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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슴뿔 Jan 31. 2022

맘을 다해 웃는 사람은 귀엽다.

 최근 거처를 옮겼다. 어느 재개발 동네의 내 나이보다 오래된 건물이다. 겨울엔 결로로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는터라 아침엔 꼭 환기를 시켜야 한다. 차가운 겨울 냄새가 코로 들어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창밖에서 내 또래의 여자가 박장대소를 하며 아이와 함께 건물로 뛰어들어갔는데 그 웃음 소리가 길게 꼬리처럼 남아있다 사라졌다.  덩달아 웃음이 났다.


 친구들의 셀카나 웨딩 사진을 골라줄 때마다 바보같이 나온 사진만 고른다고 구박질을 듣는다.  

그 '바보처럼 웃는 것'이 고른 포인트인데...

자기 모습이 어떻게 내비칠까 주변을 의식해 꾸미거나 숨기려 하는 마음 없이 그냥 즐거워서 웃을 때,

싫어하는 사람조차 그렇게 웃는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다.  



 노화의 특징 중에 무감동이 있다. 노화로 관절과 피부가 굳는 것처럼 마음도 서서히 굳는 것이다.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파킨슨병을 앓으셨는데 이 병의 증세 중 하나가 무감동이다. 보통은 누군가 병문안을 오면 반가워하고 기뻐해야하는데 할머니가 있던 파킨슨 병동은 모두가 무표정한 채로 앉아있던 기억이난다. 살아있으나 생기가 없다. 마치 병상 위에 박제가 된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외할머니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들고 잎이 떨어지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감동하고 슬퍼했다. 가족들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되면서 갑자기 병이 깊어졌다고한다. 노인은 외로움이 병이 된다고하는데 그 감동과 슬픔을 표현하고 함께 나눌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마음이 굳지 않는 것에도 계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요양원을 다녀온 후로 무감동한 어른이 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사소하게 감동하기, 작은 것에 감사하기, 숨기지 않고 맘껏 울고 맘껏 웃기 등.

그런데도 지금은 큰소리로 웃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혼자 울거나 화내는건 가능한데 혼자 크게 웃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혼자있을 일이 많아진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더더욱 웃음을 잃었을 것이다.

 







집 앞 골목길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최고봉은 귀여운 것을 볼 때이다. 바보처럼 웃는 사람들을 보면 참 귀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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