 방황했다. 이제야 손에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여자의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 계산하시겠어요? "



머뭇거리는 사이 심드렁했지만 눈치 빠른 알바생이 뒤에 선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의 하얀 손이 계산대 위로 맥주와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여자의 것과 같은 기종의 핸드폰이었다. 



......?!








{미지근한 매거진}에서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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